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산업안전 파수꾼
우리는 산업안전 파수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4.0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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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학교에 뒤늦게 산업안전센터가 생겼다. 울산대는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석유화학단지 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산업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관련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신기술을 쉽게 현장에 적용하며, 아울러 산업안전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산학협력단에 산업안전센터를 설립하였다. 공과대학 최고 전문교수들이 참여하고 자문위원단도 구성하였다.

지금 최대 풍랑을 맞고 있는 석유화학산업의 나아갈 항로는 어디일까. 수출 1천억불 시대를 열며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경상도의 맏형 울산을 비롯하여 전라도 광역경제권을 주도하는 둘째 여수, 그리고 어리지만 당찬 충청도의 막내 대산. ‘석유화학 3형제’의 일거수일투족은 화학산업뿐만 아니라 전후방 연관산업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 산업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지난 40년간 국가 경제발전을 떠받쳐온 산업단지가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 우리나라 석유화학단지는 1970년대에 집중적으로 조성됐기 때문에 앞으로 노후 산업단지의 안전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5년 동안 산업단지에서 일어난 100건이 넘는 사고와 200명이 넘는 사상자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선봉에는 울산, 여수 등 국가석유화학단지가 있다. 70년대에 중동전쟁이 일어나 1·2차 오일쇼크가 국가위기로 이어졌을 때 그 해법은 경공업으로부터 중화학공업으로의 전환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출 1위 산업으로 성장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왔다. 그러나 고도의 압축성장 이면에는 개선해야 할 어두운 그림자도 깔려있는 게 현실.

산업단지가 사람이라면 크고 작은 배관들은 혈관이다. 혈관이 온몸 구석구석에 피와 영양분, 산소를 날라주는 것처럼 배관들은 산업단지 곳곳에 원료와 스팀, 가스 등을 공급해준다. 이런 배관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사람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산업단지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큰 사고로 이어진다.

땅 속에 있는 숨은 배관들은 더 위험하다. 차라리 지상에 나와 있는 배관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피하면 되지만 땅 속에 있는 배관들은 피할 수가 없다. 실제로 산업단지 곳곳에서는 땅 속 배관 때문에 생기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하관로는 한번 땅 속에 매설하면 눈에 잘 띄지 않아 관계 기관들의 지도·점검도 쉽게 피할 수 있고 유지보수 관리비도 절약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들이 사고를 키우고 있다. 하루 빨리 노후 지하배관을 지상화하는 통합 파이프랙 구축사업이 실행되어야 한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4년 전 울산 주력산업의 퇴직 임원들이 모였다. 처음에는 ‘돌아온 공장장 모임’을 줄여서 ‘돌공모’라 하였다. 그러나 조금 고상한 명칭을 붙여야 한다기에 찾은 이름이 바로 NCN(New Challenge Network, 울산전문경력인사지원센터)이다. 현재 화학과 기계 분야에 울산 산업계를 대표하는 120여명이 모였다. NCN은 울산의 자랑거리다.

울산대학교와 NCN은 힘을 합쳐 주도적으로 산업안전 문화 확산에 나서고 있다. 이제는 최고경영자가 직접 안전을 챙겨야 하고 더 나아가 기업 안전문화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산업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말단사원부터 CEO까지 안전의식을 철저히 갖고 있지 않으면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시민 개개인도 안전의식을 바꿔야 한다. 안전을 생활화하고 습관화해야 한다. 법규 및 안전수칙은 반드시 준수하고, 불안전한 행동과 임의해석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안전은 규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나른한 봄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때다.

박종훈 NCN 회장·울산대 산업안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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