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패거리 짓기는 계중만으로도 넘친다
울산에서 패거리 짓기는 계중만으로도 넘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1.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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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사회 심리학 분야의 한 연구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패거리를 짓는가 연구한 일이 있었다. 몇 명이 모이면 패거리가 형성되는가? 어떤 상황에서 패거리의 필요성이 나타나기 시작하는가? 오래된 연구이어서 정확한 출처자료가 없어 안타깝지만 대충 기억 되는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약 5명이 최소 인원이고 그 패거리가 약 15명으로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두 개의 패거리로 갈라지기 시작한다. 좋은 예가 외국에 나간 우리 유학생들이다. 처음 한두 명에서 대여섯 명이 될 때까지는 한국 사람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패거리를 지어 잘 몰려다니다가 여남은 명이 되면 슬슬 한국의 어느 대학 출신이냐로, 이것도 10명이 넘치면 어느 고등학교 출신이냐로, 대개는 하나의 유명고등학교와 나머지들로 나뉘고, 다시 이것도 10명이 넘어가면 어느 지방 출신이냐로 패거리가 갈라서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기가 소속하는 패거리가 두 개 이상이 되어 난처한 경우도 생긴다. 울산의 계중도 대충 이렇다.

울산의 계중은 풍물 패거리처럼 일정한 목표, 흔히 말하는 친목을 도모한다는 것이 주를 이루면서 만들어지고 곁들여 월 일정액을 계중 회비로 낸다. 회비를 잘 안내면 퇴출시키는 경우도 더러 있다. 울산에 살면서 계중 하나 없으면 울산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어제까지 이상한 패거리가 신복 로터리에 나타났다가 오늘(1월 2일) 조용히 거두고 사라졌다. 아마도 울산을 사랑하는 다른 패거리가 ‘텃새’를 부린 것 같다.

그 이상한 패거리는, ‘이명박 선배님. 대통령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재울산 동지상고 동문회(?)’라는 현수막을 한 동안 걸어놓았다. 혹시 자구(字句)가 틀렸을 수도 있으나 내용은 비슷하다.

사실 노사모도 전국 단위의 패거리 짓기였다. 이 패거리가 영화배우 명계남과 문성근의 쪼그라짐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 나라의 대통령을 위한 축하의 패거리는 남들이 알새라 숨어 숨어 자축하며 뒤에서 표면에 나서지 않고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식 사고양식(思考樣式)이다. 대통령 당선자를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386비서관들이 청와대에서 회의하면서 유인태 수석에게 ‘형’이라고 불렀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폴리스 스토리, p.245).

이 현수막 내리기에 울산의 어느 패거리가 텃새를 부렸다면, 이제는 좀 더 건설적인 텃새를 위하여 ‘삶의 질을 높이자’ 울산제일일보 연중 캠페인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텃새는 이미 자리 잡고 있는 터(장소)에 새로 들어오려는 것(주로 짐승들)이 있으면 먼저 세금을 받듯이 일정 기간 동안 곤욕을 치르게 하는 것이다. 시골에서 닭을 키워본 사람들은 이 텃새를 잘 보았을 것이다. 먼저 살고 있던 닭들이 저보다 큰 닭이어도 새로 들어오는 닭을 마구 쪼아 댈 때 텃새 부린다고 한다. 사람들은 저희들끼리 밥 먹으러 가고, 저희들끼리 경조사 챙기고, 상당 기간 동안 왕따 시켰다가 받아주는 텃새가 있다.

새로 들어오는 이웃집과 이웃 가게에 ‘깨끗한 시가지 조성(쓰레기 투기 않기, 폐기물 함부로 버리지 않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텃새를 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텃새부리는 방법까지 여기서 소개할 필요는 없다.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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