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공단이 칼을 빼든 그 이후
시설공단이 칼을 빼든 그 이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6.2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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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기업인 울산시설공단이 부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판정에 불복, 이행강제금 납부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지난달 28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회오리의 중심에는 울산하늘공원 관리단장 직에서 억울하게 쫓겨났다고 생각하는 최형문씨가 서 있다. 시설공단의 행정소송 그 이전, 최씨는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냈고, 시설공단은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다.

최 전 단장의 자구(自求) 행보는 최병권 전 울산시 경제통상실장이 지난해 10월 1일 시설공단의 새 사령탑(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시작된다. 최 이사장이 취임 열흘 만에 빼든 것은 ‘인사혁신’의 칼날이었고, 그는 그 칼집에 ‘현장서비스지원단’이란 별동조직 설립의 의지를 새겼다. 시설공단 경영기획실 소속 현장서비스지원단은 박맹우 전임 시장(남구을 국회의원) 때 수년간 시험가동을 거친 ‘시정지원단’을 쏙 빼닮았다.

시설공단의 최 신임 이사장은 지난해 10월말 인사위원회를 열어 현장서비스지원단 파견대상자 8명을 골라낸 뒤 그해 11월 3일자로 인사발령을 내린다. 이사장 취임 한 달 만의 결행이었고, 세간에서는 “나머지 7명은 최 단장을 쳐내기 위한 들러리(희생양) 아닌가”란 의혹마저 일었다. 최 이사장의 전격 조치는 일반직원 10명의 다면(多面)평가를 근거로 삼았다.

현장서비스지원단 파견의 명을 받은 8명이 울산대공원이나 문수경기장에서 감당해낸 일은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에 기세를 떨쳤던 ‘하방(下方)운동’을 연상시킨다. 당사자 증언 중 하나다. “낙엽 줍기, 배수로 청소, 벤치 도색, 수영장 스텐 녹 제거, 보도블록 잡초 제거처럼 공단 직원들은 손도 안 대고 청소업체나 하청업체에서 하는 단순 잡무들이었지요. 그것도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골라가면서…. 보직이 없는 상태에서 교육을 받기도 했는데 이 모두 이사장 지시라고 합디다.”

시정지원단도 그랬지만 현장서비스지원단 발령이 당사자들에겐 ‘부끄러운 줄 알아라. 얼른 보따리나 싸라’는 서슬 퍼런 명령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실 최 이사장은 취임 직후 추상같은 훈령을 남겼다. “비효율적 인사운영, 과도한 복리후생, 무사안일·복지부동의 적폐를 쇄신하고 능력·역량 중심의 조직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

최형문 전 단장은 고심 끝에 ‘법적 대응’을 결심하고 지난해 11월 25일 지노위에 ‘부당인사명령 구제신청’을 낸다. 사용자(시설공단)가 파견 발령할 필요성이 없고, 발령대상자 선발과정에 공정성이 없으며, 임용기준 변경시 1년 후부터 적용한다는 인사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불이익을 주기 위해 인사권을 남용했고, 지원단 설립은 진정한 인사혁신이 아니라 신임 이사장이 취임 후 세간의 평가를 의식해 전격 추진한 무리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지노위는 올해 1월 21일자 판정에서 최 전 단장의 손을 들어준다. “이 사건 사용자가 이 사건 근로자(최형문)에게 행한 파견발령은 부당하다”며 ‘원직 복직’을 명한 것이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인사명령은 정당했다”며 올해 2월 17일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한다. 중노위는 4월 16일자 판정에서 ‘재심신청 기각’ 결정을 내리지만 최 이사장은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행정소송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최 이사장의 결기(決氣)가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새로운 주군(主君)을 향한 자발적 충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주군의 ‘흔적 지우기’ 주문을 그대로 따른 것인지, 그도 아니면 해묵은 사감(私感)이라도 있어서인지…, 물음표가 대공원 녹음처럼 짙어만 간다.

<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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