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락을 꿈꾸며
쇄락을 꿈꾸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7.0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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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가뭄 끝에 간간이 비가 내려 우려했던 밭작물은 한숨을 돌린 듯하다. 마늘과 양파, 감자는 이미 걷이가 끝났고 수확량도 만족스럽다. 밭고랑을 차지한 잡풀이 성가시지만, 이 또한 비온 뒤의 결과라 호미질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모든 것이 참하고 곱다.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마당에 물 뿌리는 일이 잦아졌다. 풀풀 나는 먼지도 문제지만 후텁지근할 때 찬물을 뿌린 후의 상쾌함과 시원함이 좋다. 이를 두고 옛 성현들은 쇄락(灑落)이라 표현했다.

또한 이와 비슷한 의미로 광풍제월(光風霽月)이 있는데, 오랫동안 밤늦도록 내리던 비가 멈추고 뜰 앞에 나가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맑은 달을 바라보는 마음을 일컫는다.

따라서 옛 사람들은 온갖 시름과 고뇌가 씻은 듯이 사라져 맑은 마음의 상태를 ‘쇄락’이나 ‘광풍제월’에 비유했던 것이다. 국어사전에도 쇄락은 기분이나 몸이 상쾌하고 깨끗한 상태, 광풍제월은 마음이 넓고 쾌활하며 시원스러운 인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되어 있다.

사실 조선을 지배했던 성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쇄락이나 광풍제월의 경지에 이르게 하기 위해 자신을 닦는 학문이었다. 즉 옛 성현들의 위대한 가르침을 배워 자신의 마음을 갈고 닦는 수행과정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옛 사람들은 서원이나 자신의 집 현판에 ‘쇄락’이나 ‘광풍제월’을 아로새겼고, 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 상태를 치열하게 점검했던 것이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1130-1200)의 스승이었던, 흔히 연평선생으로 불렸던 이통(1093-1163)의 가르침 중에 소통에 대하여 얼음과 물을 비유한 대목이 나온다. 고착된 자의식을 상징하는 얼음이 둥근 그릇과 소통하려면 반드시 충돌하게 되어있다. 즉 모남과 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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