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여행기 1- 노르웨이
북유럽 여행기 1- 노르웨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6.0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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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북유럽 여행을 꿈꾼다. 그것은 북유럽 특유의 자연풍광을 원형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먼저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서부에 위치한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첫발을 내디뎠다. 도심과 맞닿은 바다의 항구엔 크고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어 여기가 해양국가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각국의 크루즈가 들어올 때면 몇 천 명의 관광객들이 대거 도심으로 흘러들어간다고 하니 상상만으로도 굉장한 관광대국의 힘이 느껴졌다.

다시 버스는 도심을 벗어나 내륙으로 들어섰다. 자작나무 숲이 끝없이 펼쳐졌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란 소설 제목이 생각났다. 장관이었다. 하얀 나무 표피가 은백색으로 햇살에 반짝였다. 초원의 노란 민들레와 말갛게 갠 파란 하늘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노르웨이 여행의 백미는 단연 피오르드 관광이라고 하지만 버스를 타고 하얀 만년설과 푸른 빙하와 협곡 그리고 자작나무의 은백색 숲을 보는 재미도 그 이상이었다. 다양한 색의 자연경관이 그저 신비로울 뿐이었다.

피오르드 관광에 나섰다. 페리보트를 타고 미끄러지듯 천천히 피오르드로 흘러들어가자 협곡이 나타나고 경사면엔 형형색색 작은 꽃들과 크고 작은 폭포들이 세차게 쏟아져 내렸다. 피오르드는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산과 골짜기를 깎고 그 위로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것이라고 하는데 대자연이 조각한 작품의 스케일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걸작이었다.

다시 버스를 달려 노르웨이 국립공원 하당에르비다 툰드라 고원지대로 향했다. 1천m 이상 높이의 고원지대로 들어서자 서서히 펼쳐지는 백색의 세계는 마치 여기가 천상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진이나 글 그 어떤 것으로의 표현은 그냥 평면적인 한 부분일 뿐이라는 생각에 카메라의 셔터를 누를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오감으로 느끼며 받아들임이 옳을 것 같았다.

버스를 몇 시간인가 달려도 여전히 순백의 세계다. 이따금 검게 젖은 바위와 몸을 웅크린 키 작은 나무들이 한 폭의 진경산수화 같았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름답고 위대한 순수자연에 압도당해서인지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리곤 눈물이 났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순수한 진실 앞에서는 눈물이 나는 것일까.

쏴해 오는 눈가의 냉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버스로 다시 돌아와 앉았을 때 자연의 그 막막함에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을 보자 인솔자도 어쩔 도리가 없었는지 의외로 우리의 가곡 한 곡을 크게 들려준다. ‘그리운 금강산’이다. 유구한 금강산에 올라선다면 비슷한 감정일 것이라는 생각에 벅찬 감동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신들의 손톱자국이라 불린다는 피오르드, 내륙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바다와 1천m 이상의 툰드라 고원지대를 밟으면서 북유럽 첫 여행을 시작했지만 어디쯤이 이 여행의 정점일지 모를 일이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인 것 같다. 그냥 떠나온 것이다. 어떤 구체적 정보도 기대도 없이.

피오르드 선상에서 83세 된 할머니 여행객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분은 젊은 시절부터 시작된 여행이 이젠 습관처럼 운명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스치듯 만난 내게 당부처럼 “젊을 때 추억을 많이 쌓아두어야지 늙어서 추억조차 없으면 노년이 무척 외롭고 우울하고 쓸쓸해져서 견디기 힘들어요.”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가슴에 맴돈다. 하당게르비다! 영원히 내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을 낙원을 뒤로 하고 다시 버스를 달려 야일로라는 낯선 지역의 숙소에서 하루를 묵는다. 내일은 다시 이웃나라 덴마크 크루즈에 몸을 실을 것이다.

<이정미 수필가·나래문학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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