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샘 이야기
탑골샘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3.0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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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이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루기 위해 수련하고 그 정기를 받은 산, 나라가 기울어 경순왕과 고관대작들이 동도(신라)를 떠나 송도로 몰려 갈 때 신라 명기 전화앵이 홀로 정절을 지키며 남은 땅, 신라인의 영원한 이상향 백운산. 울주군 두서면 백운산 계곡 해발 550m 지점에 탑골샘이 있다.

이 샘이 바로 태화강의 발원지이다. 2007년 1월 울산시는 유로연장 45.43km인 가지산 쌀 바위를 태화강의 상징적 발원지로, 유로연장 47.54km인 탑골샘을 태화강 최장거리 발원지로 발표한 적이 있으나 말 그대로 가지산 쌀바위는 태화강의 상징적 발원지일 뿐 진정한 발원지는 바로 탑골샘이다.

탑골샘 조금 못 미쳐 계곡 오른쪽에 제법 넓은 절터가 있다. 이 절터에서 홍수로 계곡을 따라 탑이 굴러 내려와 아랫마을을 탑골이라 부르고, 그 계곡의 샘을 탑골샘이라고 부르게 됐다. 아마 신라 화랑들이 수련을 위해 백운산을 찾았을 때 오늘날의 산인들이 그러하듯 무수히도 탑골샘의 맑은 물로 목을 축이곤 했을 것이다. 돌너덜 아래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탑골샘은 수량은 하루 약 15t으로 사계절 풍부한 편이며 미호 저수지, 대곡천을 흘러 태화강으로 합류한다.

백운산은 해발 910m의 산으로 신라 때는 열박산(咽薄山)으로 불렀으며 밝고 광명한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삼국사기 권 41 김유신 열전에는 서기 612년 유신 나이 18세에 ‘이웃 나라 적병이 점점 닥쳐오자 공은 장한 마음을 더욱 불러일으켜 혼자서 보검(寶劍)을 가지고 열박산(咽薄山) 깊은 골짜기 속으로 들어가 향을 피우며 하늘에 고하여 빌기를 중악(中嶽)에서 맹서한 것처럼 하고, 천관(天官)께서는 빛을 드리워 보검(寶劍)에 신령을 내려 주소서! 라고 기도하니 3일째 되는 밤에 허성(虛星:현무)과 각성(角星:금성) 두 별빛이 내려오더니 검이 마치 동요하는 듯하였다’라는 글이 전해지고 있다.

백운산의 정상 감투봉 아래에는 김유신의 기도굴이라 전하는 석굴이 있으며 이 석굴 안에서 김유신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무예를 연마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 동굴 안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김유신이 남긴 것으로 전해진 수백년 된 나무가 박혀 있었고 김유신이 삼강봉으로 오르는 능선(호미기맥)에서 말 타기 연습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백운산 북쪽에 있는 삼강봉(三江峰)은 하늘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3등분 되어 동남쪽 탑골 쪽으로 흐른 물은 태화강으로, 동북쪽 큰골로 떨어진 물은 형상강으로, 서쪽으로 흐른 물은 소호리 동창천으로 흘러 낙동강으로 이어진다고 하여 그 봉우리를 삼강봉이라 부른다.

탑골은 봄이면 풍부한 수량과 적당한 햇볕으로 수많은 야생화가 천상의 화원을 연출해 낸다. 탑골샘 오른쪽 양지바른 작은 언덕엔 복수초가 탑골 얼음이 채 녹기도 전에 마른 나뭇잎 사이에서 그 찬란한 황금색 꽃으로 봄을 알리며 연이어 주변에 너도 바람꽃, 현호색이 새색시처럼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더 오른쪽 다래나무 아래에선 피나물이 노랑 꽃봉오리를 연이어 펼쳐댄다. 위쪽으로는 덩굴개별꽃이 온 천지에 꽃밭을 만들어 버린다.

또 계곡을 따라선 독초인 미치광이풀과 천남성의 집단 서식지를 발견할 수 있다. 미치광이풀은 말 그대로 뿌리를 먹으면 미치광이처럼 비실비실 웃다가 목숨을 잃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탑골샘을 중심으로 위쪽과 아래쪽 물가 멀지 않은 돌 틈 사이에서 자란다. 4월이 되어 탑골샘을 오르면 그 핏빛 자주색 꽃이 연록색 잎사귀 사이를 빼꼼이 내다보며 찾는 이의 마음을 오묘하게 유혹하곤 한다.

천남성을 누가 왕실에서 사약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 재배라도 한 것일까? 고개 숙인 꽃 속이 너무 궁금하여 무릎을 꿇고라도 사진을 찍어 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는 꽃. 극 속에 나오는 장희빈이 사발을 떨어뜨리며 쓰러지는 모습이 연상되는 풀. 천남성! 이렇게 많이 집단 서식하는 곳이 또 있을까? 그러나 만지기조차 조심해야 하는 독초이다. 그 밖에 족도리꽃, 개감수, 진황정, 연복초, 애기송이풀, 윤판나물, 미나리냉이, 제비꿀 등 봄이면 야생화 마니아들의 출사 길을 재촉하는 야생화가 앞 다투어 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조상제 강북교육지원청 교수학습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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