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서천설(文明西遷說)을 통해 본 해가 뜨는 동양(東洋)
문명서천설(文明西遷說)을 통해 본 해가 뜨는 동양(東洋)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4.1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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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文化·culture)란 인간에게만 있는 생각과 행동 방식 중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배우고 전달받은 모든 것들 즉 의식주,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등을 모두 포함한다.

문명(文明·civilization)은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 기술적, 사회구조적인 발전.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 생활에 상대하여 발전되고 세련된 삶의 양태를 뜻한다. 우리가 문명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문명의 이기(利器)이다. 현대 기술 문명에 의하여 만들어진 편리한 생활 수단이나 기구이지만 “자동차라는 문명의 이기가 항상 인류를 편하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 등으로 표현한다.

빗나간 역사 예언 등으로 논쟁은 있지만, 동서고금에 명멸했던 문명권을 21개로 분석했던 토인비는 그 문명권이 서쪽으로 이동해간다는 문명서천설(文明西遷說)을 주장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이 이집트 문명권으로 서천했고, 다시 희랍과 로마·유럽·영국·미국 쪽으로 서진(西進)하여 이동했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은 미국문명권이 동양으로 서천하며 환태평양(環太平洋) 문명권 시대로 옮겨가고 있는 과도기적 단계로 본다. 미국의 서쪽은 한국·중국·일본이 주축이 된 동양 문화권으로 오랜 잠에서 깬 중국은 ‘콰이콰이 정신’으로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동양(東洋, orient)이라 함은 터키의 동쪽에 있는 아시아 여러 나라를 통틀어 일컫는 말로, 유라시아 대륙의 동부 지역. 아시아의 동부 및 남부를 이르는데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미얀마, 타이, 인도네시아 등이 있다. 넓은 의미로는 중동 지역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약간씩 의미 및 어감의 차이는 있으나, 비슷한 뜻으로 동방 세계(東方世界, 줄여서 동방) 및 오리엔트(the Orient)라는 표현도 사용된다. 동양과 서양의 구별은 중국인이 남해(南海)에 대한 지식이 한층 깊어졌던 송(宋)나라 말~원(元)나라 초(13세기)에 생겨난 것으로, 당시 중국의 선박이 항상 왕래하고 있었던 대략 북위 16° 이남의 남(南)인도 연안지방에 있는 몇 개의 소국(小國)을 가리켜 말한 것에서 비롯한다.

그 후 중국인의 지리적 지식의 확대와 서양인의 아시아 진출에 따라서 동양의 개념은 역사적으로 변화했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서양(유럽)에 대응되는 말로 사용된다.

중국, 한국, 일본 등 한자 문화권에서는 동양을 말 그대로 중국의 동쪽 바다<東洋>를 뜻했다. 이렇게 과거 동양, 서양을 바다라는 지리적 차원에서 규정하던 것이 근대 일본에 의해 문명적 총화의 개념으로 변모되었다. 일본은 유럽 중심의 세계를 서양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극동 문명을 동양으로 지칭하였으며, 이 중 동양은 고대 중국에서 발원한 문화와 문명 및 한국, 일본 등에서 함께 발전한 전통적 문화를 총체적으로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19세기 말의 식민주의 시대에 비 유럽계 국가 중 유일하게 근대성을 이룬 일본은 자신을 동양 문명의 보존자로 자임하고 동양과 중국을 구분하여 중국을 지나(支那)로 지칭했다. 동양이 중국 중심의 찬란한 전통 문화라면 지나는 반식민지로 전락한 도태의 중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치언어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오늘날에는 동양과 서양이 이미 널리 통용되어 그 안에 담긴 정치적 의미는 옅어졌으며 편의적인 구분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동양이라는 용어 역시 서구 중심주의적 시각의 재생산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인도아대륙과 극동으로 정의된 동양은 대략적으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라는 세 문화권으로 나눌 수 있다. 유럽인들이 가지는 “동양”과 “서양”의 구분은 기독교 세계와 여기에 속하지 않는 이교도들의 세계를 구분하여 인식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를 탐험하기 전까지 그들에게 어느 정도 이상 알려진 외부 세계는 북아프리카와 동쪽의 이슬람 국가들뿐이었다.

십자군 원정을 통해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경계가 생겨났고, 나중의 탐험 시대에 동방 세계가 유럽인들의 세계와 종교적, 문화적, 인종적으로 얼마나 다른지를 알게 되면서 ‘동양’의 개념이 보다 명확히 확립된 것이다. 이로 인해 동방을 신기하고 이상한 것들로 가득 찬 세계로 인식하는 오리엔탈리즘이 출현하게 되었다. 부디 오리엔탈리즘, 동양의 주축을 주도하는 ‘해가 뜨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신영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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