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라는 감정
‘눈물’이라는 감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8.17 2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주 토요일 저녁 식사시간대에 방영되는 어느 방송의 음악 경연프로가 있다. 현역 가수들만 출연하는 재미나는 프로다.

출연자들이 대부분 젊은 가수라 필자에겐 눈에 익지 않다. 그렇지만 어느 때는 흘러간 국내외 히트곡을 리메이크하여 멋들어지게 불러 옛날 향수를 물씬 풍기게 한다. 요즘같이 찌든 세파에 신선한 묘미를 주어 그나마 큰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황홀한 음악에 도취되어 넋을 잃고 바라보는 방청석의 모습이 가끔 화면에 비친다. 그들은 음악을 듣고 평가하는 판정단이 되기도 하여 그 진지한 모습은 자못 심각하다. 눈물을 흘리는 ‘감동’의 장면까지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 텍사스 출신의 ‘레이 피터슨’이라는 오래전 팝송 가수가 있다. 그는 가히 4옥타브에 이르는 가창력을 갖고 있는 천부적인 가수다. 어릴 때 소아마비로 오랜 기간 병원생활을 하면서 병원환자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준 것이 가수가 된 계기다.

세상을 뜨기 전 그의 마지막 공연을 보면, 덥수룩한 흰머리에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열창하면서 호소하는 모습은 잔잔하게 가슴을 울린다. 틴에이저의 비극적인 사랑을 노래한 그의 대히트곡 ‘로라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오(Tell Laura I Love Her)’를 부를 땐 애절한 노랫말과 곡이 잘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어 감동을 주고 있다.

그 애절한 노랫말을 보면 이렇다. 로라와 토미라는 연인이 있다. 남자친구 토미가 로라에게 결혼반지를 사주기 위해 천 달러의 상금이 걸려있는 자동차 레이스에 참가한다. 경기 전 로라에게 전화를 하지만 통화를 하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레이스 도중 트랙에서 충돌사고를 당하는데 죽어가면서 그는 로라 어머니에게 애절하게 말한다. 로라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그리고 내가 없더라도 울지 말라고. 로라에 대한 사랑은 영원하다고 하는 비절한 내용의 가사다.

이같이 곡의 흐름, 높낮이, 강약, 게다가 그 음악에 어울리는 가사가 하모니를 이룰 때는 최고의 화성(和聲)이 되어 듣는 이로 하여금 진한 ‘눈물’을 자아내는 것 같다.

눈물이란 인간에게만 주어진 소중한 ‘감정표현’이다. 인간 이외의 동물에게는 감정이 없다. 집에 있는 강아지를 한번 웃게 해 보라. 그 강아지가 웃는가. 그것은 인간에게만 웃음보가 있고 눈물샘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렇게 감동과 슬픔의 눈물은 왜 흐르는 걸까? 그것은 서로 반대의 느낌인데도 감동을 느낄 때나 슬플 때나 똑같이 눈물이 흐르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일찍이 앙분, 즉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해소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먼저 남에게 은혜를 입거나 반대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당하는 경우에 보상정애(報償情愛)라는 감정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보은을 하거나 보복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속에 쌓인 앙분, 특히 지식 정보에 관한 의식은 남에게 수다를 털어놓음으로써 해소된다. 경우에 따라 울음을 터트림으로써 그 앙분이 해소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4세기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슬픔, 즉 비극이 이처럼 카타르시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시학(詩學)을 쓰지 않았는가?

다시 말해 울음이란 슬픔이 주는 격렬한 감정을 해소시키기 위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동시에 감동할 때 발생하는 찡한 기분과 눈물 역시 그 감동이 격렬할 때 이를 해소시키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다.

감정은 우리 인간만이 갖고 있는 매우 소중한 표현이다. 그 소중한 감정은 표현되어야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명예교수>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