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할매와 황새
삼신할매와 황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3.3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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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안 가리고 인류 역사에서 결혼의 목적은 생물학적인 종족 번식에 있다. 동식물은 지속적인 종족 번식에 실패하면 멸종한다. 인간은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통하여 종족 번식의 행복을 느낀다. 종족 번식은 순조롭게 이어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출산 경험이 많은 이는 ‘손만 잡고 잤는데 셋째를 가졌다’, ‘너거 아부지가 객지 갔다가 3년 만에 돌아와 하룻밤 자고 갔는데 니를 가졌다’는 등 쉽게 임신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가 하면 ‘결혼 10년 만에 얻은 자식’, ‘나이 오십에 얻은 자식’이라는 등 자식 낳기가 쉽지 않았던 이야기도 한다.

현대인의 인식과 삶의 패턴이 다양해지면서 애기를 한 명만 낳든지 아예 낳지 않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는 더 심화될지도 모른다. 저출산이나 출산 기피의 이유는 다양하다. 그 중에는 불임(不姙)도 한몫을 거든다. 불임의 원인으로는 지나친 흡연과 음주, 남성의 무정자와 여성의 배란장애 및 조기폐경, 각종 질환과 스트레스, 환경적 요인, 비만 등이 손꼽힌다.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자식 얻기에 실패하면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배경에서 생겨난 것이 우리나라의 삼신할매와 서양의 황새에 대한 인식이다. 삼신할매는 출산과 육아를 떠맡는 신으로 ‘산신’, ‘삼신할머니’, ‘삼승할망’으로도 불린다. 어원은 ‘삼줄’, ‘삼 가르다’에서 보듯이 ‘삼’이라 볼 수 있고, ‘삼’은 포태(胞胎)의 뜻이 있어 삼신할매는 포태신으로도 인식된다. 또한 ‘삼신 일월성신’은 출산에 관계되는 민속신앙과 무관치 않아 보이고, 의술이 뒤떨어진 시대에 ‘할매’가 등장한 것은 출산 경험이 많고 노련한 여성에 대한 믿음에서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 삼신할매, 삼신신앙의 유래나 의미는 다양하지만 고유의 기능이 애기를 점지하는 데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황새는 조류의 계통분류에서 ‘황새 목’ ‘황새 과’에 속하는 몸집이 큰 습지 조류이다. 우리나라에서 황새의 어원은 ‘큰 새(大鳥)’를 의미하는 ‘한새(漢鳥)’가 ‘황새’로 변이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사례는 용비어천가의 ‘큰 소(大牛)’를 뜻하는 ‘한소(漢牛)’나 ‘큰 강(大江)’을 뜻하는 ‘한강(漢江)’에서도 찾을 수 있다.

황새는 국제적 보호조류인 멸종위기 1급 동물로서 습지에 서식한다. 인문학적으로는 행복과 고귀, 장수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로 여겨진다. 세계적으로 19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황새, 먹황새 2종이 도래한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습지 어디서나 번식하던 텃새였지만 습지 생태계의 훼손과 오염으로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 1971년 4월 충북 음성에서 텃새인 황새 한쌍이 발견됐지만 이 중 수컷이 밀렵꾼의 총에 죽었다.

그 후 ‘과부 황새’가 무정란을 산란하다가 1994년 9월 서울대공원에서 죽으면서 국내에서 텃새인 황새는 완전히 사라졌다는 게 정설이다. 1996년부터 한국교원대에서 황새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987년과 2000년에 울산의 외황강 하류 오대오천에 각각 1마리씩 날아온 기록이 있다.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의 ‘황새종(種)복원센터’도 우리나라 음성과 유사한 사례에서 시작되었다. 1955년 황새보호협찬회가 발족하여 관민이 일체가 되어 보호운동을 전개하였다. 1971년 도요오카(豊岡)에서 텃새 황새 1마리가 마지막으로 죽었고, 1985년 러시아로부터 어린 황새 6마리를 기증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3월 김해 화포천과 올 2월 제주도 한경면 바닷가에서 광어를 사냥하여 삼키던 황새는 모두 도요오카시의 황새종복원센터 출신이다.

황새는 우리나라에서 ‘큰 새’로 통하여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 ‘황새는 다리가 기니 집배원으로 돌려라’ 등의 표현이 생겨났지만 서양에서는 애기를 점지해주는 역할자로 등장한다. 황새가 애기를 보자기에 싸서 굴뚝으로 들여보내면 아내가 임신이 된다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황새를 지칭하는 영어 스토커(stork)가 ‘…임신을 시키다’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문학적 배경의 ‘삼신할매’와 자연과학적 바탕의 ‘황새’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양자를 민속학적으로 보면, 애기를 잉태(孕胎)시켜주는 역할자로서 동일한 기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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