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골농가 덮쳤더니… 대규모 도박장
울산, 시골농가 덮쳤더니… 대규모 도박장
  • 주성미 기자
  • 승인 2015.07.2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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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현행범 40명 체포 조사중
▲ 29일 울산남부경찰서가 울주군 청량면의 한 과수원에서 도박을 한 혐의로 현행범 40명을 붙잡았다. 왼쪽 사진은 도박이 벌어진 과수원 작업장 내부와 사람들이 타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들이 주차돼 있는 외부. 김미선 기자

울산시 울주군 조용한 시골 마을의 과수원 작업장이 대규모 도박장인 속칭 ‘하우스’가 됐다. 현장에서 거액의 판돈을 걸고 도박을 벌이던 수십명의 사람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29일 오전 울주군 청량면의 한 과수원. 미국 수출용 배를 재배하고 있는 이곳은 이날 새벽 도박 혐의로 현행범 40명이 경찰에 붙잡힌 곳이기도 하다.

한눈에 봐도 한적한 시골에 있는 이 과수원은 주변에 수백그루의 배나무로 가득한 곳이다. 대신 마을을 관통하는 왕복 2차로에서 마을길을 따라 불과 3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접근성은 좋은 곳이다.

대문을 지나 한참 들어가야 주인 집이 나온다. 문제의 도박장은 여기에서도 야산에 펼쳐진 과수원으로 더 깊숙히 들어가야 찾을 수 있다. 배 저장고 옆 작업장인 이곳은 가을이면 작업자 6~7명이 숙식을 해결하며 배를 수확하고 포장작업을 하던 곳이다.

현장에는 벽면에 붙어있어야 할 싱크대가 삐뚤어져 있었고 식기는 찌그러진채 나뒹굴고 있었다. 주변에는 도박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 차량 9대가 가지런히 주차돼 있었다. 일부 차량은 렌터카였다.

부산에서 살다 귀농을 결심하고 남편과 함께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여주인은 현장을 확인하고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그는 “남편과 1박2일로 여행을 다녀와서 간밤에 잠들었는데 새벽 2시께 경찰관들이 우르르 와서 깜짝 놀랐다”며 “남편이 아는 사람 몇명이 왔다갔다하는 줄만 알았지 작업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작업장에서 벌어진 도박은 속칭 ‘빵개’라고 하는 종목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화투나 카드 등 패를 쥔 2~3명의 사람만 도박에 참여하는 것과 달리 ‘빵개’는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빵개’는 두 사람이 패를 나눠갖고 주변에 있는 이들이 각 패에 돈을 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승패를 결정하는 규칙이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압수된 정확 현금의 규모를 밝히지 않았으나 현행범의 수, 도박의 종목 등으로 미뤄 실제 판돈은 거액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바로 돈을 빌려주는 속칭 ‘꽁지’ 역할을 하는 이들도 포함돼 있을 수 있다.

이날 붙잡힌 이들의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남부경찰서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어떤 이는 경찰관의 이름을 줄줄 대면서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딘가로 전화를 하다 화를 내며 자신의 바지주머니에 있던 뭉칫돈을 집어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이 서로의 손목에 수갑을 찬 채 유치장 행 호송차량에 올라타면서도 “괜찮다”, “걱정마시라” 등의 말로 위로하는 웃지 못할 장면도 연출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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