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 한반도 종주 페달 밟는게 꿈”
“회원들, 한반도 종주 페달 밟는게 꿈”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5.07.21 2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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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동구여성MTB연합 회장
‘일산 자전거 안전교육장’ 5기생 출신
가정주부 22명 모여 ‘잔차모’ 로 출발
태화강변·간절곶·보문단지·낙동강 종주
1년간 곳곳 투어… 정신·육체건강 자신
 

지난해 8월에 가정주부 22명이 호흡을 같이하면서 페달을 밟았으니 며칠 안 있으면 출발선상에서 스타트한 지 만 1년이 된다. 처음엔 ‘잔차모’란 애칭을 썼고 지금은 ‘동구여성MTB연합’이란 이름을 같이 사용한다. ‘잔차’라면 어릴 때 즐겨 부르던 ‘자전차’(←自轉車)의 준말이다. 여기에다 가정주부를 뜻하는 ‘어미 모(母)’자를 붙인 것은 모임의 색깔을 분명히 하자는 뜻이 숨어있다. (‘-모’는 ‘모임’의 뜻도 된다.)





혼성모임 거부→독립 “가정평화가 우선”

‘잔차모’ 출발 동기인 가정주부 22명은 대부분 사회적기업 ‘희망을 키우는 일터’가 운영하는 ‘일산유원지 자전거 안전교육장’에서 자전거 교습을 받은 5기(2013년), 6기(2014년) 교육생 출신들이다. 임원진은 올해 교습을 받고 있는 7기생 상당수가 새로 가입하면 회원 수가 170명으로 늘어날지 모른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잔차모’가 태어날 무렵 기존의 자전거동호인모임 일각에선 남성도 같이 참여하는 혼성(混性)모임의 결성을 제안했지만 이들은 한사코 반대하고 ‘분리 독립’의 깃발을 용감하게 흔들었다. “가정의 평화가 우선”이란 신념이 작용했다. 다른 모임과 일정한 거리를 두기 위해 숫제 ‘자전거’ 대신 ‘MTB(산악자전거)’란 용어를 쓰기로 했다.



50대 동구 가정주부가 중심…회원 70명

김명희 초대 회장(48·사진)과 최영미 의무담당(44)을 슬도마을(일명 성끝마을) 언저리 ‘커피 이야기, 고양이 똥’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토요일인 지난 18일 오후. 평소 같았으면 바람 소리, 파도 요리 요란했을 슬도(瑟島)도 이날만큼은 더 없이 평화로웠다. ‘커피 이야기’는 김 회장이 올해 초부터 직접 꾸려 나가는 커피숍 이름. ‘고양이 똥’은 김 회장이 제일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산 최고급 커피라 했다.

‘여성들만의 모임’이란 강점이 매력으로 작용한 덕분일까. 동구여성MTB연합 회원은 불과 1년 사이 70명으로 불어났다. 시속으로 따지든 분속으로 따지든 엄청난 빠르기다. 천기옥 시의원은 안전교육장 5기, 나은숙 건강가족센터 소장은 6기 출신이다. 공직 진출로 본의 아니게 열외가 된 분들이다.

회원은 대부분 50대 가정주부들. 60대 2명에 40대는 김 회장을 합쳐 3명이다. 그래도 이만하면 구색 맞추기로는 제격이 아닌가. 또 이 나이라면 아이들 다 키웠겠다, 남편 뒷바라지 잘해 왔겠다, 모자랄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본인들은 정작 갱년기의 꼬리표 같은 허탈감에 젖어들기 쉬운 시기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스트레스고 우울증이고 그래야만 속 시원히 날릴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녀들에겐 그 돌파구가 바로 MTB였다. 지금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짝사랑 연인과도 같은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태화강변은 기본…제주도·낙동강 종주도 해내

“돌아보니 1년 새 꽤 많은 곳을 다녀왔나 봐요.” 사실이 그랬다. 태화강변은 기본이고 간절곶, 영남알프스 언저리, 경주 보문단지 둘레길 탐사에다 낙동강 종주, 그리고 제주도 반 토막 종주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첫 번째 원정지였던 제주도 도전은 준비 과정이 육지 쪽과는 다소 차이가 났다. 자전거를 분해해서 항공편으로 먼저 부쳐야 했던 것. 제주공항 근처 용두바위에서 오른쪽 해안도로를 따라 반 바퀴를 돌아 나온 거리는 자그마치 220km. 제주도 해안 종주는 샛노란 유채밭의 유혹에도 흠뻑 빠져들 수 있었던 2박3일간의 상쾌한 라이딩(riding)이었다. 먼 거리 원정에는 보통 회원 15명 정도가 참여하지만 제주도에는 12명이 다녀왔다. 그리고 낙동강 종주는 안동댐에서 낙동강 하구둑길까지 380km를 꼬박 3박4일을 소비하며 주파하는 대장정의 길이었다.

좀 더 가까운 거리의 주행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 남구의 울산대공원, 울주군의 선바위와 간절곶, 북구의 연암재와 신명 주상절리, 중구의 성안옛길 등등. 그러고 보니 울산 안마당에선 안 가 본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일요일은 가정에 매달리지만 평일은 페달에 몸을 맡긴다. 가까운 거리라면 오전 9시에 출발해서 오후 1시면 돌아온다. 도시락이라도 싸는 날이면 귀가 시간이 오후 서너 시는 된다. 그런데 한두 번도 아닌 이런 강행군이 과연 여성들만의 힘으로 가능할까?

 

 



청일점 1명, 1톤짜리 포터로 안전 책임

누군가가 말한 적이 있다. 여성은 강인하면서도 연약한 존재라고…. 사실 무게가 10kg에서 12kg까지 나가는 산악자전거가, 타고 달릴 때는 모를 수도 있지만, 부주의로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망가진다고 가정해 보라.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금남(禁男)의 성역이지만 그래서 받아들인 유일한 남성이 동구여성MTB연합 고문 박상태씨(47)다.

박 고문은 자전거 행렬 뒤를 1톤짜리 포터를 몰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넘어져서 고장 난 자전거를 포터에 옮겨 싣는 것은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1톤 포터라면 산악자전거 15대는 족히 실을 수 있다. 장·단거리 단체주행의 밑그림도 대부분 그의 손을 거친다.

아무리 기본기가 잘 갖춰졌다 해도 자전거 타기는 늘 부상의 위험이 뒤따른다. 회원들이 다칠 경우도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응급치료 전문가인 의무담당 최영미씨의 회원 가입은 전체 회원들로서는 넝쿨째 굴러들어온 행운이었다. 의무기록사 자격증을 갖추고 사내결혼을 한 그녀는 남편의 직장 울산대병원의 의무기록실에서 한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밖에도 도우미는 많다. 정숙자 부회장, 황정숙 총무, 조수자 주행대장, 정숙지 주행부대장, 정진진 사진·영상편집담당 역시 ‘잔차모’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숨은 주역들이다. 나머지 회원 60여 명도 돌아가면서 친절한 도우미가 되곤 한다.



9월엔 영산강, 내년엔 4대강·서해안 일주도

“관절에 전혀 무리가 가지 않고 체지방도 싹 없애주죠. 이만한 유산소운동도 드물 거예요. 그리고 완주했을 때의 그 짜릿한 희열이란…” 김명희 회장은 자전거 타기를 안전교육을 받기 전부터 짬짬이 익혀 왔다. 그러다 보니 몸에 잔병이라고는 씻은 듯 가시고 없다.

다른 회원들도 예외는 없다. 모두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하다. 이러한 건강은 곧바로 가정의 평화, 부부의 금슬로 이어지기도 한다. 안전모를 쓴 회원들의 밝고 환한 표정에서도 어렵잖게 읽을 수 있다. 탄탄한 건강과 든든한 자전거주행실력을 밑천 삼아 후반기와 내년에는 통이 더 큰 도전장을 내밀 참이다. 9월에는 영산강을 한 바퀴 돌고 올 예정이고, 이 체험이 한층 무르익을 내년에는 4대강 종주, 서해안 답사의 깃발도 차례로 내다꽂을 계획이다. 30km를 1시간 안에 주파하는 실력파이자 악바리가 다 된 ‘동구여성MTB연합 회원 일동’의 이름으로.

김 회장은 훗날의 더 큰 꿈, 꿈같은 꿈을 결의에 차서 이야기한다. “저희들은요. 북한의 자전거 길이 탁 트이는 그날, 한반도 종주를 신나게 해낼 겁니다.” 더 이상 원도 한도 없을 거예요.” 김 회장은 그런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고대하면서 오늘도 바지런하게 바리스타의 솜씨를 뽐내고 있다. 김명희 회장은 젓갈로 유명한 충청북도 강경이 고향이다. 1994년, 현대자동차에 다니는 남편을 따라 거주지를 울산으로 옮겼고, 올해로 울산생활 만21년째다.

글·사진=논설실장 김정주/ 자료사진=동구여성MTB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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