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부경찰서 형사과에 ‘의문의 택배’
울산 동부경찰서 형사과에 ‘의문의 택배’
  • 윤왕근 기자
  • 승인 2015.06.1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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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불법체류자 장례절차 도와… 붉은 깃발 선물
 

지난달 28일 울산동부경찰서 수사과 형사5팀(팀장 하창욱 경위)에 의문의 택배가 배달됐다.

중국에서 도착한 이 택배상자를 열어보니 붉은색 깃발이 들어있었다.

깃발에는 ‘신속하게 사건을 해결하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다’라는 뜻의 ‘破案神速(파안신속)·秉公執法(병공집법)’이라는 한자가 쓰여있었다.

형사5팀 직원들은 택배를 보고 의아해 하다가 자신들이 처리했던 한 사건을 떠올렸다.

지난달 2일 형사5팀은 동구 방어진의 한 도로변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불법체류자 A(52)씨의 사건현장에 투입됐다.

직원들은 숨진 A씨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분석하던 중 家(집 가)라고 적힌 전화번호를 발견했고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A씨의 사망소식을 알리려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A씨의 아내는 “장난전화를 하느냐”며 역정을 냈고 이에 형사들과 통역은 중국의 스마트폰 메신저를 이용해 A씨의 사진을 보내 확인시켜줬다.

가장의 죽음을 확인한 A씨의 가족들은 시신 수습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지만 불법체류자인 A씨의 신분때문에 장례절차가 20일 이상 소요된다는 통보를 받아 또 한번 절망했다.

이에 형사5팀 직원들은 중국 영사관과 화교협회 등에 직접 전화를 걸고 협조를 구해 A씨의 장례가 조속히 치러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 뿐만 아니라 A씨의 가족들이 입국할 때 필요한 각종 서류발급과 유족 숙소 지정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A씨의 죽음에 의문을 갖고 있던 가족들을 위해 사고현장에 다시 동행하는 등의 성의를 보였다.

그 결과 A씨의 유가족들은 사망 9일 만인 지난달 11일 장례와 화장을 마쳤다.

무사히 장례를 마치고 돌아간 A씨의 가족들은 짧은 일정이었으나 경찰의 성의와 노력에 감복했고, 이같은 깃발선물을 보낸 것이다. 중국에서는 큰 도움을 준 사람이나 감복한 대상에게 크고 붉은 깃발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 5팀 이승현 경사는 “민원인이나 사건관계자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경찰의 마음으로 접근했다”며 “유가족을 돕는 과정에서 비록 불법체류의 신분이었지만 가족을 위해 타국에 일하러 온 A씨에 연민을 느꼈다”고 말했다.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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