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 그 이후
간통죄 폐지 그 이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3.0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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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있는 공간마다 헌법재판소의 간통죄(姦通罪) 폐지 결정이 한동안 화제였다. 술집에서는 더 없이 군침 도는 안줏감이었다.

지난달 26일 헌재의 결정 직후 언론매체들은 대서특필 경쟁을 벌였다. 간통죄 폐지가 ‘62년 만’이라는 보도가 대세였지만 경향신문은 ‘110년 만’이라고 고집을 부렸다. 내용이 강화된 것은 정부 수립 이후 1953년의 일이지만 최초로 만들어진 것은 구한말이라는 역사적 근거를 논지였로 내세웠다.

중앙일보는 간통죄의 역사성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 보도에 따르면 간통죄의 모태는 1905년 대한제국 법률 제3호로 공포된 ‘정조법(貞操法)’이었다. 당시에는 유부녀와 그 상대방(相姦者)만 ‘6월 이상 2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했다. 부부 가운데 여성의 성적 신실(性的 信實) 의무 위반만 불평등하게 처벌한 것이다. 일제 강점기인 1912년에 제정된 ‘조선형사령’도 부인과 그 상간자의 간통을 ‘2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했고 그 형량은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헌재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 중앙지들은 흥미 위주의 선정적인 기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주식시장이었다”면서 콘돔 제조업체의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았고 사후피임약 제조업체의 주가는 전날보다 9.7%나 뛰었다고 전했다. 발기부전 치료제, 막걸리, 등산용품의 제조업체와 여행, 호텔 업체의 주식이 ‘간통죄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회자됐지만 사실은 그러지 못하더라는 기사도 올렸다.

술꾼들의 이야기는 더 적나라했다. 혹자는 상승주식의 반열에 등산용품 회사 주식이 끼어든 사실을 대단히 의아해 했다. ‘묻지마 관광’ 업계가 살판나는 대신 흥신소 역할의 심부름센터 업계는 파리를 날릴 거라고 단정 짓는 이도 있었다.

이런 판국에 ‘조갑제 닷컴’에도 ‘간통제 폐지의 부작용’이란 제목으로 흥미 만점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간통제 폐지 결정이 간통을 죄악시하는 우리 사회의 윤리규범은 물론 십계명으로 지켜온 교회법과도 마찰이 예상된다는 글이었다. 결례지만 일부를 잠시 인용해 보자.

“조물주는 간음하라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종족 번식을 위해 성욕을 인간에게 부여했다. 간통죄가 없어지면 유부남, 유부녀를 안 가리고 성 도덕의 문란으로 가정 파괴 현상이 확산될 것이다. …가장 좋아 쾌재를 부를 사람은 돈 많은 부자와 돈은 없더라도 한 인물 하는 여성들이다. 돈 많은 남녀들은 멋있는 이성과 마음껏 정분을 나누고 돈으로 때우면 되고, 재력이 없지만 인물이 반반한 여성은 마음껏 즐기고도 위자료나 손해배상으로 나갈 돈이 없으니 배 째라고 하면 그만이다.” “간통제가 폐지되기 전에는 바람 난 배우자가 구속되어 안 보니까 참지만, 앞으로는 간통한 배우자와 계속 마주해야 하니 피 끓는 분노가 극에 달하면 치정살인도 지금보다는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기독교신자로 보이는 이 필자는 “아직도 ‘간음하지 말지어다!’라는 지엄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십계명으로 엄존하고 있는데”라며 징벌적 예언까지 남겼다.

“교인들의 당혹스러움은 무신론자와는 사뭇 다를 터인데, (교회법은)성경을 부인하는 간통제 폐지를 용납하지 못할 것이며 결국 그 후유증은 곧 하나님의 징벌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희망도 언급했다. “어리석은 인간들의 무절제가 말세만은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창세기 소돔과 고모라가 혹시라도 재현되는 것일까? …좀 당혹스럽기도 하고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도 같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상위의 가치로 판단한 헌재의 결정! 이에 대한 기독교계의 공식 입장이 몹시 궁금하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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