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말 감염’ 무슨 뜻?
‘비말 감염’ 무슨 뜻?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6.0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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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란 돌림병 하나 때문에 온 나라가 소란스럽다. 국무총리가 공석 중인 시점에 터진 일이어서인지 정부고 청와대고 우왕좌왕하기는 시쳇말로 ‘도 찐 개 찐’이다. 초기대응 실패가 원인이라는 지적에는 아무도 ‘딴지’를 못 건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내 탓이요” 하고 책임지겠다고총대를 메는 이도 없다. 한일 두 나라 언론사의 ‘비호감(非好感) 이유’ 질문에 섬나라 응답자 다수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 일도 ‘한국 국민성’ 탓으로 돌려야 하는 것인가?

이 난리 통에도 “나랏일 때문”이라며 자리를 비웠다가 귀국한 최경환 총리권한대행도 ‘면피’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여하간 최 부총리가 메르스 문제로 국민 앞에서 처음 마이크를 잡은 것은, 유감스럽게도, 이 골치 아픈 질병이 국내에 침투한 지 보름도 더 넘은 시점이었다. 정부 대책본부가 갑론을박 끝에 의견을 모아 어제 그의 입을 통해 발표한 담화 속에는 환자가 발생했거나 거쳐 간 전국 병·의원 24곳의 명단도 같이 들어갔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문자 그대로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참 잘한 일이었다. 진작 그랬더라면 울산대학교병원이 “우리 병원은 아니오”라고 팻말 내다붙이는 일까지 벌이진 않았을 법도 하다.

역설적이지만 메르스란 돌림병은 우리 국민들에게 공포뿐만 아니라 적잖은 정보와 지식도 제공해 주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비말 감염’이란 전문용어다. 이 용어는 체육학대사전, 영양학사전, 간호학대사전은 물론 어린이백과에도 올라 있다.

과문의 탓이요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비말 감염’이란 낱말은 어느 전문의의 특별기고문에 처음 접할 수 있었다. ‘접촉 감염’의 말뜻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어도 ‘비말 감염’이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는 데는 솔직히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한 방송사의 ‘일요진단’에 출연한 의학전문기자의 ‘침방울 감염’이란 말에서 겨우 실마리가 풀렸다.

내친김에 인터넷 공간을 뒤적거려 보았다. ‘대한민국 덮친 메르스 공포… 알아야 이긴다’란 제목의 지난 토요일자 S일보 기사가 시야에 잡혔다. 고 아무개 기자는 “여섯 살 난 기자의 아들마저도 ‘메르스 걸리면 약도 없다’라는 말을 뱉을 정도”라며 ‘비말 감염’과 ‘공기 감염’에 대한 설명을 이어 갔다. “비말(飛沫)은 ‘튀어서 흩어지는 물방울’이란 뜻이다. 즉 환자의 침이나 콧물 같은 체액이 재채기나 기침 등으로 튀어 감염되는 경우가 비말 감염이다.”

아하, 그랬구나. ‘날 飛’에 ‘물방울 沫’. 영어로는 작은 물방울이란 뜻의 ‘droplet’이다. 여기에 감염을 뜻하는 ‘infection’을 접목하면 ‘droplet infection’ 즉 ‘비말 감염(飛沫感染’)이란 합성어가 생기는 것이다. 체육학대사전에는 ‘포말 감염(泡沫感染)’, ‘점적 감염(點滴感染)’이라는 딴이름도 소개한다.

그러고 보니 의학용어는 아니지만 ‘비산 먼지’라는 행정용어도 있다. ‘날 飛’에 ‘흩을(흩어질) 散’. 순우리말 ‘먼지’ 하나면 됐지 ‘비산 먼지’는 또 무슨 조화인가. 아마도 그 방면의 전문가(학자)들이 일본식 용어를 그대로 베껴 쓰다 보니 그리 된 것은 아닌지. 하지만 이유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얌전한(?) 먼지와는 달리 비포장도로 등의 작업과정에서 생기거나 바람에 날리는 먼지는 인체에 해롭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2년에 처음 발생했다면 벌써 3년 전 일인데도 신경을 끄고 있었다면 이건 무사안일의 극치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사스도 조류인플루엔자도 능히 극복했다는 오만함에서 벗어나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참뜻을 곰곰 되새김질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분초를 다투는 비상시국에 국민들이 스스로 알아차리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조심할 수 있도록 ‘비말 감염’과 같은 난해한 전문용어를 쉽게 풀어쓰는 일에 적극성을 보이는 열정도 필요할 것이다.

<김정주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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