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은 미래 먹거리 곳간
화학은 미래 먹거리 곳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3.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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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무언가 새로 시작하는 달이다. 아이들은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아 설렌다. 새봄맞이는 오랜 농경사회부터의 습관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오고 있다. 찬바람 속에서도 꽃망울은 볼록이 주둥이를 내밀고 땅 밑 푸른 새싹은 세상을 만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울산은 태화강 기적이라고 말하는 놀라운 변화를 넘어 이제는 고래가 뛰노는 꿈을 꾸고 있다.

3월이 되면 필자는 ‘울산 화학의 날’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울산석유화학단지가 처음 기공된 1968년 3월 22일을 기념하여 2006년에 처음 지정되었다. 올해가 9회째다. 국가가 지정한 ‘화학산업의 날’도 있다. 올해 10월 31일이 7회째가 된다. 이 날도 울산석유화학단지가 준공한 날을 기념하여 정하였다. 울산 경제에서 화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나 된다. 그러나 시민들은 정작 화학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에 대해 그다지 실감하고 있지 못하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벽에서 벽지가 사라졌다. 방바닥의 장판도 사라지고 시멘트 바닥이 발에 밟힌다. 거실로 나가 텔레비전을 보니 형체만 덩그러니 남아 알아보기 어렵다. 온갖 전선들도 구리선만 남아 있어 잘못 만졌다간 감전되기 십상이다. 집 안에 온통 철과 나무, 차디찬 시멘트만 보인다. 전등 스위치가 사라져 불을 켤 수도 없다. 119 신고를 하려고 핸드폰을 찾았는데 전기회로만 보인다. 너무 놀라 밖으로 나가 동태를 살피려고 옷장 문을 열었는데 더 황당하다. 옷과 이불이 몽땅 사라진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바로 화학이 없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이처럼 우리 생활 어디서나 화학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지금 우리나라 제조업의 대동맥인 울산이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산업화에 성공한 대한민국 선두에는 항상 울산이 있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도 피해 갔던 산업수도 울산이 멈춰 섰다. 대한민국호를 이끌던 3대 주력산업인 석유화학과 자동차, 조선산업이 위기를 겪으면서 지역경제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근대화 주역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산업이다. 그러나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은 기존 주력산업과 ‘6T’가 융합하여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게 된다. 특히 첨단 신소재 분야는 나노기술이 융합하여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동차는 그린 카나 스마트 카로 탈바꿈하고 있다. 물론 동력원의 대체와 경량화, 친환경, 고감성이 핵심이다. 자동차와 화학, 에너지와 화학, IT와 화학의 융합 등 각 산업, 각 기술간 융합 시대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수소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자동차인 수소연료전지자동차(수소車)를 놓고 울산과 충남, 광주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프라 구축은 울산이 가장 빨랐지만, 최근 충남과 광주가 수소車 육성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면서 3개 시·도 간에 경쟁 기류가 형성됐다. 국내외 시장조사에 따르면 현재 1천여 대인 세계 수소車 수요는 오는 2020년 이후 50만대 이상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울산과 충남, 광주 등 지자체들이 삼국지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울산은 미래 먹거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수소車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화학의 날 프로그램 중 특히 울산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행사가 보이지 않는 부문은 심히 염려된다. 국가에서도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과학기술과 관련된 능력을 키우는 행사를 늘리고 있다. 과학은 여타 과목과는 달리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과목이다. 과학기술은 한번 낙후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청소년 과학 행사는 먼 훗날 얼마나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느냐를 전제로 해야 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행사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울산본부 기획경영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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