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바보’
‘4월 바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3.2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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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은 ‘거짓말을 해도 너그럽게 보아주는 날’로 통한다. 그래서 이날은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거나 헛걸음시키기도 한다. 서양 풍습이라지만 요즘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도 즐기는 경향이 있다.

이때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사람을 ‘April fool’ 즉 ‘4월 바보’라 하고 이 날을 ‘April Fool’s day’(=4월 바보의 날)라고 한다. 한자문화권에서 이 날을 ‘어리석을 愚’자를 섞어 ‘만우절(萬愚節)’이라 부르는 것도 흥미롭다. 만우절 기원설은 줄잡아 다섯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 중 하나가 고대(古代) 인도 유래 설이다. 고대 인도에서 부처의 설법은 춘분에 시작해서 3월말에 끝났다. 그러나 신자들이 그 다음날(4월 1일)부터는 설법을 들은 보람도 없이 우매(愚昧)한 상태로 되돌아갔다. 그 때문에 ‘야유절(揶揄節)’이라 부르는 3월 31일에는 남에게 헛심부름을 시키는 등의 장난을 치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 수난의 고사와 연결 지으려는 설도 있다. 4월 초에 예수가 제자 중 한 사람인 유다의 밀고로 잡혀가 재판 받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에게 끌려 다녔다는 고사와 관련된 것으로 남을 헛걸음시킨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예수 수난의 경로는 ‘안나스(제사장)→가야파(제사장)→빌라도(총독)→헤롯(왕)→빌라도’로 이어진다.

그러나 프랑스 왕 샤를 9세와 유관하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즉 1564년 샤를 9세가 율리우스력 대신 그레고리력(현재의 양력)을 채택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그레고리력의 1월 1일은 율리우스력의 4월 1일에 해당된다.

국왕의 칙령에도 불구하고 그레고리력이 말단관리나 지방민, 하층민에게는 제대로 먹혀들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계속 옛 설날(4월 1일)에 새해 선물을 보내거나 잔치를 벌이자 새 설날(1월 1일)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4월 1일을 새해로 고집하는 사람들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가짜 선물을 보내거나, 집을 찾아가겠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초대해놓고 헛걸음을 하게 하며 골탕을 먹였다. 이때 생겨난 말 ‘푸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4월의 물고기)’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즉 ‘4월 바보’를 뜻했다.

오늘날의 만우절은 ‘주변 사람들에게 가벼운 장난이나 농담으로 웃음을 주는 날’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동안은 장난전화나 거짓신고가 참 많이도 기승을 부렸다. 이때마다 애를 먹는 것은 119신고의 소방서, 112신고의 경찰서, 그리고 114 콜센터였다. 그 때문에 행정낭비가 많았고, 소방관이나 경찰관의 도움이 정작 필요한 곳에서는 사건, 사고가 의외로 커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부는 급기야 이 같은 장난전화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만우절 장난전화는 최고 2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며 엄포를 놓은 적도 있었다. 여하간 현행법상으로 장난전화는 ‘경범죄처벌법’의 처벌 대상이 된다. ‘최고 10만원의 벌금’을 무는 불법행위라는 이야기니 각별히 주의할 일이다.

몇몇 나라에서는 만우절 장난이 정오 이전까지만 허용되고 정오가 지나면 ‘장난’임을 반드시 알려준다. 이때 오후에도 만우절 장난을 치는 사람을 ‘에이프릴 풀(April fool)’이라 부르기도 한다. 농담을 하루 종일 계속하는 나라도 없진 않다. 다소 황당한 만우절 특집 기사로 해프닝을 벌이는 해외 유명 언론사도 있다. 하지만 적당하고 유머러스한 거짓말로 서로 웃고 지나갈 일이다. 벌금을 굳이 자청해서 무는 ‘4월 바보’ 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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