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가 알려주는 역사
기와가 알려주는 역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7.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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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 조각은 건축물이 있었던 유적지 발굴현장에서 가장 많이 수습되는 유물이다. 학술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울주군 청량면 율리 영축사지에서도 대량으로 수습된 기와조각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기와 조각들은 발굴 현장 구석에 더미로 쌓여 있다. 흔한 것같이 보이기도 하는 이 기와조각들은 저마다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 그 특징들은 기록자료로 남아 있지 않은 역사의 빈 공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 기와조각들을 모아 정리한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 흥미롭다.

특별전은 울주군 두동면 대곡댐 인근에 있는 울산대곡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기와가 알려주는 울산 역사 - 성(城)과 사(寺)의 성쇠(盛衰)’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특별전은 지난달 개막해 오는 9월 13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기와 조각들이 전시돼 있다. 얼핏 보면 단조로울 수 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전시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특별전은 반드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해야 한다.

전시장에서는 울산 반구동유적, 학성산 토성유적, 경상좌병영 건물지 등 성터와 울산 영축사지, 운흥사지, 대곡천 유역의 방리 사지(백련사지), 장천사지 등 절터에서 출토된 기와들을 볼 수 있다.

대곡댐 편입부지인 천전리 방리 유적, 삼정리 하삼정 유적, 구미리의 양수정 유적 등에서 출토된 기와 조각들도 정리돼 있다.

이 가운데 독특한 것은 삼정리 하삼정유적에서 출토된 타원형 수막새다.

수막새는 원형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타원형 수막새는 흔치 않다. 타원형 수막새는 경주의 월지(안압지)에서 출토된 것이 또 있다. 이 두 유물은 그 형상까지 흡사하다. 두 지역이 밀접한 관계였음을 말해 준다.

대곡댐 편입부지에서 출토되는 기와 조각들은 신라의 왕경인 경주에서 출토되는 기와조각들과 품질면에서 대등한 특징도 보인다. 이 지역이 신라 왕경의 범주에 속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의 울주군 두동면과 두서면 지역은 오랫동안 경주 땅이었다. 1906년에 울산으로 편입됐다.

반구동 유적에서 출토된 기와들도 예사롭지 않다. 그 형상이나 품질 등을 고려할 때 이 유적에 있었던 건축물들이 지방관청이 아니고 중앙관청이었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또 이곳에서 나온 기와에 새겨진 ‘죽육(竹六)’이라는 명문은 여러 각도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구동에서 신라 항만유적이 발견된 것은 2007년이었다. 주택재개발지구 공사현장에서 항만시설로 보이는 목책 등이 출토됐던 것이다.

이 유적의 발견으로 울산의 향토사는 다시 쓰게 됐다. 그 동안 모호했던 동축사(東竺寺)나 계변성(戒邊城)의 위치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죽육(竹六)’을 두 글자가 아닌 ‘축(竺)’이라는 한 글자로 읽으면 동축사의 위치는 반구동 유적지와 함께 연결되는 서원산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조각의 기와도 역사의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또 큰 절터 인근에서 기와가마도 함께 발견되는 점도 흥미롭다. 천전리 방리 기와가마 유적과 청송사지 기와가마 유적 등이 대표적이다.

큰 절에서는 필요한 기와들을 자체 생산해 충당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곡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와 특별전은 기와를 통해서 울산의 역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전시회다.

<강귀일취재2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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