蓼島(요도)와 정몽주 ③ (끝)
蓼島(요도)와 정몽주 ③ (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4.1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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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1375년 말이라면 몇 월일까요? 1375년 중양절 이전일까요? 이후일까요? 동국통감 권50 고려기에는 1375년 7월(가을) 정몽주를 비롯한 신진사대부들이 이인임의 역풍을 맞아 귀양 간 사실을 적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몽주는 1375년 중양절 이전에 언양 요도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몽주는 중양절(중구일)에 자신의 회포를 담은 시 2편을 남겼습니다. 그가 남긴 두 편의 시는 같은 해 같은 날 중양절에 썼다고 보기에는 그 심경과 느낌이 너무나 다릅니다. 그럼 두 시를 살펴보겠습니다.

-鄭夢周 / <彦陽九日有懷 柳宗元 次韻>-

정몽주, <언양에서 중구일에 회포가 있어서 유종원의 시에 차운하다>

客心今日轉凄然 오늘 나그네의 마음이 더욱 처량하여/ 臨水登山?海邊 장기 어린 바닷가에서 임수등산하네./ 腹裏有書還誤國 배운 글 있어 오히려 나라를 그르쳤지만/ 囊中無藥可延年?낭중 무약이라 어찌 나이 늘릴 수 있으랴?/ 龍愁歲暮藏深壑 용은 저무는 한 해가 근심스러워 깊은 골짜기에 숨고/ 鶴喜秋晴上碧天?학은 갠 가을이 기꺼워 푸른 하늘로 오르네./ 手折黃花聊一醉 손으로 국화를 꺾고 잠시 취해보는데/ 美人如玉隔雲烟?옥 같은 님은 저만치 구름 너머에 있네.

이 시는 한 마디로 표현하면 너무나 비관적입니다. 정몽주가 39의 나이에 성균관 대사성으로 이 시를 썼다고 보기에는 그 심경이 너무나 쓸쓸해 보입니다. 간신 이인임을 탄핵하여 기울어가는 고려를 바로 세우려다 역풍을 맞고 유배를 당한 순간의 자신감 잃은 마음이 역력해 보이기도 합니다. 한순간에 유배를 당한 정몽주는 아마 후덥지근한 늦여름의 울산 바닷가를 요도를 찾기 위해 헤매고 다녔을 것입니다. 막 언양에 도착한 시점이 구양절이었을지도 모르죠.

정몽주는 이인임 탄핵의 실패를 바로 나라의 장래를 그르친 것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 더 이상 나라를 이어갈 수 없으니 나약한 우왕은 그 모습이 너무 근심스러워 그저 모른척하고 간적 이인임은 정적들을 한꺼번에 몰아 귀양을 보냈으니 미처 날뛰네. 국화 한 송이 꺾어 나라를 생각해 보는데 그저 고려의 장래가 아득하기만 하네.

-重陽節 感懷(중양절 감회) / 정몽주

節序重陽亦暑消 중양의 절서가 되니 역시 더위는 사라지고/ 天高馬?冷霜朝?하늘 높고 말은 살찌나 서리 내린 아침은 차네./ 黍禾??昇祥旭 곡식은 익어 늘어졌는데 좋은 아침 해 뜨고/ 鴻雁??聽遠??기러기 짝지어 우는 소리 멀리서 들리네./ 國泰民安時絶好 국태민안 하니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고/ 風調雨順歲豊饒?풍조우순 하니 해는 풍년들어 넉넉하네./ 重陽把酒無量感 중양절에 술잔드니 더없이 좋은 감정이라/ 擊壤歌呼紫陌遙 도성의 길 멀리서 풍년가 노래 부르도다.

반면에 이 시는 정몽주가 정신을 차리고 희망적인 심정을 노래한 시입니다. 때가 되니 그래도 더위는 가고 비록 아침은 차지만 천고마비의 계절이네. 오곡백과 무르익고 상스러운 아침 해 뜨니 저 멀리 희망의 소리 들리네. 나라와 백성이 편안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시절이 좋으니 풍년 들어 넉넉하네. 중양절에 한잔 하니 감개무량이라 도성 멀리서 격양가를 부르노라.

유배 1년이 지난 지금 정몽주는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고려의 태평성대를 꿈꾸고 있습니다. 나라를 관조하고 또 한 번 도전하고자 하는 백성을 향한 욕망이 몸속에서 꿈틀대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4. 요도를 천년 전 옛길의 정류장으로

요도를 천년 전의 모습으로 재현할 수 있을까요? 과연 6조대신의 관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삼면에 물이 흐르게 하여 섬의 형태를 갖추고, 약간의 구릉지를 만들고, 송림이 우거진 바로 설화 속의 요도복원은 가능할까요?

또 정몽주의 유배생활은 어떠했을까요? 위리안치(圍離安置)는 했을까요? 보수주인(保授主人)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유생들과 정몽주는 반구대와 작괘천을 오고 갈 때 말을 타고 갔을까요? 정몽주의 유배생활의 모습은 재현이 가능할까요?

요도에 신라 육조대신의 관사와 정몽주의 유배지를 복원하여 세계적인 관광명소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선비의 고장 언양의 이름에 걸맞게 품격 높은 관광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요도에서 반구대까지, 반구대에서 반월성까지, 요도에서 작괘천까지 말이 달릴 수 있는 옛길을 찾아내고 더 나아가 영남 알프스 산맥을 한 바퀴 말을 타고 돌 수 있는 길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말을 타고 철마와 나란히 달리고 반구서원과 작천정에서는 포은 선생의 정취를 느끼면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시 쓰기 대회를 여는 것입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말을 타고 복원된 왕경과 천년고도 경주를 둘러보는 것입니다. 또 다른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은 말을 타고 영남알프스의 능선을 마음껏 달려보는 것입니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모릅니다. 이 모든 일이 요도의 마구간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태화강 생태 관광과 더불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울산으로 몰려올 것입니다.

<조상제 강북교육지원청 교수학습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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