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치권에 고함 1
지역 정치권에 고함 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8.10 2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속적인 폭염과 열대야에도 불구하고 내년 4월 총선을 향한 지역 정가의 움직임이 매우 분주하다. 여권은 여권대로, 야권은 야권대로, 출마예상자들은 참모진과 측근들을 동원해 당내 경선 방식에 따라 유리한 고지를 위한 당원 확보, 지지세력 다지기와 확산에 이어 각종 행사에 명함을 내밀며 얼굴 알리기에 바쁘다.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곱씹어 볼 말이다. 선거 때가 되면 하나같이 시민과 지역사회,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며 목에 핏대 올리며 굽실거린다. 권력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으로부터 얻은 권력을 국민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겠다며 지지를 호소한다.

하지만 막상 당선되고 나면 신분 급상승과 권력이 동시에 주어진 탓인지는 몰라도 유권자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거기에다 마치 지역구의 영주처지난달 22일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발표에 따르면 임기 10개월을 앞둔 제19대 국회의원 공약 이행률이 39.5%로 나타났다. 추진 중인 공약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낮은 수치다. 남은 임기 동안 얼마나 이행될지도 의문이다. 결국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공약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다. 당선을 위해 유권자를 끌어들이는 수단이 아니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더군다나 울산지역 국회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은 형편없다. 전국 평균의 절반을 겨우 넘는, 꼴찌에서 세 번째인 21.5%다. 가까운 경남 52.8%, 부산 53.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야권지역인 광주는 45.8%다. 선거 당시에는 여당의 힘 있는 후보, 다선 강조하며 지역 발전 운운하며 독식했지만 성과 면에서는 오히려 일부 야권지역에도 훨씬 못 미친 것이다. 나머지 87.1%는 추진 중이라고 하지만 향후 얼마나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신 차리고, 일 좀 하시라. 초심을 잃지 말고 무엇이 진정 사회와 국가, 정치 발전을 위한 것인지 깊이 고민하시라. 묻고 싶다. 과연 당신들의 진정성은 무엇인가. 진정성이 있기는 한가. 앞치마 두르고 배식봉사에 나서고, 헬멧 쓰고 노동현장 방문하는 것이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것은 일종의 쇼에 불과하다.

과거 노무현은 떨어질 거 뻔히 알면서도 연달아 불리한 지역에 출마했고, 박근혜는 당이 풍전등화에 처했을 때 여의도 맨땅에 천막을 쳤다. 천정배는 의원직 사퇴서를 내고 민생포장마차를 끌고 전국을 돌았고, 복귀 후에는 국회를 떠난 기간 동안의 세비를 받지 않았다. 또한 이정희는 촛불 시민과 함께 호송차량에 끌려갔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쇼라고도 하지만, 쇼라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하고 차원이 다르다. 유권자는 정치인의 말이나 행동을 백 퍼센트 믿지는 않지만, 이런 쇼도 못 보여주면서 무게나 잡고 급이나 따지면서 거물 행세를 하거나 권력에 아부하고 정치적 기득권에만 매달리는 모습만 보이면 국민은 등을 돌리게 되어있다. 무엇보다 정치인에게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첫째 조건은 진실이다. 솔직하고 정직해야 한다. 마음을 열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스스로 양심으로부터의 자유로워야 한다. 두 번째는 자기성찰이다. 여기에는 구구한 변명이 따라서는 안 된다. 세 번째는 행동과 실천이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특권 앞에 무릎 꿇지 않아야 한다. 자기희생이 전제되어야 하고 행동의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 김태호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일부에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으니까 낙선 부담을 피하고 대선으로 직행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필자는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밝힌 불출마 배경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연소 군수, 도지사를 거치면서 몸에 배인 스타의식과 조급증은 초심이 사라지고, 국민의 귀가 닫히고, 내 말만 하려고 하고, 말은 국민을 위한다지만, 그 생각의 깊이는 현저히 얕아졌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비어가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다음 선거 출마를 고집한다면 자신을 속이고 국가와 국민, 그리고 누구보다 저를 뽑아준 지역구민 여러분께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 더욱 공부하고 연마해서 내공을 키우겠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이것이 진정 정치인의 진정성이며 자기성찰 아니겠는가. 내 아니면 안 된다는, 나여야만 한다는 자기당착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울산의 현역 국회의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정치인인가? 정치꾼인가? 권하고 싶다. 부탁하고 싶다. 제발 책 좀 보고 공부 좀 하시라. 부디 내공을 키우시라. 그리고 자신 없고 제대로 할 수 없으면 조용히 물러나시라.

<김종렬 시인 / ‘물시불 주막’ 주인>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