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자
다시 시작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8.1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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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엔 아직 늦더위가 가시지 않았지만 말복(末伏)도 넘겼고 입추(入秋)도 지났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돌아 새벽녘엔 홑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 당겨 올린다. 지난 7월 중순부터 시작됐던 ‘하계 휴가바람’도 8월초를 거쳐 엊그제 주말을 정점으로 끝물에 접어들었다. 시가지를 한산하게 했던 탈(脫)도시 인구들이 다시 거리로 돌아와 일상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휴식’이란 몸과 마음을 쉬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기간을 통해 자기성찰을 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사랑하고 도울 수 있는 능력을 인간이 갖추는 것도 신이 사람에게만 내린 선물임에 틀림없다.

들뜬 기분과 기대감으로 시작됐던 휴가가 끝난 뒤, 되돌아온 일상(日常)이 ‘아무것도 없는 옛 그 자리’라면, 이전에 가졌던 미움 또한 지금은 없어져야 마땅하다.

인간이 그 가치를 지니는 것은 자신의 능력 때문이라기보다 인간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은 타인에 대한 애증(愛憎)을 갖기 전에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사람은 빈손으로 태어났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지난 휴식기간 동안 지역사회에 ‘빚진 만큼 되갚아야’, 돌아 갈 때 ‘빚지지 않은 빈손’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빚 갚을 일이 많다. 울산의 경기 호황을 주도했던 조선, 자동차 산업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고 한다. 1인당 시민소득 4만 달러로 전 세계에서 미국민 다음가는 ‘부자도시’라고 자부하는 울산시는 전국 최고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도 일부 기업은 노사교섭이 타결되지 않고 있으며 계속적인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여전히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오로지 우리 자신 속에서 찾는 수 밖에 없다. 너그러운 맘을 갖고 상대를 이해하며 사랑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시민적, 인간적 의식을 갖추기 위해 우리는 지난 혹서기 동안 잠시 휴식을 취했었다.

다시 시작하자. 우리는 해 낼 수 있다. 지난 시절의 고난 속에서도 현재를 일궈 냈듯이 지금의 시련 또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 정종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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