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모범답안 울산서 발견
‘자나깨나’ 4가지 사업 전도사 자임”
“자유학기제 모범답안 울산서 발견
‘자나깨나’ 4가지 사업 전도사 자임”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5.04.21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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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숙자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 3년 전 전국 첫 운영 ‘사이버 사롬사리 농장’
아이디어 접목… 인성·자기주도학습력 배양·태화강변 아름다움에 심취한 문인화 애호가
 

교단생활 41년…첫 여성 강남교육장

경남 산청이 고향인 한숙자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62·사진). 진주교육대를 나와 1974년 4월 1일 초임 발령을 받았으니 교단에 선 지 만 41년째다. 그 오랜 시간 오롯이 초등학생들만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가르치고 뒷바라지해 왔고 근자엔 중학생들까지 돌볼 기회가 주어졌다.

교감 직분은 송정초등학교(2000. 9∼2002. 8)와 동천초등학교(2005. 3∼2007. 2)에서, 교장 직분은 장생포초등학교(2007. 3∼2009. 2)와 호계초등학교(2009. 3∼2010. 2)에서 각각 떠맡았다. 다시 만 2년간의 강북교육청 교육지원국장 재임(2010. 3∼2012. 2)을 거쳐 제12대 울산교육연구정보원장 직에서 2년 5개월간(2012. 3∼2014. 8) 봉직한다. 이만하면 ‘대과 없는 교육인생’이라 할만도 하겠다.

강남교육지원청 제11대 교육장에 취임한 것은 지난해 9월 1일. 벌써 7개월을 넘겼다. 울산시교육청 관내 여성 교육장은 한숙자 교육장이 임원숙 전 강북교육장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강북교육장은 ‘중등’ 출신이, 강남교육장은 ‘초등’ 출신이 맡는다는 불문율을 감안하면 여성 강남교육장은 한숙자 교육장이 처음이다.

공들인 특색사업 ‘자나깨나 자유학기제’

한숙자 교육장은 취임 이후 교육부 역점사업인 ‘자유학기제’에 대한 고민부터 먼저 했다. 잘 알려진 대로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시험(중간고사, 기말고사)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수업 운영을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 형으로 개선하고 진로 탐색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보장하는 이 제도는 올해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부터는 전국에서 전면적으로 실시된다.

울산 강남교육지원청 관내의 경우 63개 초등학교 전체, 그리고 언양중학교, 신언중학교 등 자유학기제 운영을 희망한 22개 중학교가 올해의 시범학교로 지정돼 있다. 중학교의 경우 내년부터는 29개 중학교 전체에서 이 제도를가 시행된다.

한 교육장과 교육지원청 간부들은 제주의 서귀중앙여중, 대구의 동변중학교 등 자유학기제 시범운영이 잘 된 것으로 소문난 외지의 몇몇 학교를 직접 찾아가 ‘한 수’를 배우고 돌아왔다. 그리고 삼정·반천 초등학교 등 11개 초등학교와 남창중학교의 본보기 사례에 각별히 주목했다. “고민과 방황 끝에 우리 문제의 답을 울산에서 찾았습니다.” 지난 2월 중순 시교육청 회의실에서 ‘자유학기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자나깨나’를 주제로 진행한 프레젠테이션에서 한숙자 교육장이 직접 꺼낸 말이다.

답은 울산에 있다 ‘사롬사리 농장’

한 교육장은 울산지역 사례별 검토와 외지 학교 벤치마킹 과정을 거쳐 자유학기제 운영 과정에서 크게 3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초등학교-중학교 사이에 연결고리가 없고 ▲학생들의 진로체험 공간이 모자라고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아울러 그 해결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초등학교의 기록(진로활동 등)을 중학교에서도 참고해서 교사의 학생지도를 돕게 하고 ▲적성검사, 간접체험, 사이버 탐색을 통해 자기 진로를 고민하게 한 뒤에 직접 체험을 하도록 유도하고 ▲독서력을 기르게 하고 ‘행복한 아이 중심수업’을 통해 자기주도학습의 한계를 극복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고민을 거쳐 ‘바로 이것이다’ 하고 찾아낸 답이 우리 울산에서 전국 최초로 운영되고 있는 ‘사이버 사롬사리(‘살림살이’의 옛말) 농장’이었죠.”

한 원장은 사이버 사롬사리 농장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자유학기제 성공 프로그램을 개발해 낸다. 다름 아닌 ‘자나깨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이다.

‘자나깨나’는 모두 4가지 사업으로 구성된다. 사이버 희망농장, 사롬사리 체험농장, 행복학습 보따리, ‘구영 명품 책 읽는 마실’ 등 4가지로 학교생활을 학생들의 살림살이로 생각하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학생들은 사이버 상에서 농사를 짓고, 학생들이 직접 농사 체험도 해보고,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에게는 ‘행복학습 보따리’를 배달하고, 온 마을이 책을 읽는 구영 명품 마실 운영을 점차 확산시켜 나간다는 학습전략이다.

“학생들은 논과 과수원, 비닐하우스 경영을 통해 바른 인성을 키우고, 꿈과 끼를 키우며, 자기주도 학습력이 쑥쑥 자라게 될 것입니다. 분양받는 농장에서 살림살이를 잘하는 학생은 자신의 농장이 풍성하게 커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생의 살림살이가 풍족해지자면 학부모, 교육청, 지역사회 등 온 동네가 다 나서야겠죠.” 그녀의 기대와 당부의 말씀이다.

한숙자 교육장은 4가지 사업 중에서도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에서 펼치고 있는 네 번째 사업 ‘구영 명품 책 읽는 마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많은 것을 책 읽는 습관을 통해 해결해 낼 수 있다는 체험적 신념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한 교육장이 애지중지하는 ‘사이버 사롬사리 농장’은 자신이 전혀 새롭게 개발한 학습전략은 아니다. 이미 3년 전 삼정초등학교에서 처음 선을 보였고, 지금은 ‘학부모 95% 이상이 만족감을 표시할 정도’의 성공사례로 성장했다. 첫해인 2012년엔 ‘학교폭력 예방’에, 2013년엔 ‘인성 함양’에, 2014년에는 ‘꿈과 끼 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졌었다. 올해의 ‘자나깨나’ 프로그램에 드는 예산은 8천700만원. 교육부와 울주군, 농협이 나누어 지원하고 있다.

남창중 체험적 안전교육에 감탄사 연발

교육장이 하는 일에는 특색사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선 교육현장의 일을 속속들이 관여할 수도 없다. 교육지원청이란 ‘조장행정’의 산실일 뿐 일선학교 운영의 재량권은 어디까지나 학교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장선생님에게 칭찬 말씀을 몇 번이나 드렸답니다. 어찌나 훌륭하시던지.”

손영훈 남창중학교 교장을 두고 한 말이다. 손 교장은 ‘생존’과 ‘안전’을 주제로 한 야영수련활동을 이달 중순 10개의 체험부스가 차려진 학교 운동장에서 1박2일(4월 13∼14일) 일정으로 진행했다. 1학년 학생 289명이 동참했고 학부모들의 반응도 예사롭지 않았다.

학생들은 심폐소생술, 소화기 사용법, 라이프재킷 착용법, SOS 신호법 등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지식을 직접 체험했다. 체험 지도에는 온양파출소, 온양소방서, 울산해양경찰서, 울주보건소 등 여러 기관의 관계자들이 동참했다. 손영훈 교장은 “학생들이 천막을 치고 하는 야영수련활동을 통해 단결심과 협동심을 기르고 봉사와 질서 등 공동체의식을 지니고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존·안전 캠프’의 의미를 말한다.

한 교육장은 손 교장이 이번 캠프를 한 장소에서, 여러 개 부스를 동시에 설치해놓고, 여러 기관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진행함으로써 기대 이상을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한다. 단결심과 협동심, 공동체의식과 폭넓은 인간관계는 그녀의 교육철학이기도 하다. “혼자서 하면 힘든 일도 여럿이 손잡고 하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잖아요?” ‘아우름’이란 낱말을 그래서 좋아한다고.

한 교육장은 관심이 많은 ‘거꾸로 교실’과 같은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좋은 결실로 이어지리라 기대한다. 다문화가정 자녀 문제나 지진아 문제 등 미처 손길이 덜 닿은 분야도 그 빈틈을 능히 메워지리라 기대한다. 시교육청과 교육지원청 직원, 그리고 일선학교 선생님들의 뜨거운 열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인전만 4차례 ‘문인화의 숨은 달인’

한숙자 교육감의 이력 중에는 특별히 눈길 끄는 대목이 있다. ‘한국문인화협회 울산지부장’과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란 타이틀이다.

문인화(文人畵)에 입문한 지는 어언 33년째. 교단에 몸담으면서도 짬짬이 시간을 쪼개 작품활동에 매달렸다. ‘문인화 9인전’을 비롯해 그룹전시회는 여러 차례 열었고 개인전도 4차례나 된다. 그렇다고 ‘국·죽·매·란(菊竹梅蘭)’에만 얽매이지 않는다. 교육연구정보원장 재임 시에는 ‘태화강변의 4계’란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아름다움의 극치인 태화강변의 4계를 정말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준비 기간은 2년 반쯤 된다고나 할까요.”

이른 아침 6시쯤 자택인 중구 우정동 선경아파트를 떠나 태화강변을 따라 교육연구정보원까지 1시간 40분이나 걸린다. 그 먼 거리를 날마다 걸어서 출근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의 어김이 없는 일과였다. ‘태화강변의 4계’ 개인전에 오른 작품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 마침표를 보았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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