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친화적 온새미로 교육은 인성함양의 본보기”
“자연친화적 온새미로 교육은 인성함양의 본보기”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5.08.04 2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새미’는 순우리말 이름씨(명사)다. 국어사전은 “(주로 ‘온새미로’의 꼴로 쓰여)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긴 그대로의 상태”라고 뜻풀이를 한다.

2015년도 특색교육의 이름을 ‘온새미로’라고 붙인 학교가 있다. 울주군 범서읍 천상리 초입에 자리잡은 범서초등학교가 바로 그 학교다. 학생 1천120명, 교사 63명에 학급 수는 특수 2학급을 합쳐 46학급이나 된다. 그래서 교감도 2명인 이 학교는 지난 2월 제86회 졸업생을 내보냈다.

대식구를 거느린 이 학교의 특색교육은 크게 두 가지다. ‘온새미로 생태인성교육’과 ‘태화강 범서 수상안전 캠프’가 그것. 이 두 가지 모두 이성걸 교장(52·사진)이 지난해 9월 1일 부임한 이후 시작됐고, 뉴스를 탈 때마다 전국 규모의 관심과 화제를 모았다.



-“온새미로요?‘자연 그대로’란 뜻이지요”

교장실을 찾은 것은 지난달 30일. 어눌하면서도 투박해 보이는 이 교장 특유의 말씨가 이어진다. “아, 온새미로요? 자연 그대로, 있는 그대로라는 뜻 아닙니까.”

온새미로 교육에 대한 구상은 부임 직후부터 시작된다. 논에다 미꾸라지와 논고동을 풀어 친환경농업의 소중함을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게 한다. 가을걷이로 거둔 쌀로 떡을 빚어 지역사회에 돌리면서 나눔도 실천한다. 추수가 끝난 뒤에는 밀씨를 심고 이듬해 5월에는 아이들에게 ‘밀사리’ 추억도 선물해 준다.

하지만 농지 구하는 일이 가장 큰 숙제였다. 이 교장은 ‘교육계 어른’으로 모시던 박석종 전 강남교육장을 지난해 가을에 만나 고민의 일단을 털어놓는다.`농사체험이 아이들 인성교육에 도움이 될 거라고 조심스레 말문을 연다. ‘모든 일의 기본은 자연에서 온다’는 신념을 버린 일이 없는 이 교장은 이런 말도 건넨다. “우리 아이들에게 배려와 나눔, 질서와 협동 정신을 길러주는 데는 농사체험만한 것도 드물지 싶습니다.”



-박석종 前교육장, 논 세 마지기 흔쾌히 기부

하늘이 도운 것일까. 숙제는 두 선후배 교육자의 대화 과정에서 의외로 쉽게 풀린다. 박석종 전 교육장이 선바위 근처 입암뜰에 있는 당신의 논 세 마지기 약 1천평(3천56㎡)을 무상으로 빌려주겠노라 흔쾌히 제안한 것이다.

지난 5월 8일, 교장실에서는 논 주인도 손을 맞잡은 가운데 ‘생태인성교육장 교육기부(무상임대) 업무협약’이 체결된다. ‘온새미로 교육’이 날개를 다는 순간이었다.

이 교장과의 인터뷰를 잠시 멈추고 박성종 전 교육장의 소감을 물어보았다. 소작료라도 받아야지 않느냐는 우스개도 곁들였다. ‘소작료’ 이야기를 그는 웃음으로 넘겼고, 이 교장의 인성교육론에는 전폭 지지를 보낸다고 했다. “이 교장이 좋은 일 하겠다는데 열심히 도와야지요. 영농체험을 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경작권을 넘기자는 건데, 오히려 제가 더 흐뭇하네요.”



-날개 단 생태인성교육‘손모내기 체험’

박 전 교육장을 천군만마로 삼은 이성걸 교장은 지난 3월 중순, 온새미로 교육의 취지를 학부모들에게 먼저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처음에는 의아해하거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학부모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은 ‘믿고 맡겨보자’며 ‘교장선생님’에게 무한신뢰의 ‘V’자를 그려 보였다.

학교에서는 4월 하순, 육묘장(울주군 섬뜰농장)에서 손모내기용 모판을 주문하고, 5월 초순에는 아이들의 손을 빌려 ‘논두렁 만들기’ 마무리작업에 들어간다. 5월 하순에는 기계로 모판을 옮긴 다음 아이들에게는 손모내기 방법과 못줄 잡는 법을 설명하고 교사들에게는 사전연수의 시간을 준다. 이 의미 가득한 일에는 울산시농업기술센터와 범서농협도 도움의 손길을 뻗친다.

학교 체육관과 운동장에서 진행된 5월 28일의 ‘모내기 시뮬레이션’은 최종 리허설이나 다름없었다. 닷새 뒤인 6월 2일 범서초등학교 4, 5, 6학년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등 700여명이 전통 손모내기 작업을 위해 바지를 걷어 올렸다. 김복만 교육감도 자리를 같이해 전통 써레질을 시연해 보였고 이성걸 교장도 그 뒤를 따랐다.



-교사들과 머리 맞대고… 내년5월엔‘밀사리’체험

이날 행사는 전국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됐다. ‘온새미로 교육’이 인성교육의 가치를 안팎으로 과시하며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여드레 후 아이들은 모가 자라는 논에다 미꾸라지와 우렁이를 손수 풀어주며 ‘친환경농업’의 의미를 새겼다.

이성걸 교장은 매사를 혼자서 독단처리 하지는 않는다. 김유진, 민승욱 두 교감과 부장교사들과도 수시로 머리를 맞댄다. ‘연간 추진계획’도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계획에 따라 입암뜰의 체험학습장 관리는 6월 중순부터 10월 초순까지 4H, RCY, 컵스카우트, 걸스카우트, 아람단과 같은 6개 교내 청소년단체에 맡기고 있다. 10월 중순에는 가을걷이와 함께 우렁이·미꾸라지 잡기 도전에 나설 참이다. 10월 하순에는 첫 추수의 보람인 햅쌀로 떡을 빚어 지역사회에 나눌 예정이다. 늦가을인 11월 초순이면 밀씨 뿌리기를 끝내고, 내년 5월이면 ‘밀사리’ 재미에 빠져들 것이다.

 

▲ 지난 6월 2일 울주군 범서읍의 한 논에서 열린 범서초등학교 모내기 체험 행사에서 이성걸(앞줄 오른쪽) 교장이 학생들과 모를 심고 있다. 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범서 수상안전캠프…‘생존수영 체험’의 모판

이성걸 교장의 교육이념은 한마디로 ‘실사구시(實事求是)’다. “초등학생 때는 우리 사회와 이 시대가 바라는 실질적, 현실적, 창의적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실천하는 데 체험교육만한 것이 더 있겠습니까?”

‘온새미로 생태인성교육’과 ‘태화강 범서 수상안전캠프’ 구상도 캠프의 핵심인 ‘생존수영’ 개념도 그런 관점에서 나왔다. ‘수상안전캠프’의 목적은 실질적인 수상안전교육을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유사시 수상 대응능력(적응력)을 높이는 데 있다. 물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도록 돕겠다는 뜻이다.

이런 목적의식으로 무장한 4, 5, 6학년 학생 553명이 ‘물과의 전쟁’을 치른 것은 지난 7월 7일부터 사흘간. 장소는 선바위와 그 아래 수중보 사이였다. 교사, 학생 모두 60벌의 구명동의를 번갈아 껴입고 캠프에 임했고 ‘공수특전사 아저씨’ 16명도 캠프 활동을 도왔다.

범서초등은 울산지역 공립학교 중에서 유일하게 수영장을 갖춘 학교. 그러나 ‘생존수영’을 익히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야외 캠프 훈련이다. 올해 캠프의 목표는 ‘전 학년 생존수용 16차시 실시’ 및 ‘수영 급수제’ 실시다.



-“교육이념의 현실접목, 교장 되니 손에 잡혀”

이성걸 교장은 특색교육의 꿈을 평교사 시절부터 꿔 왔다. 하지만 마주치는 것은 언제나 ‘좌절의 벽’이었다. “소신대로 펼치고 싶었던 교육이념들이 이제야 손에 잡히는 것 같습니다. 교장 되기 전에는 꿈도 못 꿀 일이지요.”

그런 기회가 처음으로 주어진 지금, 이 교장은 가슴 뿌듯한 희열을 맛본다. 두 가지 특색교육이 기대한 대로 안착하는 모습을 볼 때는 그런 감회가 더하고, 그럴수록 자신을 다잡는 다. 오만은 많은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어서다.

울산제일중, 울산공고를 거쳐 진주교육대학을 나왔다. 울산대 교육대학원 과정은 2004년 2월에 마쳤다. 1984년 3월 1일 울주군 두서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으니 교단 입문 31년째다.

울산시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 장학사를 5년간(2003. 3~2008. 2) 지냈고, 범서초등 교장 발령 직전까지 시교육청 공보담당 장학관을 2년 반(2012. 3~2014. 8) 역임했다. 중고교 시절 기계체조 선수 경험을 살려 후학들에게 많은 메달을 안겨주었고, 2005년 울산 전국체전 때는 개·폐회식 진행팀장을 맡기도 했다.

주말이면 척과에서 가까운 고향마을(범서읍 두산리)에서 유실수, 관상수 가꾸기로 땀 흘리는 게 남다른 취미다.

글·사진=김정주 논설실장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