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선생(勞思善生)
노사선생(勞思善生)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3.0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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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부지런히 일을 하면 좋은 생각이 든다.’ 는 뜻으로 한나라 유향(劉向)의 열녀전(烈女傳)의 모의전(母儀傳)에 전하는 이야기다.

중국 춘추시대 노(魯)나라 대부로 있던 공보문백(公父文伯)이란 사람은 노나라 귀족 공보목백(公父穆伯)의 아들로 그의 어머니는 강직한 성격의 현모양처로 이름이 나 있었다. 어느 날 공보문백이 공무를 마치고 퇴궐하여 집으로 돌아와 보니, 그의 어머니께서는 옷감을 만들 실을 뽑고 있었다. 이를 본 그는 어머니에게 “어머님께서는 이 나라 최고 명문가의 어른으로써 어찌 이 같은 천한 일을 자처하십니까? 남들이 이 일을 안다면 저를 보고 비웃을 것이 아닙니까?”라며 만류하자 어머니께서는 정색을 하며 “너 같은 위인이 조정에서 벼슬을 하고 있으니, 나라의 장래를 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승집 사람이라도 일을 해야 좋은 생각이 들게 되고, 안일한 생각에 빠져있게 되면 사람이 방탕해지고 타락하게 되어 나쁜 마음이 들게 된다(勞則思 思則善心生 逸則淫 淫則忘善 忘善則惡心生)”라며 훈계한 데서 유래된 말이다.

그리고 중국 역사상 최고의 태평성대를 구가했던 요(堯)순(舜)시대에는 관리들이 자신의 지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자신의 몸을 더 낮추고 스스로 험한 일을 자처했다. 이는 곧 권력층이나 부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도 스스로 험한 일들을 몸소 체험해 봄으로써 서민들의 고통이 무엇이며 그들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젊은 여성 부사장이 기내의 서비스가 좋지 않다며 승무원에게 폭언을 행사하며 출발하려던 항공기를 회항시켜 국제적 망신을 당한 일과 어느 백화점 V.I.P고객 모녀가 백화점 주차 아르바이트생에게 무릎을 꿀리는 소위 ‘갑질’의 횡포를 보고 있으면 지난날 동방예의지국이라 자처했던 이 나라 국민 됨이 부끄럽게 느껴지며 더 이상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논어집주(論語集註)의 고공기(考記)에 “그림을 그리는 일에 있어 먼저 바탕을 잘 칠한 다음 오채(五采: 다섯 가지 색갈)를 베풀어 그림을 그린다. 사람도 그와 같아 먼저 좋은 바탕을 만든 다음에 문식(文飾)을 보태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사람을 기르는 일에 있어서는 먼저 깨끗한 바탕을 갖추게 한 다음에야 지식이며 기술을 익히게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한마디로 ‘사람다움’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바탕’이란 인간에 있어 인성(人性)을 말한다. 이같이 중요한 인성의 기초는 먼저 가정에서부터 길러지게 된다.

우리는 흔히들 ‘자식농사(子息農事)’라는 말을 하는데 농사와 자식 키우는 일은 공통된 점이 많다. 옛 성어에 알묘조장(?苗助長)이란 말이 있다. 중국 춘추시대 송(宋)나라의 한 농부가 들판에 나가보니, 자신의 논에 자라고 있는 벼가 다른 집 논의 벼보다 키가 작게 보이자, 억지로 묘포기를 뽑아 올려 키를 높여 놓았더니, 농사를 망치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욕심에 눈이 멀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어 붙이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자식 키우는 일 또한 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커가는 자식을 두고 왕자나 공주, 권력자나 부자에다 초점을 맞추어 놓고, 어리석게 ‘알묘조장(?苗助長)’식으로 밀어붙일 줄만 알았지 ‘키운다’는 것이 물리적(物理的) 증대가 아니고, 심신(心身)의 성장(成長)이란 것은 살피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올바른 인성(人性)이 길러질리 만무하고, 무수한 ‘갑질족’만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양산되어, 인격을 갖추지 못한 지식, 양심을 수반하지 못한 장사, 정의를 수반하지 못한 정치, 노동과 땀이 수반되지 못한 재화가 이 땅을 온통 황폐화시켜가고 있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감에 있어 삶의 목표와 가치관을 어디에다 두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커가는 자식을 두고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느냐’는 생각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에 관심을 두고 교육하는 것이 자식에게 있어서는 진정한 행복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노동휘 성균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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