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동행
따뜻한 동행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2.1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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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울산시교육청의 보도자료는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매곡중학교 폭력피해 학생 3명의 부모들이 학교폭력 예방에 써달라고 250만원을 기부한 이야기, 청량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 51명 전원에게 기업체와 개인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장학금과 학교에서 마련한 교통카드를 선물한 이야기도 담긴 미담사례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눈길을 끈 것은 착하고 순박한 표정의 두서초등학교 1, 2, 3학년 어린이 다섯 명이 나란히 찍은 사진 한 장이었다. 짤막한 보도자료에 섞여 감동적으로 다가온 이 사진 속 아이들이 손에 거머쥔 것은 ‘장학증서’들이었다. “위 학생은 평소 근면성실하고 학교생활에 모범을 보이므로 우리 장학회의 규정에 의하여 소정의 장학금과 이 증서를 줌.” 한 어린이 앞에 20만원씩, 모두 100만원이 건네졌다. 궁금했다. 6학급 52명이 전교생인 이 고사리학교에 한 아름 선물 안겨준 이는 누구일까.

이 학교 정 진 선생이 ‘천수장학회’라는 기부단체라며 간단한 설명을 보탰다. “한 사람의 기부가 아닌, 천 명의 작은 정성을 모아 교육소외계층의 장학 지원과 저소득층의 평생교육활동 지원을 통해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합니다.”

학교의 도움으로 수소문 끝에 이 기부단체의 이용석 사무국장, 김태환 회장(‘고래등주택’ 대표)과 차례로 전화로 만났다. 장학회 이름 ‘천수’는 ‘일천 千’자와 ‘손 手’자의 결합이라 했다. 김 회장이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절반의 성공인 셈이죠.” 천 명을 목표로 잡은 회원 확보가 아직은 절반(500명선)에 머물러 한에 안 찬다는 아쉬움의 토로로 들렸다.

충북 괴산이 고향인 김 회장이 교육봉사에 눈을 돌린 것은 ‘금강라이온스’ 회장을 맡고 있던 4년 전쯤으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주변의 권유로 어르신 문해(文解=문자해독) 교육에 앞장서 오던 ‘울산시민학교’(교장 김동영) 시설에 대한 리모델링 봉사가 전환점이 됐다. 장학회는 2011년 7월 25일, 회원 50명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4년이 채 안 된 시점에 그 10배(500명)로 불어났으니 실로 대단한 성장세다.

부산, 경주 사는 회원도 드물게 있지만 회원 대부분은 울산 시민이다. 재작년엔 다운고등학생 몇 명도 가입했다. 어려운 친구 돕는 셈치고 기부문화 동참을 결심했다는 전언이었다.

대화 과정에서 더 놀라운 사실도 드러났다. 천수장학회가 이번 졸업시즌에 장학금을 전달한 학교가 두서초등학교를 합쳐 11개나 된다는 사실이다. 한 학교에 100만원씩 11개 학교면 모두 해서 1천100만원이다. 그 정도의 장학금을 학기별이 아닌 분기별로 지급한다. 그러다 보니 혜택 받는 학교가 연간 30∼40곳은 거뜬하고 장학금 누계도 4∼6천만원을 헤아린다.

장학기금은 회원 1인당 1만원씩 내는 월 회비를 모아 적립한다. 회비는 전액 장학금으로만 쓰일 뿐, 한 푼이라도 다른 용도로 허투루 전용(轉用)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장학 사업에 피치 못하게 따르는 관리비는 이사 30여명이 30만원씩 내는 이사회비로 충당한다. 장학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5개 구·군별 지회를 두고 있고, 지회장은 50만원씩 내는 일종의 ‘특별이사’ 5명이 자원봉사 개념으로 맡아 나간다.

두서초등학교 꼬마 아이들의 뒷얘기가 궁금했다. 정 진·박미경 선생이 귀띔했다. “우리 아이들, 20만원이 얼마만한 돈인지 잘 몰라요. 상으로 생각해서인지 그저 싱글벙글하던데요. 하지만 부모님들은 다들 고맙다는 인사, 나중에 전해 왔어요.” 천수장학회와의 만남을 ‘따뜻한 동행’이라고 정의한 두서초등학교 최경태 교장은 “이 따뜻한 동행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는 소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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