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수업 개선에는 왕도가 없다’
교실수업 개선에는 왕도가 없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2.1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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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지내다보면 감정의 흐름도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난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한 시간의 수업도 아이들과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웃음소리로 마무리되면 10분의 쉬는 시간조차 마치 시원한 약수를 마신 듯 짜릿한 기분에 행복을 느끼곤 한다.

오늘 국어 수업시간이 끝난 뒤의 느낌이 그러했다. 국어 7단원에 있는 ‘촌극’을 배우면서 모둠 친구들끼리 공동 극본을 쓰고 촌극 공연을 하기로 했다. 모둠 구성도 이미 정해져 있는 친구들이 아니라 ‘하고 싶은 친구끼리’ 정하게 하였더니 더욱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골고루 짝을 이루어 모둠을 만들더니 이내 극작가가 된 기분으로 다들 극본 만들기 삼매경에 푹 빠져 버렸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 하는 **이도 같은 모둠 아이들과 조금씩 이야기 나누면서 극본쓰기에 조금씩 동참하는 모습도 보였다.

짧은 촌극이라 일찍 극본을 마무리하고 함께 연습하다보니 어느새 교실이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이는 모둠 친구들이랑 배역을 정하면서 해설자를 하기로 했는지 ‘해설’ 부분만 계속해서 읽고 있다. ○○이는 “토끼와 거북이와 꽃게이야기” 극본에서 토끼의 걸음 동작을 어떻게 하면 실감나게 할 수 있는지 몇 번이나 뛰어보며 고민하더니 결국 내 자리까지 달려와서 도움을 요청한다. ○○이와 함께 좋은 방법을 찾으면서 이리저리 “폴짝”거려보기도 하고, 한 발만 들고서 “깡총”거려보기도 했다. 그러다 맘에 드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했는지 번개같이 자기네 모둠으로 돌아가서 모둠 친구들과 함께 연습하느라 교실 바닥을 쿵쿵 울리며 돌아다녔다.

모둠별로 준비한 ‘촌극’ 공연으로 수업 마치는 시간을 조금 넘겼는데도 불구하고 모두들 즐겁게 관람하며 박수도 많이 보내주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게 여겨졌다. 그런 예쁜 모습과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쉬는 시간 동안 짜릿한 즐거움을 내내 느낄 수가 있었다. 한 시간의 수업을 잘 끝냈을 때 느끼는 이런 행복함이야말로 교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일품 요리’가 아닌가 싶다.

며칠 전 울산교육청에서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과 교사가 함께 고민하고 주도하는 교실수업 분위기를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교실수업 개선에 나섰다는 소식이 지역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다. 교사 중심의 수업을 학생이 중심이 되어 학생 활동을 강조하는 수업으로 진행하기 위해 발표와 토론을 크게 늘리고 교재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별로 교내 수업 동아리와 교실수업개선 연구회 등을 통한 각종 지원과 함께 학생들의 인성 함양을 위한 독서와 논술교육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도 덧붙여졌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아무리 좋은 정책과 방향을 정했다 하더라도 ‘실적’과 ‘보여주기’식의 관료주의에 빠지게 된다면 현실에서는 ‘귤화위지(橘化爲枳)’가 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학교에서는 항상 수업의 중요성을 늘 앞에 내세우고 있다. 한때는 수업연구대회에서 1등급을 한 교사에게 ‘수업 달인’이라는 호칭과 함께 금반지까지 부상으로 수여한 적도 있다.

수업을 한 번에 개선할 수 있는 획기적 방법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의지가 교실에서 교사와 함께 어울려 멋진 화음을 이루는 것이 바로 수업이다. 현장의 교사들이 ‘공문과 계획서’에 짓눌리고 ‘보고서’ 실적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오롯이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배움을 위한 즐거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과도한 공문과 짐을 덜어내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울산교육이 회수를 건너가더라도 늘 달콤하고 맛있는 귤이 되어 있을 것이다.

<김용진 화암초등학교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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