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통해 날마다 행복”
“봉사 통해 날마다 행복”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5.07.1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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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경찰서 김은정 순경, 혈액암 말기 극복후 자원봉사로 ‘새 인생’
 

2011년 혈액암 종류인 호지킨림프종 판정을 받았다. 4기였다. 주변에서는 다들 살기 힘들거라고 했다. 다니던 직장을 휴직하고 치료를 받으러 서울 큰 병원으로 갔다. 혈액 투석 과정은 죽기보다 더 힘든 고역이었다.

얼추 완치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2년 후 다시 암이 재발했다. 2013년이었다. 두 번째 직장 휴직 후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울산울주경찰서 서생파출소에 근무하는 김은정(33·여·사진) 순경의 얘기다.

김은정 순경은 혈액 투석을 받고 완치 중에 있다. 올해 초 조심스레 복직도 결정했다.

치료 과정에서 생사를 다툰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무균실을 오가며 항암치료를 받았다. 백혈구 수치가 바닥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면역력 저하현상에 몸의 기운은 하나도 없었고, 몸무게도 10kg 가까이 줄기도 했다.

“병원 생활을 하면서 많은 환자들을 만났어요. 어제까지 같이 웃고 얘기하던 사람이 다음날 안 보이는 경우도 많았어요. 사람이 죽고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시간이 됐죠. 삶에 대한 자세도 좀 더 진지해졌고요.”

그는 새로 태어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봉사활동은 삶의 일부가 됐다.

지난 2013년에는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원으로 참여해 중미의 엘살바도르로 한달간 다녀오기도 했다. 부모님의 반대는 거셌다. 재발 위험 때문이었다.

“다들 말렸죠. 거의 몰래갔다고 보는 게 맞아요. 원래는 호스피스 봉사를 하고 싶었는데 치료 휴우증으로 약품 냄새만 맡아도 구토 증상이 올라왔어요. 그래서 해외오지봉사를 택하게 된거죠. 그곳은 오랜 내전으로 빈곤에 시달리는 곳이에요. 당연히 교육은 생각도 할 수 없죠. 거기서 머물며 아이들에게 문화와 교육을 전파하는 일을 했어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금의 남편도 만났다. 2013년 그가 투병 후 요양 중일 때였다. 양가 집안의 반대도 완강했다. 사랑으로 극복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365자원봉사단체가 있어요. 그곳에서 5살 연상인 지금의 남편을 만났어요. 제가 처한 모든 상황을 다 이해해준 고마운 사람이에요. 지금도 매주 1번씩 남편과 함께 장애아동이나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화나 수영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어요.”

김은정 순경의 봉사활동은 이 뿐만이 아니다. 유니세프 정기 후원을 통해 가나에 있는 7살 아이에게 매달 후원도 하고 있다. 또 대한적십자사가 발급하는 인명구조자격증(라이프가드)도 땄다.

“경찰이란 직업도 결국 남을 돕기 위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평생 이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올해 여름은 서생이나 강동 앞바다에서 인명구조 봉사활동도 해볼까 생각중이에요.”

김 순경에게 꿈을 묻자 “우리의 인생이란 게 다음날 어떻게 될 지도 모르잖아요. 하루를 더 살더라도 행복한 마음으로 살자는게 제 모토에요. 그 행복의 중심에는 남을 돕는 일이 있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구미현 기자

▲ 2013년 혈액암 항암치료를 마치고 중미 엘살바도르로 해외봉사활동을 떠난 김은정 순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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