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 기업과 채용외면 기업
고용세습 기업과 채용외면 기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6.29 2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러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소극적인 신입사원 채용에 나서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단체협약을 통한 ‘고용 세습’, 즉 일자리 대물림 등 편법과 함께 많은 이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채용의 문을 꽁꽁 닫아걸어 구직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고용 창출을 통한 사회 기여’라는 기업의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이윤만 추구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2013년말 매출액 기준(10조원 이상) 상위 30개 사업장의 단체협약 실태를 분석한 결과, 조합원 자녀 등의 우선채용 규정이 있는 곳은 36.7%나 됐다. 기아차, 대우조선해양, SK하이닉스, LG화학,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30곳 중 11곳은 단체협약을 통해 ‘고용 세습’, 즉 일자리 대물림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곳 중 1곳 이상에서 고용 세습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노조원 자녀 우선 특별채용 규정은 조합원 자녀가 아닌 사람의 헌법상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2013년 울산지법은 현대차 노조의 단체협약상 특별채용 관례가 사실상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낳아 우리 사회의 정의 관념에 배치한다며 약정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자 또는 장애인이 된 직원 가족의 우선·특별채용은 법에서도 허용한다. 정부에서는 법에 위배하거나, 과도하게 인사·경영권을 제한하는 단체협약에 대해 오는 8월 말까지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법에 위배되는 부분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정부의 시정 노력이 자칫 노동계의 반발로 연계되어 하투(夏鬪)라는 신조어가 만들어 지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정의 관념에 배치하는 상식을 넘은 보장은 이번 기회에 시정되어야만 한다.

한편 국내 최대의 에너지·정유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벌써 채용이 끝났어야 할 시점이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런 일정을 전혀 수립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월 있었던 SK그룹 공채 때도 신입사원을 선발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신입사원 채용 문제에 대해 “미정”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회사의 경영 상황과는 크게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 들어 이익을 많이 거뒀고 그 규모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SK이노베이션이 SK텔레콤과 함께 SK그룹을 상징하는 양대 대표기업이라는 위상까지 고려하면 이런 행보는 상당히 독특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히려 매출 규모가 SK이노베이션에 비해서 절반도 되지 않는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올 상반기 신입사원 선발에 나서며 고용에 기여하고 있다. 반면에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명예퇴직만 실시해 많은 직원을 회사에서 내보냈다.

일부 기업들은 그나마 뽑던 인력 규모를 감축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건설업체들의 경우 지난해 상당수가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최근 주택 경기의 호황으로 실적이 더 개선되고 있지만 채용은 오히려 줄이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 계열 소프트웨어회사들도 직원을 더 뽑지 않겠다는 것에 동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돈을 벌고 있는 기업들이 채용에 나서지 않는다면 대졸 구직자들의 사회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는 혜안(慧眼)도 필요하다. 사회에 대한 기여뿐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기업들이 당장의 경영 지표를 보기 좋게 만들겠다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 창의성 높은 젊은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신영조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