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향이 들려주는 ‘아리랑 판타지’
울산시향이 들려주는 ‘아리랑 판타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7.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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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립교향악단이 지난 10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아리랑 판타지’를 연주했다.

이날 음악회는 ‘평화, 자유, 인권, 사랑’이라는 가슴 뭉클한 슬로건으로 열렸다. 울산시향이 지난달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과 UN본부에서 공연했던 것을 기념해 마련된 음악회였다. 이날 공연의 레퍼토리는 미국 공연에서의 레퍼토리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었다.

첫 연주곡이었던 ‘아리랑 판타지’는 민요 ‘아리랑’을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작품이다. 북한의 작곡가 최성환(1936~1981)이 1976년에 편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곡은 국제 스포츠 대회에 남북이 단일팀을 이뤄 참가할 때 단가로 쓰여 왔다.

울산시향은 미국공연을 기획하며 이 곡을 선곡했다. 남과 북에서 같이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을 그곳에서도 들려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김홍재 지휘자는 이날 공연 앵콜곡으로 ‘임진강’을 들려줬다. 미국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임진강’도 원래 북한에서 만들어진 노래이다. 재일동포인 김 지휘자가 관현악곡으로 편곡했다.

노래 ‘임진강’은 재일동포들의 최고 애창곡일 뿐 아니라 일본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1960년대 활동했던 일본의 전설적인 포크 그룹, ‘더 포크크루세이더즈’의 대표곡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만들어진 이 노래가 재일동포들에게도 전해졌고 또 일본인 가수들이 일본어 가사로 바꿔 부르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더 포크크루세이더즈’가 ‘임진강’을 부르게 된 계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도 나왔다.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의 영화 ‘박치기(パッチギ)’는 2004년 일본에서 개봉된데 이어 2006년 국내에도 소개됐다. 교토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도 노래 ‘임진강’은 주제음악으로 활용된다.

김홍재 지휘자는 ‘평화, 자유, 인권, 사랑’이라는 주제의 음악회에서 ‘아리랑 판타지’, ‘임진강’과 같은 북한에서 만들어진 곡들을 선곡했다.

재일동포들은 내국민보다도 조국의 분단으로 인한 고통을 오히려 더 겪고 있다. 김 지휘자는 2005년에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한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부터 재일동포들은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까지는 40년의 세월이 더 걸렸다. 복잡미묘한 재일동포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김홍재 지휘자에게 ‘평화’, ‘자유’, ‘인권’, ‘사랑’이라는 개념은 ‘통일’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수렴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남북한에서 같이 연주되는 곡을 이번 미국 순회연주에 들고 나간 것으로 보인다.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고 있다. 통일이 민족의 제일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남북관계가 호전될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제법 활기를 보이던 각종 교류들도 전면중단된 상태다.

울산시향은 이 암울한 시대에 통일의 염원을 담은 곡들을 연주한 것이다. 염원조차 포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김홍재 지휘자는 2007년 11월 울산시향 제8대 지휘자로 부임했다. 그는 울산에서의 첫 무대에서도 ‘임진강’을 들려줬다. 지난해 6월에는 안익태의 ‘코리아 환상곡’을 연주하고 앵콜곡으로 이 곡을 연주했다. 지난 4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대한민국교향악 축제에 참가한 울산시향의 앵콜곡도 ‘임진강’이었다.

<강귀일취재2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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