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존경’으로 이어진 우정
‘스승 존경’으로 이어진 우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4.0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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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아직 탐색 중이다. 만만한 친구가 누군지, 선생님의 성향은 어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핀다. 적극적인 아이들은 서로 기선을 제압하고자 기 싸움을 벌인다. 그래서 내성적인 아이들은 걱정이 많다. 덩달아 부모들도 가슴을 졸인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학기 초 풍속도다.

과거에는 형제가 많아 그 안에서 위계질서도 배우고 예의범절도 익혔다. 밥상머리 교육에서 나눔과 배려 정신도 습득했다.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어야 식사가 시작되고 식사 속도가 빨라도 조절하는 배려도 터득한다. 나의 청소년기도 비슷했다. 국민학교 시절에는 수줍음과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었다. 얼굴이 까매서 더 그랬던 거 같다. 그래도 공부도 적당히 하면서 운동을 굉장히 좋아했다. 특히 공으로 하는 운동은 학교 대표선수로 뽑힐 정도였다. 야구와 농구는 선수생활도 조금 하였다. 과외를 몰래 빼먹고 야구시합에 나갔다가 어머니에게 된통 혼난 기억이 새롭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어머니가 “이젠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씀했고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중 1때 뭣 모르고 학급반장 선거에 나가게 되었는데 덜컥 되고 말았다. 학급회의를 주관하고 선생님을 도와드리며 심부름을 열심히 하다보니 재미가 있었다. 2학년, 3학년에도 반장 노릇을 재미있게 하니까 성격도 조금 바뀌고 우리 반이 좋은 성적을 받으니 성취감도 느꼈다.

그런데 고등학교 1차 시험에서 낙방하고 큰 좌절을 맛보게 된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은 다 명문고에 들어갔는데 많이 창피했다. 2차에선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고등학교를 택했다. 고1 1학기에는 재미가 없으니 아무런 의미 없이 학교를 다녔다. 고1 여름방학 때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나?” 문득 정신이 났다. 2학기가 되면서 다시 반장 선거에 나갔다. 새 반장으로 선출되었다. 이때부터 반을 위하여 학교를 위하여 앞장서서 솔선수범하였다. 그랬더니 내가 다니는 학교가 보통 학교가 아니란 게 보이기 시작했다. 주위 친구들이 모두다 약간의 아픔을 지닌 대단한 친구들이었다. 친구들과 힘을 모아 공부도 열심히 하고 놀 때는 열심히 놀면서 우정을 있는 대로 쌓아갔다.

3학년이 되었다. 2학년까진 노는 데 치중하던 친구들이 하나둘 공부하려고 덤볐다. 어떤 애는 머리를 빡빡 밀고 아침마다 책상에 코피를 쏟으며 죽기살기로 공부하였다. 어떤 애는 서울대 들어간 애 옆자리에 앉아 멘토링을 청했다. 감동이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내 담임선생님에게 청했다. “선생님! 우리 반은 한시간 먼저 나와 자율학습을 하겠습니다. 제가 교탁에 앉아 책임지고 이끌어 보겠습니다.” 승낙을 받고 반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몇몇 애들의 반대가 있었으나 친구들의 든든한 후원 아래 큰 돼지 저금통을 교탁 위에 놓고 시작하였다. 지각하면 100원, 빠지면 500원 벌금을 받았다.

선생님들은 “너희가 얼마나 그러겠느냐?” 이런 눈치였지만 예비고사 전날까지 지속되었다. 예비고사가 끝났다. 성적이 좋지 못한 친구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교무실 캐비넷에 있던 돼지 저금통을 몰래 빼나와 40명의 친구들과 파티를 벌이고 동네 불량배와 싸움도 벌어졌다. 다음날 아침 생전 처음으로 담임에게 뺨을 맞았다. 속으론 억울했지만 참을 수 있었다.

그러던 우리 반이 어찌 되었을까? 서울대 4명, 의대 4명 등 좋은 성적을 냈다. 그 친구들과 지금도 만나고 있다. 80세 되신 담임선생님을 모시고 매년 반창회를 연다. 20여명의 친구들이 모인다. 대기업 사장도, 교수, 의사, 박사, 백수 등 너나할 것 없이 선생님께 큰절을 올리면서 옛 추억을 되새긴다. 밤이 깊도록 이야기꽃을 피운다.

요즈음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서로 담임 맡기를 꺼린다고 들었다. 부모 잘못이 크다. 아이들이 스승 존경의 마음을 갖도록 부모들이 나서야 한다. 아이들 듣는 곳에서는 함부로 선생님 평가를 해선 안 된다.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던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교권을 되찾아 드리자.

한국화학연구원 기획경영실장

열린교육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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