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재판
돌고래 재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7.2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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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도시’ ‘고래바다’라는 유명세 탓인지 울산에서는 고래 문제로 법정에 서는 일이 다른 지방보다 유난히 많다. 며칠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울산지법은, 지난 4월 울산 앞바다에서 밍크고래를 작살로 찍어서 잡은 선장 A씨에게 징역 1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선원 3명에게는 징역 8∼10월에 집행유예 2년씩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밍크고래가 멸종위기 개체군으로 현행법상 포획을 금지하는데도 이를 알면서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고래작살’ 문제는 10년 전 IWC 국제포경위원회) 연차총회가 울산에서 열렸을 때도 제기된 적이 있다. 당시 그린피스(Green Peace)와 행동을 같이한 울산환경연합은 “고래작살이 부산 국제시장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며 사진까지 내보이며 당국의 단속을 촉구했다. 그러나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후에도 고래작살 포경은 조금도 변치 않고 그 끈질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고래를 식용으로 삼는 음식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고래작살은 영원할 것이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밍크고래 살해 사건’을 인터넷으로 추적하다가 우연히 재미난 사실 몇 가지를 발견했다. 그 중의 하나는 범고래, 밍크고래도 그 종류에 들어가는 ‘돌고래’의 딴이름이 여럿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사전적 풀이는 ‘이가 있는 돌고랫과의 포유류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지만 이름은 다섯 개가 더 있었다. ‘물돼지’라는 순우리말 외에 돼지한 뜻의 ‘돈(豚)’ 혹은 ‘저(猪)’를 갖다 붙여 강돈(江豚), 진해돈(眞海豚), 해돈(海豚), 해저(海猪)로도 부른다는 것.

다른 하나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오르는 ‘돌고래 재판’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제이누리’라는 언론매체에서 끈질기게, 해를 두 번이나 넘겨 가며 보도한다. 2012년 2월 2일자 기사에서 이 매체는 “국내 돌고래 공연장의 남방큰돌고래 불법포획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며 ‘돌고래 공연장의 비인가 돌고래에 대한 국내 첫 재판’이란 점을 특별히 강조한다.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간 쪽은 핫핑크돌핀스’란 이름의 동물보호단체. 이 단체는 재판에 앞서 판사에게 ‘돌고래 공연 중단 및 방생 촉구’ 서명부를 전달한다. 소장에서는 “제주도 중문단지와 과천시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공연장에 갇힌 돌고래들이 불법 포획된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돌고래 공연이 동물학대로 인정되면서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중 영국 등 13개 나라에는 돌고래 수족관이 사라지고 없다”는 말도 덧붙인다.

결국 대법원까지 간 돌고래 재판은 2013년 3월 28일 ‘돌고래 4마리 몰수’ 판결로 막을 내린다. 그런데 이 법적 다툼 과정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깜짝 등장한 울산 남구청의 진술이 눈길을 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만 남겨둔 2013년 1월 14일, 국토해양부 관계자가 부산으로 내려가 몰수형이 선고된 남방큰돌고래의 처리방안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는 울산의 고래연구소, 서울대공원 및 제주도 관계자와 고래전문가도 동석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과 과천시 서울대공원에 2마리씩 나눠 주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때 범고래와의 아름다운 우정을 확면에 담은 영화 ‘프리윌리(Free Willy, 1993)’의 사례를 인용한 남구 쪽 답변이 걸작이다. 돌고래는 무리지어 사는 동물인지라 방류든 사육이든 함께 지내는 것이 가장 좋고, 2마리씩 따로 떼어 놓는다는 것은 결국 죽음으로 내모는 거나 마찬가지이니 4마리 모두 울산에 넘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

행인지 불행인지 제주 남방큰돌고래 무리는 방향타를 끝내 울산으로 돌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안 데려오기를 참 잘했다는 이야기도 더러 들린다. 가뜩이나 비좁은 수족관 안에서 강제노동 안 하게 된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이냐는 볼멘소리다.

<김정주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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