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교’ vs ‘울산 큰다리’
‘울산대교’ vs ‘울산 큰다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2.2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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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만을 가로질러 남구와 동구를 연결하는 울산대교가 개통을 앞두고 있다.

‘태화강의 기적’에 한 획을 더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일이다.

오는 5월 개통 예정인 이 다리는 총연장 이 2천770m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현수교는 1천150m로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가장 긴 현수교인 부산 광안대교(500m)보다도 두배 이상 길다. 세계적으로도 중국의 룬양(潤揚·1천490m)과 장진(江津·1천385m)에 이어 세번째로 길다.

울산의 새 랜드마크로서 손색이 없지만 동구와 남구의 교통로로서도 기대가 크다.

이 다리는 ‘울산대교’라고 이름이 이미 지어졌다. 그런데 이 다리의 이름을 ‘울산 큰다리’라고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울산은 위대한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을 배출한 고장이기 때문이다.

외솔은 한글을 연구하고 가르친 학자였고 국어정책의 수립하고 집행한 행정가요, 국어운동을 펼친 이론가이며 실천가였다.

국어 운동가 외솔의 업적으로 남아있는 저서는 ‘글자의 혁명’, ‘한글의 투쟁’, ‘한글 가로글씨 독본’, ‘한글만 쓰기의 주장’ 등이 있다.

울산에는 선생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는 외솔기념관이 이미 건립돼 있다. 기념관 일대는 한글마을로 조성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울산에는 ‘울산시 국어 진흥 조례’가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김정태 울산시의원이 발의해 입법된 이 조례는 지난 6일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주관한 ‘제11회 전국지방의회 우수조례’ 개인부문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이 조례안을 발의한 것도 외솔 선생의 고향으로서 한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올바른 국어와 한글사용을 촉진하기 위해서였다.

이 조례는 울산시장의 책무로 ‘국어와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추진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새 다리가 개통되면 국내외의 이목이 울산으로 집중될 것이다. 각 언론매체들도 앞다퉈 새 다리의 개통 소식을 보도할 것이다.

이 때, 새 다리의 이름이 ‘울산대교’가 아닌 ‘울산 큰다리’로 알려진다면 관심은 배가될 것이다.

‘울산은 외솔 선생의 고향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다리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라고 설명을 덧붙이면 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울산을 새롭게 인식하게 할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새 다리를 반드시 ‘대교(大橋)’라고 이름 붙일 필요는 없다. ‘큰다리’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 혹시 관련 법령이 걸림돌이 된다면 개정하면 될 일이다.

중구 동동에 있는 외솔기념관 옆에는 외솔 선생의 생가가 복원돼 있다. 그곳에는 선생의 묘비가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한힌샘 주시경 선생의 산소와 나란히 있던 선생의 산소 앞에 있었던 것이다. 2009년 선생의 산소가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옮겨지면서 묘비만 이곳으로 옮겨 왔다.

이 묘비 앞면에는 ‘외솔내외 무덤’이라고 새겨져 있다. 빗글도 모두 한글로 돼 있다. 선생의 높은 뜻을 기리는 사람들은 묘비를 그렇게 세웠다.

선생의 뜻을 제대로 따른다면 ‘울산대교’보다는 ‘울산 큰다리’가 백번 옳다.

중부경찰서 옆에 있는 ‘외솔교’도 지날 때마다 거슬린다. 선생은 생전에 ‘한글이 목숨’이라고 수도 없이 강조하셨다.

취재2부 강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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