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동포 다독이는 ‘왕언니’ 중국화인동포협회 이철영 회장
울산지역 동포 다독이는 ‘왕언니’ 중국화인동포협회 이철영 회장
  • 주성미 기자
  • 승인 2015.05.1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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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해결에 솔선… “韓中 문화 교류사가 꿈”
 

“제가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그분들 덕분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걸요.”

울산에 거주하는 수많은 중국동포의 ‘왕언니’로 통하는 중국화인동포협회 이철영(49·여·사진) 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의 하루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다. 휴대전화를 한시도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그는 종일 중국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말하며 누군가를 위해 움직인다.

언어나 문화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결혼이주여성은 물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다단계에 발을 들인 중국동포, 중국에 있는 가족을 위해 일하다 과로로 갑작스럽게 숨진 근로자까지. 한국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중국동포들에게 이 회장은 ‘든든한 맏언니’다.

이달 초에도 이 회장은 중국 영사관으로부터 중국동포 근로자가 숨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유가족들이 한국을 찾았지만 언어도, 방법도 몰라 도움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곧바로 서류를 작성하고 화장 절차를 도왔다. 절차상 보름씩 늦어지기도 하지만 이 회장 덕분에 유가족들은 나흘만에 유골을 수습해 고향으로 돌아갔다.

2007년 한국에 온 이 회장이 울산에서의 삶을 선택한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 때문이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서 콩나물을 사는데 주인 할머니가 ‘외국에서 왔느냐’고 물어봤다. ‘그렇다’고 하면 눈빛부터 달라지는 경험을 이전에도 많이 했었다. 근데 그 할머니는 ‘많이 먹고 돈 많이 벌어라’며 비닐 봉지 한가득 콩나물을 담아줬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여기서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이 때문인지 이 회장의 말 한마디에는 마음이 담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 나도 받은 만큼 해주려고 노력한다.”

중국에 있을 때 이 회장은 무용가, 성악가, 아나운서 등을 섭렵한 종합예술인이었다. 이제 그는 중국과 한국, 그 중에서도 울산을 연결하는 문화적 다리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그는 “중국과 한국, 특히 울산은 인생에서 부모와 마찬가지인 곳”이라며 “앞으로 두 나라가 사람은 물론 문화와 마음까지도 나눌 수 있도록 작은 역할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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