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아닌 ‘장애인’
‘장애우’ 아닌 ‘장애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4.1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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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장애자가 아니라 장애인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제35회 장애인의 날에 즈음해서 발표한 슬로건이다. 복지부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제3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을 열고 ‘장애인·비장애인 바른 표현 사용 캠페인 선포식’을 갖는다. 복지부는 이날 선포식에서 ‘장애우’ ‘장애자’를 ‘장애인’으로, ‘일반인’ ‘정상인’은 ‘비장애인’이라는 슬로건으로 연중 캠페인을 벌인다고 밝힌다. ‘장애우’ ‘장애자’ 또는 ‘일반인’ ‘정상인’ 따위의 표현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 의식을 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장애인의 날’이 처음 정해질 당시의 표현은 ‘장애자의 날’이었다. 그러다가 장애인들의 의견이 부정적으로 모아지면서 관련법 정비를 계기로 ‘장애인의 날’로 바뀐 것이다. 비장애인들이 이만하면 친근감을 나타낼 수 있겠다 싶어 ‘벗 友(우)’가 들어간 ‘장애우’ 역시 거부반응 일으키기는 매한가지였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지체장애 2급 시의원인 문병원 의원에게 답을 구해 보았다.

“생각해 보십시오. ‘벗(友)’이란 것은 대화와 소통이 되고 공감대가 이루어지는 인간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것인데 80대의 장애인 어르신하고 5살짜리 비장애인 아이가 어찌해서 친구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까. 격에 맞아야 바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함께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해마다 이벤트를 마련한다. 최고상금 100만원이 주어지는 ‘장애인의 날 행사 슬로건 공모전’이다.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이 공모전의 내용은 ▲‘다함께 살아가는 사회 주체로서의 장애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내용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항께 살아가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내용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개선시킬 수 있는 내용이면 된다. 공모전에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슬로건도 적지 않다.

제29회 장애인의 날 공모전에서는 <문턱은 낮게, 시선은 같게, 사랑은 높게!>가 최우수작의 영예를 안았다. 이어 ‘장애인 일자리’를 주제로 한 제32회 공모전에서는 <생각의 장애를 넘어 따뜻한 사회>가 당선돼 상금 1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우수상에는 <열린 일터, 하나된 세상, 희망찬 미래>와 <일은 장애를 넘는 힘입니다>가 선정됐다. <장애는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기회의 부족입니다> <편견은 걸림돌입니다> <배려는 디딤돌입니다> <장애가 아닌 능력을 봐주세요> 등은 가작으로 뽑혔다. 올해 제35회 공모전의 당선작은 앞서 언급한 <장애우·장애자 대신 장애인이 올바른 표현입니다>였다.

장애인에 대한 이 같은 인식 개선에 힘입어 장애인에 대한 순우리말 표현은 참 많이도 사라져 사어(死語)가 되고 말았다. 그 대신 그 자리를 지체·시각·청각이란 표현이 폭넓게 채우고 있다. ‘언청이’, ‘앉은뱅이’와 같은 표현은 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자연도태의 길을 걷는 경우이지만….

대한민국의 장애인 복지 정책은 다채로운 행사, 거창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개발도상국 수준’이라는 지적이 여전히 존재한다. 법으로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공공기관이 허다한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울산문예회관의 이동구조가 교통약자 장애인들의 이동편의에 미흡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거나, 인도(人道) 주차를 막는답시고 마구잡이로 설치했다가 시각장애인들의 흉기로 둔갑해도 뒷짐만 지고 있는 이른바 ‘볼라드’ 관리 정책만 보아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장애인’ ‘비장애인’ 표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장애인들을 위하는 실천적 행정이 아닐까.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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