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빈 위주 벗어난 진정한 시민축제에 감명”
“내빈 위주 벗어난 진정한 시민축제에 감명”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5.02.2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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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식룡 시의원… 日 구마모토성 마라톤대회 참가로 우호도시 친선에 한 몫
▲ 울산시의회 변식룡 의원.

지난 14∼16일 사흘간 울산시의 우호도시 일본 구마모토(熊本)시를 둘러보고 온 울산시의회 변식룡 의원(새누리당, 남구1선거구). 그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시민문화를 접할 수 있어 참으로 유익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역신문 ‘호외’로 대회소식 전해

구마모토시를 찾은 것은 올해로 네 번째가 되는 ‘구마모토성(城) 마라톤대회’ 참가가 목적이었다. 스포츠 교류 차원의 방문이다 보니 ‘선수단장’, ‘교류단장’ 호칭이 그에게 따랐다.

방문단 일행은 모두 5명. 울산시 국제협력과 김미경 과장과 일본어통인 허경희 주무관, 울산육상협회 소속 박창현 배정임 두 선수가 변 의원과 호흡을 맞추었다.

마라톤대회가 열린 둘째 날 오전 일행 가운데 육상선수 2명은 풀코스, 나머지 3명은 4㎞ 구간을 완주했다. 전체 참가자는 2만명, 참가번호를 받은 주자는 1만3천명을 헤아렸다. 변 의원은 21663번, 김 과장은 21664번을 달았다. 현지인들 속에 독일이나 중국 등 외국의 자매·우호도시 참가자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대회장을 돋보이게 한 ‘코스프레(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의 캐릭터 의상. ‘costume’과 ‘play’의 합성어를 줄여 표현한 일본식 용어)’는 대단한 눈요깃거리였다. 그곳 지역신문(熊本日日新聞)이 대회 2시간 30분 후에 호외를 찍어 뿌린 것도 이색적인 체험이었다.

 

▲ ‘제4회 구마모토성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울산선수단. 앞줄 왼쪽부터 김미경 국제협력과장, 허경희 주무관, 변식룡 의원.

시장·의장은 ‘출발’ 구령만 짧게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입디다. 특히 선택과 집중이 돋보였고요. 놀라운 것은 관 주도, 내빈 위주, 행사용 행사가 아니라 시민 주도, 참가자 위주의 진정한 시민축제였다는 점입니다.”

변 의원에 의하면 그곳 오오니시 시장과 미시마 의장도 대회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확성기로 1분 남짓 짧은 ‘출발’ 구령만 외쳤을 뿐이었다. 우리네처럼 처음부터 진을 빼는 긴긴 내빈축사는 발붙일 여지가 없더라는 전언이었다.

변 의원 일행은 현지에서 민간외교사절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첫날 구마모토시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는 마라톤대회의 성공개최를 기원하고 오오니시 시장의 당선(2014. 11. 26)을 축하했다. 오오니시 시장은 4회 연속 참가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두 도시간의 적극적인 교류 노력을 다짐하는 말로써 화답했다.

둘째 날 미시마 의장 주재 환영만찬에서는 김기현 울산시장의 초청장을 정중히 전달했다. 오는 3월 28일 태화강 둔치 일원에서 열리는 ‘태화강국제마라톤대회’에 구마모토시의회 관계자, 그리고 구마모토시 니시지마 관광국장과 국제과 직원들이 흔쾌히 참가해 주기 바란다는 초청장이었다. 그곳 의회 관계자들은 4월에 있을 시의원선거로 부득이 불참하게 돼 아쉽다는 말을 건네 왔다.

 

▲ 구마모토 시내 ‘울산마치(蔚山町)’에서 표지판을 가리키는 변식룡 의원.

박물관 교류 제의에 호의적 반응

변 의원은 방문단 일행이 그곳 박물관을 찾았을 때의 오고간 이야기도 전했다. 울산시 관계자가 두 도시 박물관 사이의 교류 가능성을 타진하자 그쪽에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 결국 이번 방문은 스포츠 교류라는 좁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새로운 교류의 지평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변 의원은 강조한다.

일행은 이번 기회에 조선 도공의 고혼이 서려 있는 슬픈 역사의 흔적- 구마모토성과 ‘울산마치(蔚山町)’도 감회어린 시선으로 돌아보고 가슴속 깊이 새겼다. 울산마치가 약 400년 전 구마모토성을 쌓기 위해 잡혀간 조선인들의 집단거주지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전언에 따르면 방문단 일행 중 일부는 구마모토시가 일본에서 거의 유일하게 말고기(馬肉)를 즐기는 도시라는 귀띔에 새삼 놀라기도 했다. 정유재란 당시 울산학성 전투에서 조-명(朝-明) 연합군의 포위망에 갇힌 왜군이 갈증과 허기를 말의 피와 고기로 해소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문득 떠올라서였을까.

매일아침 수영장 찾는 스포츠마니아

“사실 저도 스포츠 마니아입니다.” 그의 말대로 변 의원은 스포츠 광(狂)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동안 배드민턴, 테니스는 기본이었고 윈드서핑은 10년이나 애착했던 스포츠다. 하지만 무게 중심이 의정활동에 기울어진 요즘은 애써 자제하는 편이다.

그래도 울산근로복지회관 수영장은 매일 아침 거르는 일이 없을 정도로 매달린다. 숙소에서 회관까지는 애기(愛機)인 자가용 스쿠터가 교통수단이다. 비록 4㎞ 구간이었지만 구마모토성 마라톤대회에서 중도포기란 생각조차 안 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몸에 밴 스포츠 근성 덕분일 것이다.

“우리와는 정서나 문화가 전혀 딴판인 나라, 애증(愛憎)이 교차하는 도시지만 좋은 것이라면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받을 만한 일본 구마모토시의 문화요소로 그는 ‘참여의지로 무장된 시민정신’을 꼽았다. 울산시 국제협력과 허경희 주무관은 “구마모토성 마라톤대회 전 구간에 걸쳐 선수들을 응원하러 나온 구마모토 시민이 줄잡아 15만명은 되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글= 김정주 논설실장·사진=정동석 기자·울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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