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는 시대적 대세다
임금피크제는 시대적 대세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8.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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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Icarus)의 아버지는 유명한 발명가였으나 왕의 노여움을 사게 돼 자신이 설계한 미로에 부자가 함께 갇히게 됐다. 유일한 탈출구는 하늘뿐이었다. 유능한 발명가가 그대로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탈출에 성공한다. 이때 아버지는 이카루스에게 신신당부한다. “아들아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하지만 하늘을 나는 마법에 도취된 이카루스는 그 말을 깜박 잊고 점점 더 높이 올라간다. 결과는 뻔하다. 밀랍으로 만든 날개가 뜨거운 태양열에 녹아서 바다로 떨어져 죽음을 맞게 된다. 이를 ‘이카루스의 날개’ 혹은 ‘이카루스의 추락’이라고 한다. 끝없는 인간의 욕망을 경계하는 우화로 널리 인용된다.

하지만 사람 욕심을 무조건 탓해서도 안 된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여러 문명혜택은 많은 욕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요한 것은 적정한 수준이다. 밀랍으로 만든 날개도 태양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했을 땐 비행을 위한 최고의 수단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최대화두는 ‘임금피크제’다. 근로자의 나이가 어느 시기에 달한 이후부터는 임금을 내리는 대신 고용을 보장받자는 것이다. 임금과 고용의 맞교환인 셈이다. 이는 정부가 내년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라’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매우 황당하고 억울해 할 수도 있다. 연공서열에 익숙한 올드보이 입장에서는 더욱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많이 바뀌었으니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한창 성장가도를 달리던 고도성장기 1970~80년대엔 임금피크제 같은 것은 생각할 수도 없던 얘기다. 제조업은 더욱 그랬다. 일손이 부족해 밥먹고 살만한 직장을 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소위 ‘고용없는 성장기’를 맞은 지금 기업규모는 커져도 일자리는 비례해서 늘지 않는다. 사람 대신 기계가 많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론 한국도 이젠 고임금 국가가 됐다. 더 정확히 말하면 대기업이 그렇다는 것이다. 울산의 3대 주력 업종을 이끌고 있는 대기업 근로자 임금은 한국 근로자의 평균임금에 비해 엄청 높다. 근로자 본인의 능력과 행운, 그리고 해당 기업의 발전이 낳은 결과이다.

그런데 이제는 잔칫상을 좀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예전에는 부잣집에서 잔치를 하면 인근에 사는 힘든 사람도 평소 먹기 힘든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기업 식구들이 “지금 이대로~”를 외치면 시쳇말로 바깥사람들은 손가락을 빨 수밖에 없다. 고용없는 성장으로 청년실업자들이 급증하면서 ‘3포 세대’니 ‘4포 세대’라는 기막힌 신조어가 생기고 있다. 솔직히 말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양보와 희생을 전제로 한다. 어느 누가 자기 임금이 깎이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그러나 눈을 조금 더 크게 뜨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내가 이 정도 임금을 받는 것은 내가 잘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몸담고 있는 회사의 덕분도 크다’고 생각하면 억울한 마음도 조금 줄어들 것이다. 또 임금을 조금 양보하는 대신 근로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다행이다. 사회 여론이 “임금피크제는 대기업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금피크제의 대상이 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자신의 희생이 바로 자기 자식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네~’라는 마음이 들 것이다.

대기업을 필두로 임금피크제가 본격 논의되거나 이미 노사가 합의한 곳이 늘고 있다. 시대적 추세요 대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정부의 강요라고 생각하기 전에 ‘내 자식들에게 숨통을 틔어준다’는 대승적 마음을 가져야 한다. 부모 세대가 조금 양보하면 내 아들 딸들이 희망찬 미래를 여는 데 큰 힘이 된다. 단 전제 조건이 있다.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의 일방적인 희생만 담보해서는 안 된다. 기업도 그에 상응하는 희생을 해야 한다. 임금피크제로 기업만 덕을 본다는 인식을 갖지 않도록 해당 기업은 근로자의 양보에 상응하는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임금피크제 본연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고, 우리 사회를 활기차게 만들 수 있다.

<이주복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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