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에 대한 우리사회 인식
앞으로 많이 바꿔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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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많이 바꿔 나가고 싶어요”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5.05.19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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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희 울산거주외국인지원협회장
▲ 박윤희 울산거주외국인지원협회장.

세계인의 날 기념행사 겸 다문화축제가 열린 5월 16∼17일, 태화강 둔치에 설치된 88개 부스 중에는 ‘커피체험·나무체험 학교’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울산거주외국인지원협회가 2009년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한 이후 외부행사치고는 처음 장만해 본 ‘우리 부스’였고, 품앗이 봉사에 나선 임원들에게는 보람되면서도 가슴 설레는 체험 학교였다.

태화강 둔치에 처음 설치한 체험부스

행사기간 이틀 꼬박 부스에 매달린 박윤희 회장(48·사진)을 현장에서 만났다. 부스 설치를 둘러싼 뒷얘기가 흥미를 끌었다.

귀동냥은 이 단체의 발자취와 현주소를 훔쳐볼 수 있는 성능 좋은 열쇠이기도 했다. 울산시가 지원해준 20만원 말고도 부스 설치에는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갈 것 같았다. 이사 5명, 감사 2명이 주머닛돈 30만원씩을 흔쾌히 보탰다. 박윤희 회장도 200만원 협찬을 약속했다.

하지만 부스를 풍요롭게 채울 내용이 문제였다. 차질이 생긴 것이었다.

처음 계획은 간판 이름(‘커피체험·나무체험 학교’) 그대로 커피 내리는 체험은 물론 커피나무 소개와 판매도 같이 할 참이었다. ‘커피나무’ 묘목을 재배하는 경기도 용인의 비닐하우스에서 커피나무의 키가 5cm밖에 자라지 않았다는 연락이 왔고, 그래서 부득이 ‘다육이’ 판매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열대식물인 커피나무는 기르는 과정에서 힐링·치유의 효과가 의외로 큰 편이다. 또 3년 넘게 자라서 키가 10cm는 돼야 판매용으로 값어치가 있고, 5년 남짓 자라면 열매도 기대할 수 있다.

6시간 걸리는 ‘커피 내리기’로 협회 홍보

여하간 부스에 차린 체험교실로서는 처음인 ‘커피 학교’는 커피를 즉석에서 내렸다가 찾는 이들에게 얼음을 섞어 아이스커피로 내놓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박윤희 회장은 정민자 울산대 교수(전 울산시 여성복지국장)의 지도를 받으며 건강가정지원센터 일을 돌보던 2012년 이후 몇 차례 ‘커피나무 학교’를 직접 운영해 본 경험이 있고,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행사장 부스에서는 특히 커피 내리는 과정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단한 인내와 정성을 요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또 사실이 그랬다. 375ml 한 병을 다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초에 한 방울씩 해서 자그마치 6시간은 된다는 것.

하지만 ‘병들이 판매’는 스스로 금지했다. 이번 행사의 규정을 제대로 지킨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금 마련의 기대는 기대치만으로 끝내야 했다. 임원들은, 그렇다손 쳐도 협회 존재를 알리는 홍보효과만큼은 그나마 기대치 이상이 아니었느냐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3월부터 남구 번영로에 새 둥지 틀어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한 시점이 2009년이라 했지만 울산거주외국인지원협회가 지금까지 벌인 사업 가운데 ‘거창하다’고 내세울 만한 것은 아직 없다. 그동안 더부살이로 전전하다시피 해 온 탓이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오영수문학관’ 근처에서 곁방살이 신세를 져야 했다.

박윤희 회장은 언양 다문화이주여성센터 쉼터에서 결혼이주여성과 취학을 앞둔 그 자녀들에게 매주 토요일마다 한글을 가르쳤다. 이처럼 보람찬 일도 드물지 싶었다. 사회나 학교에서 언어 즉 ‘의사소통’ 문제로 따돌림 받는다는 사실은 너무도 가슴 아픈 일 아닌가.

그러나 3월부터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등기이사로 있는 ‘사단법인 국민행복지원센터’의 도움으로 남구 번영로(달동)의 지원센터 사무공간에 새 둥지를 튼 것이 대표적인 변화의 징표다.

센터장 일도 같이 맡기로 했다.

더욱이 얼마 전 사회복지사자격증을 따낸 후 박봉 여하를 안 따지고 협회 일을 측근에서 돕기로 한 박지호 사무총장의 등장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박 총장 한동안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근무했던 IT 전문가다.

돌이켜보면 울산거주외국인지원협회가 바깥에 이름을 제대로 알리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제2대 회장직을 맡은 2013년 1월 17일 이후부터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또한 협회 사업들이, 약점으로 지적받기도 하지만, 박 회장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적지 않은 지원군이 생겼고, 변화의 조짐 또한 뚜렷하다. ‘세계인 주간’을 맞아 태화강 둔치에 부스를, 그것도 협회 이름으로 차린 것도 실은 새로운 변화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세계인의 날 기념행사 겸 다문화 축제가 지난 15~17일 태화강 둔치에서 열렸다. 사진은 울산거주외국인지원협의회의 부스 '커피, 나무체험 학교'.

격려 힘입어 새 사업·사단법인화 추진

박윤희 회장의 의욕은 든든한 원군을 만나면서 샘솟듯 솟구치고 있다. 변화의 물결을 앞장서서 맞기로 한 결심 역시 그러한 의욕의 산물이다.

우선 북구이주민센터의 조돈희 센터장과 ‘공동사업’을 약속했다. 온갖 수모와 불이익에 시달리서도 ‘불법체류’의 족쇄가 무서워 말 한마디 못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권익 신장과 처우 개선을 위해 서로 손을 맞잡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협회에는 그럴 만한 여력이 지금은 있다. 협회 이사와 감사 7명 중 3명이 사회복지사·상담사 자격증을 갖춘 사계의 전문가들이다. 10년 넘게 NGO 활동에 잔뼈가 굵은 박 회장 자신만 해도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안전교육지도사 자격은 물론 다문화가정상담사를 비롯한 여러 개의 상담원 자격까지 금세 다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다.

여건이 무르익는다면 외국인노동자들과 경주로 역사탐방을 떠나는 일도 사업계획 속에 들어있다. 올여름 일산이나 진하해수욕장에서 이들과 더위를 같이 식히는 일 역시 간절히 원하는 사업 중의 하나다.

협회를 사단법인으로 탈바꿈시키는 일도 올해 반드시 해결해내야 하는 급선무 중의 하나다. 비영리민간단체이면서도 보조금 한 번 넉넉하게 타 본 적이 없는 사실도 그녀에게는 의욕의 불씨를 살려내는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中 출신 등 낮은 양성평등 지수보고 놀라”

박 회장은 무엇보다 다문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에 관심이 지대하다.

‘코리안 드림’에 부풀어 찾아온 대한민국 울산이 다문화가족들을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푸대접하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필리핀에서 건너온 다문화가족들은 우리 한국 사회의 양성평등 지수를 보고 놀란답니다.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말이죠.”

박윤희 회장은 영남신학대 사회복지대학원을 나와 미국 ‘페이스 크리스찬 칼리지(FAITH CHRISTIAN COLLEGE)’에서 기독교상담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경북외국어대 복지상담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류희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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