“‘크리스마스의 기적’
천전리각석·반구대 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돼야”
“‘크리스마스의 기적’
천전리각석·반구대 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돼야”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5.08.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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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명·이달희 반구대포럼 대표

연합뉴스 기자는 ‘반구대축제’를 소개한 17일자 기사 첫머리를 이렇게 장식한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인 1970년 12월 24일. 미술사학자인 동국대 문명대 교수(현 명예교수)가 언양 지역의 원로 한학자 최경환씨와 함께 사찰 유적지를 찾고 있었다. 최씨는 절벽 아래 바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림인지 무엇인지 잘 구별할 수 없는 희미한 모양이 있다’고 일러준다. 문 교수는 마애불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 중류의 암벽지대. 그곳에서는 달팽이 모양이나 소용돌이 모양의 와권문(渦卷文)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라 화랑 이야기가 얽혀 있는 ‘천전리 각석’을 발견할 당시의 상황 묘사다. 문 교수는 이 무렵 서른 나이의 젊은 교수였다. 기사는 다시 이렇게 이어진다. “천전리 각석은 또 다른 대발견의 전주곡이기도 했다. 문 교수는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듯 대곡천에 깊이 빠져든다. 그리고 꼭 1년 만인 이듬해 12월 25일, 드디어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를 극적으로 만난다.”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정의도 같이 내린다. “반구대 암각화는 국내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미술 중 세계적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신석기 시대 말부터 청동기 시대 초기에 조성된 사냥미술이자 식량 수집, 번식, 풍요를 기원하는 원시종교미술이었다.”

12월 24·25일의 발견→ ‘크리스마스의 기적’

기사가 전해 주듯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dms 45년 전 12월 24일에 발견ehoT고,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는 그로부터 1년 하루가 더 지난 12월 25일에 발견됐다. 언제부터인가 대곡천 두 바위그림의 발견을 가리켜 누군가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2015 대곡천 반구대축제’를 나흘 앞둔 8일 오전, 축제의 인큐베이터나 다름없는 ‘반구대포럼’ 사무국을 찾았다. 울산과학대 남부캠퍼스 후문이 빤히 바라다 보이는 중앙농협 무거지점 건물 2층의 아담한 공간. 김홍명 상임대표(축제 대회장·사진 왼쪽)과 이달희 공동대표(축제 집행위원장·사진)가 동시에 객을 맞는다.

“참, 제 생일도 12월 25일이에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란 말 뒤끝에 나온 김 대표의 첨언이다. 김 대표는 포럼 출범 이전에도 반구대와 인연의 끈을 붙들고 있었다. 1998년엔 ‘반구대 암각화 연구회’ 회장 취임을 계기로 문화예술 여러 분야의 작가들과 어울려 ‘반구대 암각화’를 주제로 한 작품전시회를 문예회관 1전시실에서 개최했다. 이후 파리의 한국문화원, 도쿄의 ‘이케다 갤러리’, 런던의 ‘디 에어 갤러리’에서 번갈아가며 개인전도 열었다.

▲ 이달희교수.

-반구대포럼, 창립 2년반…전국 회원수 500명

반구대포럼이 언제, 어떤 취지로 만들어졌고 어떤 분들이 참여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포럼 창립의 산파역을 맡았던 이달희 대표가 바통을 넘겨받는다. “2012년 9월에 논의를 시작했고, 공식 창립 날짜는 2013년 2월 5일이었지요. 회원이 처음엔 20여 명에 불과했지요.”

출범한 지 2년 반을 넘긴 셈이다. 지금은 회원 수가 500명을 헤아린다니 귀를 의심할 만한 발전이다. 회원은 울산시민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산과 대구, 서울·경기 지역에 30∼40명씩 둘 정도라니 ‘전국구’라 부를 만하다. 이 대표가 설명을 덧붙인다. “암각화 연구하는 전문가만 포진한 게 아닙니다. 암각화를 활용하는 문화예술계 학계 언론계 인사와 대학생, 암각화를 좋아하는 일반국민들도 기꺼이 회원으로 가입하십니다.”

포럼이란 수레를 앞에서 이끄는 분들의 면면은 보아하니 결코 가볍지가 않다. 부총장 이력의 김재성 울산대 교수, 김매자 울산병원 부원장, 차의환 울산상의 상근부회장, 홍맹곤 전 울산예총 회장, 정상태 포럼 직전대표, 이달희 대표 등 공동대표 6명에 김홍명 상임대표까지 합치면 대표만 7명, 아주 탄탄한 구성이다.

-설립 본뜻 ‘암각화 보존, 세계문화유산 등재’

그렇다면 설립 취지와 활동 방향은? 설립 취지는 ‘대곡천의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온전히 보존하고 아끼며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반구대포럼의 창립 선언문에서 읽을 수 있다.

포럼은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자료들을 조사, 수집, 연구하고 대곡천 암각화를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과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해 암각화의 인류문화적 중요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대곡천 암각화의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을 교육, 홍보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활동 방향은 지난해 1월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 임시보존의 한 방편으로 ‘가변형 투명 물막이(카이네틱댐)’ 설치 계획을 밝혔을 때 반구대포럼이 낸 1월 15일자 성명서에서 엿볼 수 있다.

포럼은 성명서에서 “세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걸작인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만의, 우리 민족만의 보물이 아니며 온 인류의 문화유산”이라고 전제한 뒤 “지난 10년 이상 수많은 국무총리, 장관, 그리고 정치인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하는 동안 모진 물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이제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훼손됐다”고 개탄한 바 있다.

포럼은 결론적으로 말한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이자 국보 285호인 반구대 암각화가 졸속 문화재보존정책의 희생양, 즉 실험과 연습의 대상이 돼서는 안되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반드시 등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공허한 반구대 메아리’ 정도로 치부될 뿐 끝내 울산시의 진지한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만다. 반구대 암각화의 영구보존 대책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방법에 대한 엇갈린 시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 김홍명교수.

-22일 반구대축제 성공여부, 시민 성원에 달려

이달 22일은 암각화 발견 45년 만에 열리는 ‘제1회 대곡천 반구대축제’가 제1장 제1막을 올리는 날이다. 이번 행사에 반구대포럼은 어떤 기대를 걸고 있을까.

이달희 대표가 설명에 나선다. “이번 축제가 반구대 문화유산을 시민과 국민의 품속으로 돌려주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반구대포럼이 추진하는 3대 목표는 반구대 문화유산의 대중화, 국제화와 브랜드사업화다. 이 대표는 그 첫걸음이 반구대축제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축제의 성공 여부는 오직 울산시민들의 지지와 응원 크기에 달려 있다고 굳게 믿는다.

첫 테이프를 끊는 반구대축제가 반구대 문화유산의 보존이나 ‘대곡천 암각화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했다. 그의 답변은 분명하면서도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등재 조건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로 ‘문화재가 있는 지역사회의 지지와 성원’을 지목한다.

그러면서 ‘애정 어린 동참’을 울산시민들의 감성에 호소한다. 시민 한분 한분이 이번 행사를 ‘우리 집 행사’로 여겨 널리 알리고 적극 참여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는 반구대 문화유산을 ‘몇 십 년 방치해 둔 집 뒤뜰의 쓸모없는 돌’에 비유한다. 또 이번 축제를 ‘그 돌을 꺼내서 해묵은 흙과 세월의 흔적을 닦아내고 그 참된 가치를 알아보는 행사’라고 힘줘 말한다.

-“반구대축제, 알찬콘텐츠 개발이 남은 과제”

김홍명, 이달희 포럼 대표는 반구대축제 준비 과정에서 겪었던 마음고생도 털어놓는다. 정말 힘들었던 일은 재정적 어려움이 아니라고 말한다. 누구라고 꼬집어 지적하지는 않으면서도 “정작 앞장서서 해야 할 분들이 뒷짐만 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술회한다.

올해가 처음인 ‘대곡천 반구대축제’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그 해답은 김홍명 대표의 언급에서 찾을 수 있다. “쉽지 않겠지만 문화재청, 울산시, 울주군 관계자들과 상의하고 축제 전문가들의 조언도 받아들여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축제를 위한 축제가 아니라 반구대 문화유산을 나라 안팎으로 널리 알리고 지역 발전에도 도움 되는 쪽으로 꾸려 간다면 축제 횟수는 계속 늘어나지 않을까요?”

이번 ‘제1회 대곡천 반구대축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반구대포럼이 실질적으로 주관하지만 주최자는 울주군이다. 문화재청이 해마다 선정하는 ‘생생문화재 선정’에는 지자체 동반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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