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기만 한 이 봄이 그립다
짧기만 한 이 봄이 그립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4.3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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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여름이다. 한낮에 내려쬐는 볕이 겉옷을 거추장스럽게 만들고 벌써부터 서늘한 그늘이 그리워지는 걸 보니 ‘계절의 여왕 5월’이란 말이 무색해지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뚜렷한 사계절이 또 하나의 자랑거리였다. 계절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다르고 이를 보고 느끼는 우리의 감정도 다른, 그 계절의 변화만으로도 또 하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계절의 경계가 무너져 내린 듯하다. 4월 중순까지 강원도 산간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눈과 서리가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더니 불과 일주일도 안 돼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한다는 소식이 귓가에 들려온다.

이러다 봄, 가을은 없어지고 기나긴 겨울과 여름, 단 두 계절만 남지나 않을지 적잖은 우려스러움에 계절의 변화를 조금이나마 더 느껴 보고픈 마음이다.

올 봄은 47년 만에 찾아온 때 이른 더위로 또 한 번 기후변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그러나 가만히 주위를 보니 이 봄날의 더위에 대해 걱정하거나 안타까워하는 이가 없는 것이 이상기후만큼이나 ‘이상’하게 느껴진다.

수많은 학자들이 먼 미래를 내다보며 지구온난화를 우려하고 대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딴 세상 이야기로만 흘려듣고 있다.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이 세상은 우리 것이 아니다.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 쓰고 온전한 형태로 되돌려 주어야하는 ‘그들의 터전’이다.

세 들어 살며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은 그 누가 보더라도 비상식적인 행동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누구하나 이 땅에서 ‘셋방살이’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거나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것 같아 더욱 가슴이 먹먹하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선 화석연료 사용 자제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벌목과 개간지 간척을 중단함은 물론 과도한 도시화를 억제해야 한다는 이론적 사실에는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에 가려져 점점 희석돼 정작 실천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결국 우리의 지구는, 거대한 힘을 지닌 이 자연은 홍수와 가뭄, 기상이변을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이 메시지를 기억하고 되새기며 이 땅에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5천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네팔의 대지진은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한 오만으로 자연을 대한다면 그들은 아마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대재앙을 내릴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자연이 계절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를 더 이상 무시할 것이 아니라 겸허히 받아들여 내일을 넘어 미래라는 희망을 계속 품어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거창한 일보다는 당장 내 집 앞, 우리 주변에 한 그루의 나무라도 더 심고 일상 속 약간의 불편함, 조금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자연과 환경을 우선하는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

과거 선조들이 그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자랑으로 여긴 사계절의 그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을 온전히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김영길 울산중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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