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시대, 동네 서점은 살아남을수 있을까?
도서정가제 시대, 동네 서점은 살아남을수 있을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2.2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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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1월 21일 시행된 도서정가제는 아직 정착까지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이해관계와 혼돈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먼저 개정 도서정가제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개정안은 모든 도서에 대해 정가의 15퍼센트 범위 내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가격 할인은 10퍼센트 이내다. 쉽게 말하자면 정가가 1만원인 도서인 경우 판매가는 9천원까지 책정할 수 있고, 추가로 5퍼센트 범위인 500원까지 마일리지 등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개정 도서정가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도 있다. 그동안 국기 기관, 도서관, 교도소, 군부대, 법정 공공단체 등은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 기관이었는데 이를 대폭 축소, 사회복지시설로 한정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공공도서관과 작은 도서관 등 각급 도서관도 일반 소비자와 똑같은 할인율로 도서를 구입해야 한다.

그동안 도서관에서 30~40퍼센트 가까운 할인율로 도서를 구입하던 관행에 쐐기를 박았다. 따라서 할인율의 축소로 인해 도서 구입비의 확대가 없는 한 동일 예산 범위 내에서 도서곤의 도서 구입량은 일정량 줄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도 발생할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이번 개정 도서정가제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서점의 경쟁력을 높여 이를 활성화시키자는 취지다.

1994년 전국 5천683개였던 서점은 2013년 말에 1천625개소로 대폭 줄어들었다. 전국 읍면동이 3천468개인 것을 감안하면 동네 서점이 없는 마을이 절반이 넘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서점도 온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참고서를 주로 파는 곳으로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동네 서점은 동네 사람에게 꼭 필요한 곳이다. 왜냐하면 이곳이 책의 향기가 나는 사랑방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사랑방에서의 온기가 사라지면 그 지역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서점 하나를 두고 왜 이리 호들갑이냐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니다.

딱 1년 전이다. 지난해 2월 2일 울산지역에서 자영업체 서점으로 매출 1위를 달리던 남목에 위치한 ‘남산서점’이 문을 닫았다. 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던 토종 서점이었다. 이로써 남목 지역에 6개 남짓 있었던 서점들은 모두 사라졌다.

남산서점의 경우 100여평이 넘는 매장을 가지고 있었고, 울산 지역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은 이 서점에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되던 곳이었다. 이 서점의 부재(不在)는 남목 지역 주민들에게만 충격을 준 것이 아니다. 동네 서점은 그 기능이 ‘파는 곳’이 아니라 ‘확대 재생산하는 곳’이다. 물질이 아니라 정신의 집합체인 것이다.

이제 울산에는 고작 30여개 미만의 서점만이 존재한다. 이들도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최근 몇 년 사이 울산지역 서점 85%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제 다 늦은 저녁 슬리퍼를 끌고 동네 산책을 나간다 하더라도 더 이상 책의 향기를 맡을 수 없는 쓸쓸한 풍경만이 존재한다.

미국의 유명 작가들이 엮은 ‘나의 아름다운 책방’(현암사)을 보면 ‘책방 예찬론’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이 풀어놓는 다양한 글들은 책장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앞서 말한 남산서점도 견디기 힘든 임대료 등이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하루에 몇 되지 않는 손님을 기다라는 그 막막함이라니… 여하튼 개정 도서정가제가 동네 서점을 살릴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음 한다.

지역의 도서관에서도 서점을 통해 도서를 구입하는 방안도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상생은 어렵지 않다. 고약한 업자의 농간에 휘말리지 말고 말이다. 이제 봄이다. 따뜻한 소식이 많이 들렸음 한다.

< 이기철 인문학 서재 몽돌 관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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