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꼭 하고 싶은 것
살면서 꼭 하고 싶은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5.1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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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에 오랜만에 놀러온 5살 여자아이가 뜬금없이 말을 건다.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는 살다가 후회해본 적이 있어?” 이 같이 아이들은 애어른 같은 엉뚱한 질문을 잘 한다. “글세 …” 할머니는 갑자기 질문을 받아 어처구니없는 듯 대답이 없다. “그럼, 넌 후회해 본 적 있어?” 그 물음에 아이가 대답한다. “응 ‥, 나는 혼자가 너무 외로워서 엄마 아빠한테 동생 하나 낳아달라고 한 게 가장 후회스러워. 왜냐하면 요즘 와서 동생이 너무 말을 안 들어서 죽겠어!” 이 영특한 5살 꼬마가 한 말이 아직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2007년에 개봉하여 선풍적 인기를 끈 외국영화‘버킷리스트(bucket list)’가 있다. 이 말의 뜻은,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달성하고 싶은 목표 리스트를 말한다. 원래 중세시대 사형수가 목에 올가미를 두르고 양동이(bucket) 위에 서 있으면 그것을 걷어차 버린 것(kick)에서 유래된 말이라 한다.

이 영화에는 7080세대들에게 아주 익숙한 동갑내기 두 배우가 출연한다. 넬슨 만델라와 너무나 닮은 모습의 모건 프리먼, 그리고 명화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의 잭 니콜슨이 열연한 작품이다. 이들은 죽음을 앞둔 시한부 두 노인 즉, 자동차 정비사‘카터’와 재벌사업가‘에드워드’를 연기하는데 그야말로 명콤비다. 잠시 줄거리를 보자. 주인공 자동차 정비사 카터는 죽음을 앞두고 암병동의 병실을 에드워드와 함께 쓴다. 카터는 문득 대학생 때 철학교수가 리포트로 내줬던 ‘버킷리스트’를 떠올리면서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적어 본다. 죽음을 앞둔 카터에게 이 리스트는 그저 꿈일 뿐이다. 같은 병실을 쓰고 있는 재벌가 에드워드 역시 카터의 버킷리스트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들은 죽음이라는 공통된 주제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면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하고 싶은 일’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목숨을 걸고 버킷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그들은 무작정 병실을 뛰쳐나가버린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의 심장부 탄자니아 세렝게티에서 모험을 걸어보고, 스카이다이빙도 하고, 눈물 날 때까지 웃어보기도 한다. 그 뿐인가 시속 175km를 달릴 수 있는 스포츠카 셸비 머스탱을 타고 달려보고, 새하얀 북극지방을 비행해보기도 한다. 더욱이 세계에서 가장 환상적인 풍광의 프랑스 레스토랑 라 세브르도르에서 저녁식사도 해본다. 나아가 세계 7대 불가사의인 인도의 왕묘 타지마할을 찾아가고, 인류최대의 토목건축물 만리장성에서 오토바이를 몰아보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들은 실행할 때마다 항목을 하나씩 지워나가는데, 버킷리스트의 목록이 다 사라질 무렵 두 사람은 결국 암으로 세상을 떠나버린다. 그들의 마지막 항목은 화장한 재를 깡통에 담아 경관 좋은 곳에 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에드워드의 비서는, 히말라야 고봉에 올라가 돌로 작은 방을 만들어 안식처를 만들어 준다.

삶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소중함을 죽음이 다가온 후에 느끼는 내용이어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뒤늦게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투영시킨 영화로, 바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개개인의 삶의 소중한 부분을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누구든 평상시 ‘후회’ 없고 진정한 생활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매일 매일 ‘삶의 기쁨’을 찾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버킷리스트 같은 것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을 위하는 것이고 자기이외 모든 이에게도 행복을 줄 것이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 그리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한번 리스트를 작성해보면 어떨까?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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