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 우선 주차지역
거주자 우선 주차지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8.17 1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보 8월 14일(목)자 1면 보도에 ‘울산 물폭탄 속수무책’이 실려 있다. 사진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공사장에서 내려온 토사더미가 얼마만큼 많이 쌓여 있는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토사는 떠내려가고 남아있는 것은 자갈과 수박 덩어리보다도 더 큰 바위(?)까지 상당히 많이 덥혀 있다. 갑자기 쏟아진 게릴라성 폭우라고 하지만, 특히 몇 년 만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많은 토사가, 바위가 길을 덥고, 골목길을 쓸고 지나가며 인근 소규모 상가를 침수시킨 일은 뜻밖의 인재가 잠재되어있는 기가 찰 일이다. 이런 사태의 원인을 피해주민들은 모두 공사장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특히 작년에, 지금도 공사가 계속되고 있는 이 장소에서 몇 십 년 된 소나무를 베어낼 때, 인근의 주민들이 자연보호, 학생들 통학 길 위험, 자동차 매연, 소음공해 등을 이유로 천막치고 항의시위를 상당기간동안 했었다. 소나무를 베어낼 때, 공사 진행을 막는 몸싸움으로 시작한 항의시위가 새로운 도로를 개설하고, 터널을 뚫을 때까지 농성으로 이어져 한동안 계속되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슬금슬금 농성자들이 사라지고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되었다. 짐작은 하지만 함부로…….

8월 13일, 한 밤 중부터 쏟아진 비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새벽부터 공사현장 사무소에 모여 개별적인 항의 목소리를 높였는데, 작년에 항의하던 주민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신(神)이 보호하여 이번 폭우에는 강물처럼 흐르던 토사가 그들의 집들을 피하도록 지시한 모양이다. 약 50여명의 이번 피해자들이 피해상황을 신고하고, 특히 차량이 침수되어 생업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대표를 3명 뽑아 놓고 이들이 회사 측과 협상하도록 하고 있는 상태이다. 다만 강혜련 구의원이 8월 15일에도 현장에 나와 피해보상 협상 진행과정을 살펴보고, 김재경 무거동장이 사태발생 초기, 새벽부터 8월 15일까지 주민들과 같이 걱정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토사가 범람한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고 교통소통을 위하여 도로를 정리하였을 때, 제일 먼저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 ‘거주자 우선 주차지역’이라는 하얀 글자였다. 바로 그 글자 옆에 일련번호와 함께 칸이 그어져 있던 곳에 세워두었던 차들이 바위에 파손되고, 토사에 쓸려 동네 아래로 떠내려갔다. 첫날은 사태가 급박하여 모두들 그냥 지나쳤다. 그러나 오늘도 피해차량이 어떻게 처리되는가 궁금해 하던 피해자가, 주차비를 안내면 해당관청에서 끌어간다고 해서 꼬박꼬박 냈는데 해당관청은 코배기도 안 보이니 미치고 환장하겠다고 한다. 관청 공무원들의 책임자는 이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시내의 번화가에 있는 일반 주차장은 시간당 얼마의 돈을 받고 주차를 시켜준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내 땅에 주차시설을 만들어 놓고 주차관리직원을 두어 돈을 받는 것은 상식에도 안 들어간다. 그만큼 당연하다. 아울러 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다른 일을 보고 왔는데 내 차에 긁힌 자국이나 어떤 손상이 생긴 것을 주차관리직원과 같이 확인할 수 있으면, 주차장에서 전 비용을 보상하던지, 원래대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러니까 3천원 받으려다 300만원 손해 보는 일도 생긴다. 관청이 허락하여 주차비를 받았으면 관청이 나서서 피해를 본 차량에 대한 보상에도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

/ 박문태 논설실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