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철에 한마디 거든다
피서철에 한마디 거든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8.0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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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가 일주일째를 넘기고 있다. 이제 언론에서도 ‘찜통’을 ‘넘어 ‘가마솥’ 더위라는 표현을 쓴다. 전국이 절절 끓고 있는 형국이다.

때라도 맞춘 듯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다. 길이란 길은 다 막혀 피서를 가는 것인지 고생길을 자처하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다. ‘쏟아져 나온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도 많이 발생한다. 차량 사고뿐 아니라 피서지에서도 각종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든지 인명이 다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 삼복더위에 왜 다들 떠나려고 안달을 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첫째는 탈출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엑서더스’다. 그동안 직장에서 집에서 가정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보낼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며칠간이라도 모든 것을 잊고 삶에 쉼표를 찍고 싶은 욕망이 앞서기 때문이다.

둘째는 아이들의 성화다. 방학을 맞았으니 엄마 아빠를 말 그대로 놓아주질 않는다.

길이야 막히든 말든 경제 사정이야 넉넉하든 말든 그런 건 부모들의 사정일 뿐이다.

다음으로는 남이 가니깐 나도 안가면 어쩐지 억울한 느낌이 들어서는 아닐까?

각설하고 떠나는 것은 여하튼 잘하는 일이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체험도 해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많은 이들이 ‘피로증후군’에 시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필자는 울산의 대표적인 피서지 중 한 곳인 강동동 산하해변 근처 사무실에 근무를 하고 있다.

매년 여름 피서객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우습기도 하고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때가 되면 해변은 총천연색 파라솔이 펼쳐지고 수많은 피서객들이 몰려 저마다의 추억을 쌓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만만찮다. 지속적인 계도와 안내방송, 그리고 자원봉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문제는 여전한 숙제다. 치우는 사람 버리는 사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피서객들의 안전의식 수준이 생각보다 낮다.

안전장구 없이 바다로 뛰어드는가 하면 특히 데리고 온 아이들은 거의 방치 수준이다. 사고는 한 순간이다. 특히 산하해변은 수심이 깊고 급경사여서 조금만 바다 쪽으로 나아가도 위험하다.

이러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북구청에서는 몇 해 전부터 안전한 물놀이를 위한 가족용 물놀이 풀장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울산의 각 지자체에서도 시민들을 위한 물놀이장을 개설해 편의성을 도모하고 있지만 북구의 경우 바다라는 천혜의 지리적 조건을 이용, 피서객들의 안전을 더욱 챙긴다는 면에서 해마다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화두는 ‘안전 한국’이다. 이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지만 현장에서 수고하는 이들은 언제나 이 ‘안전’ 문제에 신경이 곤두설 대로 서있다. 하지만 누구로부터의 보호가 아니라 스스로의 보호에 우선 눈을 돌려야한다.

피서(避暑)는 말 그대로 ‘더위를 피하여 시원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므로 열 받는 일을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 필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 산이든 계곡이든 바다든 할 것 없이 오는 사람마다 ‘고기를 구워먹는다’ 그 염천에 말이다. 피서지는 그야말로 거대한 ‘삼겹살구이 집’이 되고 만다. 짐도 어마무시하다. 마치 집 한 채를 옮겨놓은 듯하다.

이번 칼럼은 ‘잔소리’가 되어 버렸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지적이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화병’에 걸릴 처지다.

그래서 여러분이 어디를 피서지를 택하든 팁 하나를 제공할까 한다.

휴식은 요란한 것이 되어선 안 된다. 흥청망청은 더 피곤을 가져올 뿐이다.

차라리 소란스러움이 지나가면 저녁에 가족들이랑 오순도순 둘러앉아 별자리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가져간 시집이나 오싹한 추리소설이라도 한 권 읽으면 어떨까? 그도 아니면 여러분이 들른 그 피서지의 역사 유적지도 한번 챙겨볼만한 일이다.

이번 여름은 더 뜨겁다. 우린 뜨겁게 살자고 말한다. 하지만 열 받고 살지는 말아야겠다.

이번 피서는 진정한 휴식이 되길 바란다. 남을 배려하고 자연을 보호하고 가족 사랑을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필요충분조건’을 채우는 멋진 휴가이길…

<이기철 인문학서재 몽돌 관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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