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으면 모두 내 아이” 따돌림 당하던 소외가정 아이 친자식처럼 돌봐
“품으면 모두 내 아이” 따돌림 당하던 소외가정 아이 친자식처럼 돌봐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5.06.04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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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署 여성청소년계 장승희 경장
▲ 울산 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장승희 경장.

최근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를 친자식처럼 돌보는 여경의 이야기가 페이스북에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울산 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 근무하는 장승희(36·사진) 경장.

4일 오전 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사무실에서 장승희 경장을 직접 만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연을 들었다.

장 경장은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2013년 발대한 학교전담경찰관(SPO)이다.

그는 매주 화요일마다 남구의 한 초등학교를 찾는다. 올해 이 학교에 입학한 ‘영식군(가명)’를 만나기 위해서다.

영식군는 어렸을 적부터 가정폭력에 노출돼 왔다. 일용직에 종사하는 아버지는 툭하면 어머니를 때렸다. 주변 이웃들이 112 신고도 여러번 했을 정도다. 영식군의 가정은 일반가정과는 달랐다.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한 영식군은 지적 장애를 의심할 만큼 또래의 아이들보다 발달이 느렸다.

말도 제대로 못했고, 수업 중 자신의 머리를 책상에 박거나 의자에 앉아 몸을 좌우로 흔드는 등 ‘틱장애’와 같은 이상행동을 했다.

반 친구들은 그런 영식군에게 ‘바보’라고 손가락질 하며 놀려댔다.

장승희 경장은 영식이의 사연을 듣고 안타까워 도움을 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그는 매주 화요일마다 영식군을 데리고 울산대공원 인근에 있는 건강관리지원센터 정(精)상담소에 간다.

장 경장은 영식군의 상담소 진단 결과가 지적장애가 아닌 후천적 학습인지능력장애라는 사실을 알고 지속적으로 재활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일주일에 1~3차례 글을 모르는 영식군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등 학습지도도 하고 있다.

영식군은 현재 아버지를 피해 엄마와 함께 연립주택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파트타임으로 미장공사 일을 하는 엄마의 월수입은 100만원이 채 안된다.

월세 30만원을 내면 60만원 남짓되는 돈으로 한달을 생활해야하는데 이 돈으로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기란 힘든 상황이다.

이런 사연을 들은 장승희 경장은 울산여성협회에 도움을 청했다. 협회는 한달에 한번 영식군 집을 방문해 반찬을 후원하고 있다.

현재 임신 5개월 째인 장승희 경장은 오는 11월이면 세아이의 엄마가 된다. 장 경장은 인터뷰 도중 본인의 아이 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영식이는 제 첫째 아들과 동갑이에요. 그래서 더 눈길이 가고 애뜻한 감정이 드는 것 같아요. 제 작은 도움이 영식이가 정상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면 저는 더 바랄게 없어요.”

장 경장은 부부경찰관이다. 남편은 중부경찰서 농소2동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김지석(39) 경사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학교폭력전담경찰관으로 일할 수 있는 데에는 남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해요. 교대근무 하느라 힘들텐데도 군말 없이 육아를 도와주는 남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구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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