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그리고 미래(未來)
광복 70년, 그리고 미래(未來)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8.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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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릴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일’(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할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말 것을 외교 경로를 통해 요구했다’는 딴죽걸기를 즐겨하는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에 대해서는 미국이 불참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지난 3월 중국 정부로부터 전승절 행사에 대한 공식 초청을 받고 참석하는 쪽으로 검토해 왔으나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불참을 결정하면서 참석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달 13일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민대통합’과 ‘국가발전’을 위한 광복절 특별사면의 대상자를 확정한다. 수감 중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집행유예 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특사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 중인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도 특사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번 특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자를 중심으로 최대 200만 명이 대상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사면과 관련한 국민들의 호불호(好不好)는 설왕설래(說往說來) 중이지만 이왕이면 긍정의 힘이 발휘되길 기대한다.

오는 15일이면 광복 70년을 맞는 대한민국은 신흥국의 우등생으로 손색이 없다. 한국은 제1차 경제개발 계획에 착수한 1962년부터 1991년까지 30년간 연평균 9.7%의 경이적 경제성장을 했다. 30년의 고성장기 이후 1992∼2011년의 20년은 연평균 성장률 5.4%의 중성장기였다.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의 분단국이 짧은 기간에 선진국의 문턱까지 이르렀다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2년부터는 3% 이하의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최근 우리나라의 조선 철강 화학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모두 휘청거리자 ‘산업절벽’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도미노 현상으로 성장이 정체되면서 일자리가 격감하는 ‘고용절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정이 이러하자 우리나라 국운 융성기는 임계점에 다다른 것 같다고 단정적으로 예단하는 전문가도 많다. 정치 또한 제도적 민주화를 달성한 정도를 넘어 과잉 민주주의의 폐해를 걱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박근혜 대통령이 늦게나마 경제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성장동력 재점화로 선회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 개혁에 가속도가 붙은 경쟁국 일본이나 영국과는 달리 한국은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초록은 동색이라 애국심으로 긍정적인 논조를 가지고 싶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미래는 밝지 않다. 각종 규제와 인건비 부담 증가, 기업 경영권 방어를 위한 주식 매입으로 투자 빙하기가 찾아올 공산이 크다. 무차별 복지에 따른 재정적자 증가는 심각한 ‘재정절벽’을 불러올 수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1%대, 2030년대 0%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서비스업 규제 혁파와 진입장벽 철폐, 노동시장 유연화가 저성장의 덫을 타개할 해법이지만 개혁이 결실을 거둘 것인지는 의문이다.

최근 ‘아버지의 나라’ 케냐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나이로비에서의 마지막 연설에서 한국을 언급했다. 1961년생인 오바마는 “내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케냐의 국민총생산이 한국보다 많았지만 지금은 한국이 훨씬 잘사는 나라”라며 케냐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가 언급한 두 나라의 ‘과거와 현재’는 해외 학자들의 책에서도 종종 눈에 띄는 내용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번성하고 한때나마 중국에 기죽지 않고 살았던 ‘대한민국 67년’의 국운이 한계에 다다른 안타까움을 느낄 때면 ‘인생이나 사물의 성함과 쇠함’을 뜻하는 영고성쇠(榮枯盛衰)의 법칙이 생각난다. 하지만 한국은 정말 무서운 나라다. 한다면 하는 나라다.

광복 70년을 맞이하여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다짐하는 디딤돌과 마중물을 다시 점검하고, 성장의 사다리를 재건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신영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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