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는 길이라도 편안하게”
“가시는 길이라도 편안하게”
  • 양희은 기자
  • 승인 2015.04.3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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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봉사단 구성 11건 무연고자 장례 치러
 

“겨우 가족들을 찾았지만 넉넉치 않은 형편에 장례는 못 치르겠다고 돌아가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치른 11건의 장례 모두 저마다의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지요.”

연고자가 없는 시신의 장례를 가족들 대신 치르는 희망나눔동행봉사단 심문택(69·사진) 회장.

심 회장은 천주교 신자다. 그는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있는 덕신성당 연도회장으로 오랫 동안 활동했다. 연도는 신자들이 사망하면 장례를 치러주는 일을 말한다.

교구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장례 교육을 받고 신자들의 장례를 치렀다. 장례 봉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연도회장 경험 때문이었다.

희망나눔동행봉사단은 지난해 1월 구성됐다. 기존 독거노인 재가 봉사단체에서 장례만을 특화한 봉사단을 새로 만들었다.

심 회장은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만나는 활동을 하면서 돌아가시고 난 뒤 장례를 어렵게 치르는 것을 여러번 봤다”며 “무연고자 장례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수의나 관 등에 쓰이는 실비 정도여서 최소한의 장례지원도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을 모았다. 홀로 살면서 힘들었던 사람들의 가는 길이라도 외롭지 않게 해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봉사를 할 수 있는 사람도, 하려는 사람도 많지는 않았다.

일반 봉사자들은 접근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개인 사비도 털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30여명의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가진 회원과 일반회원 10여명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11건의 무연고자 장례를 치렀다. 지난해에는 57일이나 장례를 치르지 못한 여성도 있었다. 사망 사흘 후 아들이 나타났지만 장례비용이 부담됐는지 말도 없이 사라졌고, 나흘 후 찾아 온 오빠도 시신만 확인하고는 떠났다. 가족이 있다는 이유 때문에 무연고자 처리에 긴 시간을 보내야 했고, 결국 57일 만에야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심 회장은 “무연고자 처리가 늦어질수록 장례비용은 늘어나는데 행정 절차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장례를 치를 수도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봉사단은 꾸준히 지역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덕분에 지역 5개 장례식장과 협약을 맺어 빈소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심 회장은 “무연고자 장례를 치르면서 독거 노인의 어려움을 많이 알게 됐다”며 “현재는 중구지역 무연고자만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앞으로 봉사활동 지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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