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의 시대
멘토의 시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2.1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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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폭력 동영상이 방송된 이후 아동학대가 국가적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21세기 들어 ‘다원화 사회, 다문화 사회, 고령화 사회’ 등 다소 생소한 용어들로 가득하다. 사회에서는 복잡다단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문제를 푸는 해법도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다.

주변에 흔하게 인용되고 있는 ‘멘토’라는 용어도 그리스 신화에 유래하는 오디세우스 왕이 트로이 전쟁에 나서면서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친구 ‘멘토르(Mentor)’에게 맡겨 훈육한 데서 유래한다. 10여년의 시간 동안 멘토르의 지혜로운 가르침으로 텔레마코스는 훌륭하게 성장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나 스승을 ‘멘토’라고 부른다.

최근 들어 다양한 계층의 멘토를 찾는 미디어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강연100℃’ ‘성공시대’ 이 밖에도 ‘달인’ ‘삼시세끼’도 예능으로 분류하지만 등장인물들이 범상치 않다. 가히 ‘멘토의 시대’라 할 만하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권위자가 쓴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멘토의 강연이나 관련 TV 프로그램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진로, 연애, 건강 등 주제도 각양각색이다. 그리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멘토 역할을 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멘토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현대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도전하는 젊음이 아름답다’며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기도 하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보니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된다.

현재 베이비붐세대 대부분은 청소년기에 서양식 직업교육이나 도제교육을 통해 세상의 두려움을 이겨냈었다. 특히 도제교육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명맥이 끊겨 인간문화재나 무형문화재 전수 프로그램 일부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근대 산업화사회의 한 단면이기도하다.

도제교육은 직업교육의 한 형식으로 13C 이후 산업혁명까지 가내수공업 사회의 중요한 교육수단이었다. 10대의 비교적 어린나이 때부터 상업, 공업 기술 분야 장인의 개인집에서 도제가 되어 먹고 자고 봉사하면서 견습부터 시작하여 기술을 습득한다. 기술을 배우는 기간은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 정도에 이른다. 도제 교육은 비교적 엄격하고 압제적인 훈련과 인격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쳐 일정한 작품 제작에 합격할 때 비로소 장인이 될 수 있었다.

한편 엄격한 주인의 기술을 넘보다 일정 기간 수련의 시간이 흘러 머리가 굵어지면서 자신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제 이 정도 기술이면 밥은 굶지 않을 자심감과 배짱을 가지고 자기만의 일을 시작했으며,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용기로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끝까지 남아 주인의 기술을 전수받게 되는 경우엔 마이스터가 가문을 이어 가는 방식이다.

우리 시대에 어느 학교와 어느 회사를 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거기서 누구를 만나 그로부터 어떤 배움이 진행되느냐 하는 점이다. 아울러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필자의 생각은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는 가급적 멘토를 많이 사귀어 두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서로 협력하고 융합하자는 제안이다. 강연장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멘토링하는 스타강사를 추종하기보다는 자신의 주변 가까이에서 일상적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멘토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내게 반드시 필요한 자동차, 의료, 세무, 행정, 법률, 예술, 건축, 보험 분야 등의 전문가를 두루 관계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인 것 같다. 그때의 온 마을은 지금의 국가를 말하지 않을까? 부모뿐만 아니라 모두가 어린 자녀에게 좋은 선생님을 찾아주고, 함께 좋은 강연을 들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마련해 줘야 한다. 새봄을 앞두고 우리 사회의 훌륭한 멘토들이 기다려진다.

<김재범 자운도예연구소 도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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