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는 비결
오래 사는 비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5.2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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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쯤 필자는 모친상을 겪었다. 문상객 중 연배 있는 먼 친척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자네들 5형제들이 뭘 잘못 했네! …. 세살만 더 채워드렸으면 100수 했을 텐데 …” 저희 상주들에게 하신 덕담이다. 세상은 이제 ‘100수 시대’가 시작되는 듯하다. 일본의 장수촌인 오키나와 북부 어느 바닷가에 가보면, 돌비석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당신이 70세라면 어린이에 불과하다. 또 80세라면 젊은이이고, 당신이 90세가 됐을 때 만약 조상들이 당신을 천국으로 오라고 손짓한다면 잠시 기다리라고 해라! 그 말은 100세가 되었을 때나 한번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장수촌다운 경구라 놀라울 따름이다.

기네스북이 인정한 ‘세계 최장수자’는 오카와 마사오로, 지난 4월 1일 타계한 117세 일본인 할머니다. 그의 장수 비결은 그저 스시를 먹고 하루 8시간 잠자는 것이다. 그런데 생전의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흉하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는, 2014년 8월말 현재 남자 3천437명, 여자 1만1천225명 도합 1만4천672명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남자 7천586명, 여자 5만1천234명 도합 5만8천820명이나 된다. 인구가 많은 미국 역시 더욱 많다고 한다.

이같이 사람의 ‘장수’는 인류의 희망이자 욕심이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대 변화다. 이제 100세까지는 아니라도 90세까지는 국민들 두 명 중 한 명이 될 것이다.

유엔이 발표한 기준에 의하면, 65세 이상자가 그 나라 인구의 7∼14%를 차지하면 ‘고령 사회’라 한다. 그리고 15∼20%를 차지하는 사회를 ‘고령화 사회’, 20% 이상을 점할 경우는 ‘초고령화 사회’라고 부른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14년에 82세다. 최근 20년간 평균수명 증가율은 OECD국가 중 1위로 경이롭다. 바야흐로 2026년이 되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될 것으로 예상되어 정책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평균수명 80세에 맞혀진 교육, 정년, 복지 등 국가정책의 큰 틀을 ‘100세 시대’에 맞게 바꾸어야 할 것이다.

장수의 개념도 이제 달라지고 있다. 공기 맑고 물 좋은 농촌지역에서 장수자가 더 많을 것이라는 통념이 깨지고 있으니 말이다. 전라북도를 예로 들자. 2015년 4월 현재, 100세 이상의 장수자가 가장 많은 곳은 예상외로 대도시 전주(603명)라 한다. 다음으로 군산 82명, 정읍 74명, 부안 34명, 남원 22명, 순창 14명, 장수 11명 순이다. ‘장수’라는 지역명이 말 그대로 장수인이 가장 많이 산다는 재미나는 정설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된 것 같다. 그 이유는 도시생활일수록 의료의 혜택도 많이 받고 균형 잡힌 영양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획기적인 장수비결을 제시한 ‘오키나와 프로그램’이 있다. 일찍이 하버드대학 노인병 전문의와 의학 인류학자, 오키나와 국제대학 노인학부 교수 등 3인이 25년간 과학적인 연구를 분석한 실증적 내용이다. 즉 정백하지 않은 곡류를 먹고, 채식 위주의 식사습관을 하지만 돼지수육을 소량 먹고, ‘걷기’ 같은 유산소운동을 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습관 등이라 한다. 특히 ‘위속을 80%만 채우라(하라하치부, 腹八分)’며 ‘소식(小食)’을 강조하는 내용이 눈에 띈다.

강원도 평창에서 생태마을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어느 젊은 신부가 주장한 말이 가슴을 울린다. “은행에 집 잽히고 그 돈으로 놀러 다녀라! 85세에 똥오줌 가릴 줄 알면 건강한 편이다”라고 하는 말….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이 최고의 삶이 아닐까? 오래 살면 좋지만 만약 여유 있는 돈이 있으면 있는 돈은 기부하고 즐겁게 노는 것도 좋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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