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칼럼]환경(環境)의 중요성
[김성수 칼럼]환경(環境)의 중요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7.2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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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불볕더위에 견디다 못해 죽은 것으로 보이는 마른 지렁이 몇마리를 보았다. 아마도 빗속에서 다른 환경으로 이동하다가 미처 도달하기도 전에 그 지경이 된 모양이다. 아마존강 일대에 서식하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 ‘식인물고기’로 불리는 ‘피라니아’가 강원도 횡성 저수지에서 잡혀 결국 죽음을 당했다. 누군가 관상용으로 기르다가 저수지에 풀어준 것으로 추정된다. 골프연습장에 들어왔다가 그물구멍을 못 찾고 헤매다 끝내 지쳐서 떨어져 죽은 것으로 보이는 직박구리 한마리의 사체를 보았다. 이러한 실제 사례는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나쁜 환경이면 결국 죽음으로 끝난다는 사실이다.

환경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나 동식물 따위의 생존이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적 조건이나 상태” 혹은 “사람이 생활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가정적, 주변적 조건이나 상태”이다. 배움과 배움의 환경의 필요성은 고금을 통해 알 수 있다.

공자는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서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했다.(學而時習之不亦說乎)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라는 말은 심훈이 지은 계몽소설 상록수의 주인공 채영신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친 말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은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 맹자의 교육을 위해서 3번이나 교육환경을 바꾸어 실천한 사례로 현재도 두루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장, 묘지 등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나타나는 아동의 모방행동을 경험한 뒤 서당 근처로 교육환경을 옮겼다. 그 기대효과는 적중했다. 손님을 부르는 호객과 상두꾼의 상여소리와 상주들의 비통한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모방행동이 사라지고 훈장의 가르침과 학생들의 글 읽는 소리를 흉내내었다. 물이 그릇 모양에 따라 다르듯이 교육도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맹모가 경험한 삼천지교가 교육환경 개선의 대표적 사례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동양고전 ‘소학(小學)’에 ‘봉생마중 불부자직(蓬生麻中 不扶自直) 백사재니 불염자오(白沙在泥 不染自汚) 근묵자흑 근주자적(近墨者黑 近朱者赤) 거필택린 취필유덕(居必擇隣 就必有德)’이라는 구절이 있다. ‘마밭에 난 쑥은 세우지 않아도 곧게 서고, 흰 모래도 진흙을 만나면 물들이지 않아도 더러워진다.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지고 빨간 주사를 가까이하면 붉어진다. 살 곳을 고를 때는 반드시 이웃을 살펴 반드시 덕이 있는 사람 쪽으로 가라’는 뜻이다. 남쪽에서 자라던 귤도 북쪽에 옮겨 놓으면 탱자로 변한다는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말도 식물 또한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결국 식물이나 동물이나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불교 수행자인 승려도 주위 환경의 중요성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행자의 기초 교육서인 ‘자경문(自警文)’에도 환경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송리지갈 직용천심(松裏之葛 直聳千尋) 모중지목 미면삼척(茅中之木 未免三尺)’이라 적었다. ‘소나무 사이에서 자라는 칡은 천 길이라도 올라가지만 모(茅) 가운데 자라는 나무는 석 자를 면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소학의 비유와 다르나 의미에서는 같다. 아울러 야운 비구는 환경 못 않게 배움에 있어 스스로 스승과 벗을 선택함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조지장식 필택기림(鳥之將息 必擇其林) 인지구학 내선사우(人之求學 乃選師友)’로 함축하고 있다. ‘새가 쉴 때는 숲을 가려 앉듯, 사람도 배우려면 스승과 벗을 잘 선택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서 그 기대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좋은 숲을 찾으면 편히 쉴 수 있고 훌륭한 스승과 벗을 선택하면 학문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좋은 벗은 부모처럼 섬기고 나쁜 벗은 원수처럼 멀리해야 한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학은 까마귀를 벗하지 않는데 붕새가 뱁새와 벗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단호하게 경계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 스승과 벗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에 비하면 한낱 미물인 새도 쉴 곳을 선택하거니와 하물며 사람이 배움에 있어서 당연히 스승과 벗을 선택하지 아니하겠는가.

새가 나무를 선택하고 배움을 찾는 이가 스승과 학우를 선택한 것은 그 나무, 그리고 그 스승과 학우가 생태적, 교육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환경은 다른 말로 여건이라 말할 수 있다. 환경과 여건은 조성해야 하며 필요한 환경과 여건은 선택해야 한다.

울산의 유입인구가 평균 매년 1만2천명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전입자가 전출자보다 많다는 것은 개개인이 선호하는 다양한 환경이 울산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다양한 환경을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김성수 조류생태학박사·울산학춤보존회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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