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칼럼] 메르스야, 쉬~이 물렀거라
[김성수칼럼] 메르스야, 쉬~이 물렀거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6.18 2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막의 편리한 운반수단인 낙타가 메르스(mers) 감염 매개체로 지목된 가운데 전파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누구 할 것 없이 불안하다. 메르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의 영어 머리글자를 따서 부르는 말이다.

낙타는 눈썹이 길고 겁먹은 눈망울이 인상적이다. 열악한 사막의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우리의 자연환경에는 겨우 전시사육을 할 뿐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40여마리의 낙타가 동물원을 중심으로 전시사육되고 있다고 한다.

삼국시대에는 이름 모르는 전염병을 ‘돌림병’이라 하여 역(疫), 역병(疫病), 괴질(怪疾) 등으로 불렀다. 의학이 발달한 현재도 백신 개발에 어려움이 많은데 신라시대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신라 제49대 헌강왕 시대(재위 875∼886)에 이름 모르는 전염성 괴질이 발생했다고 일연은 삼국유사에 기록했다.

전염병은 신에 의해 옮겨진다고 믿었기에 역신(疫神) 혹은 열병신(熱病神)이라 불렀다. 역신을 물리친 처용무와 처용가가 태어나게끔 동기를 부여한 곳이 바로 울산이다. 옛 학성 서남쪽으로, 현재 행정구역이 남구인 외황강 하류다. 신라 제52대 효공왕 재위 5년 901년의 일이다. 계변천신이 금신상을 모신 쌍학을 타고 신두산에 내려앉은 후 수록(壽祿)을 주창했다. 울산의 계변천신 설화로, 울산학춤의 바탕이 된다. ‘수록’은 건강과 행복을 의미한다.

신라시대 학성이 연관된 벽사진경(?邪進慶)춤인 처용무와 울산학춤이 부산시민을 감동시켰다. 공교롭게도 메르스(mers)가 창궐하는 시기와 맞물렸지만 한때나마 감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난 16일 국립부산국악원 소공연장인 ‘예지당’에서 제169회 화요공감무대가 열린 것이다. 이날 공연은 ‘강미리 할 무용단’의 홑춤전으로 ‘처, 용-First Face’라는 명칭으로 무대를 열었다.

무용단은 1998년에 창단되었으며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무용학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단체이다. 예술감독직은 현재 이 예술대학 무용학과에 재직중인 강미리 교수가 맡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처용무(곽민지), 울산학춤(이정화), 교방굿거리춤(장미), 도살풀이춤(한지은), 달구벌입춤(이다정), 문둥이춤(류현정), 채상소고춤(윤수양) 등 모두 일곱 작품이 올려졌다.

모시는 글에서는 “처, 용-First Face는 이 시대의 삶을 살아가는 갖가지 군상을 이야기 한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발전해온 전통 춤의 맥을 지금을 사는 젊은 춤꾼의 몸을 통해 잠재된 성향을 정제하여 옛 기법을 빌려 오늘의 무대에서 발현하고자 하는 취지로 이번 공연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예지당 276석이 만석을 이룬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첫 작품은 ‘삿된 것을 물리치는’ 대표적 벽사(?邪)춤인 처용무였다. 의도적이든 우연이, 공연순서는 처용무가 첫 번째, 울산학춤이 두 번째여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메르스를 퇴치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진 탓이다. 우스개 삼아 말하자면, 아무리 메르스를 옮기는 역신이라 해도 처용 앞에서는 ‘횟감’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선보인 이정화의 ‘울산학춤’은 경사스러움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지닌 진경(進慶)춤 가운데 대표적인 춤이다. 모두 일곱 작품 중 처용무와 울산학춤은 울산의 오랜 역사와 연관이 있는 춤이기에 울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또 지난 1월부터 6개월 동안 열심히 함께 연습해서 올린 무대였기에 감회가 남달랐다.

울산학춤의 예지당 공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제60회 화요공감무대의 ‘이나연의 영남, 그 흥(興)’에서 울산 출신 부산국악원 무용단원 이나연과 함께 춘 것이 그 첫 번째다. 이번 공연에서 울산 태생 이정화가 춘 것은 그 두 번째다.

어차피 다른 지역에서 전래된 춤이 아닌 바에는 어떤 시대, 어떤 지역에서 그 환경에 맞는 예술이 발생했다면 그 당위성은 충분한 법이다. 울산학춤도 지역에서 발생한 당위성 있는 지역 춤이라고 생각한다.

울산학춤은 1천97년 동안 잠자던 ‘쌍학’을 깨어나게 했고, 힘찬 날갯짓으로 1천115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무리 맹위를 떨치는 메르스라 해도 처용무와 울산학춤이 있는 울산에서는 함부로 범접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메르스 바이러스에는 이기고 있는데 두려움 때문에 지고 있는 것 같다. 메르스 네 이놈! 처용과 학춤의 이름으로 분명히 경고하건대, 한국에 더 이상 머무르면 너의 몸을 으스러뜨리고 너의 관절을 부글부글 끓이고 너의 고기를 헤쳐서 너의 간장을 뽑아내리니 그때 가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급급 여율령 사바하!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