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Halal) 인증’
‘할랄(Halal) 인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3.2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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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식품외교사에 밑줄 그을 만한 발표가 하나 있었다. ‘중동의 할랄식품 허브’로 불리는 UAE(아랍에미리트연합) 정부당국과 ‘농업 및 할랄식품 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는 우리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였다.

정부는 ‘할랄식품’ 시장에 대한 우리 농식품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노라,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외식기업들의 중동 진출 확대의 물꼬가 트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협약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선물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우리 귀에 설기만 한 ‘할랄(Halal)’이란 용어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뒷조사를 좀 했더니 아랍어인 할랄(Halal)은 ‘허용된 것’이란 뜻을 지녔다. 이슬람 율법 하에서 이슬람교도(무슬림)들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 바로 ‘할랄’이다. 육류 같으면 이슬람식으로 도축된 고기와 이를 식재료로 만든 제품이 ‘할랄 식품’에 해당한다.

이슬람 율법 중에 ‘다비하(Dhabiha)법’이란 게 있다. 할랄 식품은 반드시 이 법에서 정한 이슬람적인 도축 방식을 따라야 한다. ‘이슬람적 도축’이란 정신이상이 없는 성인 무슬림이 알라의 기도문을 외우면서 단칼에 가축의 목을 잘라 동맥을 끊는 방식의 도축을 의미한다.

그 반대 즉 ‘더럽고 허용되지 않은 것’은 ‘하람(Haram)’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것이 돼지고기 음식으로, 무슬림들에게는 ‘불결’ 그 자체로 인식된다. 이슬람 율법에서 정한 금지된 음식에는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개고기나 뱀, 육식동물, 민물고기까지 다양한 편이다.

사견이지만, 돼지고기에 대한 금기는 이슬람교 창시 무렵의 기후·풍토와 무관치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열사의 사막지대에 둘러싸인 아랍 지방은 그 당시 냉장·냉동 시설이 있을 리 만무했고 자연히 돼지고기가 상하면서 식중독 사고가 꼬리를 물 수밖에 없어 금지시켰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슬람 사회에서는 음식뿐만 아니라 조리의 전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식품의 가공, 포장, 보관, 운송 등 유통과정 역시 예외가 없다. ‘하람’이 끼어들 여지 즉 ‘부정 탈’ 여지를 조금도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중동은 물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같은 이슬람 국가의 무슬림 식탁을 넘볼 생각이 있다면 반드시 ‘할랄 인증’부터 받아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이슬람중앙회(Korea Muslim Federation=KMF)가 그 칼자루를 쥐고 있다. 할랄의 인증 범위는 식품뿐만이 아니라 의약품,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중동의 사막지대만큼이나 넓다. 몸에 바르고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에 ‘할랄’이 적용된다. 무슬림들에게는 ‘유기농’ ‘천연원료’ ‘환경호르몬 배제’보다 ‘할랄 마크’가 더 중요한 잣대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할랄 인증’ 마크는 이슬람권의 출입증 또는 입국사증과도 같은 것이다.

최근에는 할랄의 개념이 관광과 유통, 금융으로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호텔 객실에서 무슬림 고객이 기도할 수 있게 코란과 매트를 방에 준비해 놓고, 기도 시간을 알려주고, 메카(Mecca)의 방향을 표시해 놓을 정도라니 그냥 한쪽 귀로 듣고 넘길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세계인구의 25%, 16억 명이 무슬림이고 우리나라의 무슬림 인구도 23만 명을 헤아린다.

누군가의 충고처럼 ‘할랄’을 하나의 ‘글로벌 트렌드’로 이해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약삭빠른 일본은 벌써 ‘달리기 선수’ 수준이다. “UAE와 맺은 ‘할랄식품 MOU’의 기대효과는 식품 분야를 넘어 외식 시장과 국내 관광산업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의 말이다. ‘할랄 인증’에 이제 울산시와 관련업계에서도 눈뜰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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